김도완
[한국심리학신문=김도완]
걱정 하나 없이 대나무를 먹고 있던 푸바오, 직접촬영
얼마 전까지만 해도 푸바오란 판다를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 주었고 중국에 돌려보낼 때도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었다. 그만큼 동물에 대한 사랑은 우리 사회에 전반에 걸쳐 자리잡고 있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을 보면 언제나 행복하게 살고 있게 보이지만 최근 대구에 한 동물원에서 한 공간에서 계속 돌아다니며 움직이거나 머리를 흔드는 '정형행동'을 보이는 동물이 나타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동물 윤리에 대한 문제 제기는 동물원뿐 아니라 사육장, 실험동물 등 다양한 환경에서 지속돼 왔다. 특히 실험동물의 경우, 동물 윤리 교육을 받은 연구자들이 최대한 고통을 줄이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추 탈골법이나 작두를 이용한 방법 등이 동물실험 윤리 제도에 따라 사용되며, 실험이 끝난 동물에 대해서 고통이 너무 심할 경우 안락사 처리하거나 다른 기관에 기증하는 방식이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에게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실험과 본래의 환경과 다른 인위적인 조건에서 생활을 강요하는 사례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쥐, 원숭이 등을 이용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동물 대신 ‘오가노이드’라 불리는 인공장기를 활용해 신약 개발을 진행하며, 실험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이는 동시에 동물 윤리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취지이다. FDA의 결정 이후 국내 제약사와 연구기관들도 오가노이드와 머신러닝을 활용한 새로운 연구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동물 윤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정형행동이란 무엇인가?
코끼리가 머리를 벽에다 부딫이는 모습. 출처 : 애니멀플래닛
정형행동은 뚜렷한 목적 없이 반복적이고 일정하지 않은 행동을 말한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시도하는 행동이거나, 중추신경계의 기능 장애로 인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열악한 환경, 즉 동물 복지가 낮은 상태에서 자주 발생하며, 경우에 따라 환경이 양호하더라도 나타날 수 있다.
정형행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특정 구역을 반복적으로 서성이는 '운동성 정형행동'이고, 둘째는 혀를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물건을 깨무는 등의 '구강성 정형행동'이다. 이 외에도 몸을 앞뒤로 흔드는 행동, 과도하게 털을 손질하는 행동 등도 포함된다. 동물원뿐 아니라 실험실, 가축 사육장 등 다양한 환경에서 관찰된다.
정형행동의 원인은 무엇인가?
정형행동은 동물마다 원인이 다르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특정한 한 가지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스트레스 상황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종은 진화적으로 특정 행동을 해야 하는 본능을 갖고 있는데, 이를 제한당할 경우 정형행동이 유발된다. 말이나 낙타처럼 초식을 하는 동물은 자연 상태에서처럼 먹이를 자유롭게 섭취하지 못하면 구강성 정형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소음이 심한 환경에서는 펭귄이 깃털을 더 자주 손질하거나 수영을 더 많이 하기도 한다.
정형행동, 치료하는 방식은 어떻게 될까?
정형행동의 치료에는 ‘행동 풍부화’라는 접근 방식이 활용된다. 이는 동물의 거주 환경이 자연환경과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행동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가능한 한 자연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행동 풍부화는 크게 다섯 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1. 인지 풍부화: 다양한 기구를 활용해 동물이 주변 환경에 호기심을 갖도록 한다.
2. 감각 풍부화: 새로운 냄새나 물체를 도입해 감각 자극을 제공한다.
3. 사회 그룹 풍부화: 무리를 이루는 종의 경우, 같은 종 또는 사람과의 접촉을 증가시킨다.
4. 먹이 풍부화: 사료를 한 곳에 고정하지 않고 다양한 장소에서 찾게 함으로써 자연스러운 먹이 활동을 유도한다.
5. 환경 풍부화: 동물이 원래 서식하는 환경과 유사한 공간을 조성한다.
이러한 방식은 동물마다 고유한 본능과 행동 특성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
동물에 대한 인식, 평등한가?
아이바오 반대편에서 자고 있던 '레시', 직접촬영
직접 푸바오를 보러 갔을 때, 자이언트 판다 구역은 인파로 붐벼 있었고, 약 한 시간가량 줄을 서야 했다. 겨우 도착했을 때 푸바오는 대나무를 먹으며 앉아 있었고, 반대편 출구 방향에는 아이바오가 있었다. 그 풍경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하지만 바로 옆에 있던 래서판다 ‘레시’ 쪽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그 덕분인지 레시는 평화로운 얼굴로 잠을 자고 있었다. 같은 동물원이지만 자이언트 판다와 래서판다 사이에는 분명한 관심의 차이가 존재했다.
종의 차이, 생김새, 생활 패턴의 차이 외에도 대중이 인식하는 ‘상징성’이나 ‘화제성’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아닐까. 두 동물 모두 소중한 생명이지만, 하나는 SNS 스타로 주목받고, 다른 하나는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인기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생명에 대해 어떤 기준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일수록,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다른 생명체에 대해서도 존중의 마음을 나누려는 시도가 뒤따르게 된다. 하지만 그 존중이 종에 따라 달라진다면, 정형행동으로 고통받는 동물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비록 생김새와 크기는 다르지만, 생명을 향한 관심과 애정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닿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1)이현아, 정수경, 임헌명, 장지덕, 성하철, 이배근, 남동하. (2021). 사육 하에서 관람객에 의한 젠투펭귄(Pygoscelis papua)과 턱끈펭귄(Pygoscelis antarcticus)의 행동 패턴 변화. 한국조류학회지, 28(1), 1-8. 10.30980/kjo.2021.6.28.1.1
2)G.J. Mason, Stereotypies and suffering, Behavioural Processes, Volume 25, Issues 2–3, 1991, Pages 103-115, ISSN 0376-6357, https://doi.org/10.1016/0376-6357(91)90013-P
3)animal welfare education center, X. Manteca, M. Salas, Stereotypies as indicators of poor welfare in zoo animals, https://awecadvisors.org/en/wild-animals/stereotypies-as-indicators-of-poor-welfare-in-zoo-animals/
4) 매일경제, 행동 풍부화-움직여야 행복하다, https://www.mk.co.kr/news/culture/9525822
5) 평생 좁은 동물원에 갇혀 살다가 '정신병' 앓던 코끼리가 30여년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애니멀플래닛, 2020.07.23, https://m.animalplanet.co.kr/contents/?artNo=1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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