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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교실》 21화 - 21화. 카메라는 거짓말하지 않지만, 진실도 말하지 않아
  • 기사등록 2025-06-18 09: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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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빈 - 시점 전환]


모두가 떠들었다.

그가 이상했다, 불편했다, 무례했다, 나와 맞지 않았다.

그래서 조현빈은 말하지 않았다.

사실을 말하지 않는 건,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그날.

조현빈은 학교 옥상에 올라가기 전에 핸드폰 카메라를 켰다.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

단지, 누군가 말하지 못할 순간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예감 때문이었다.

그는 윤태를 따르지도, 따돌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거기 있었다.

윤하림이 밀어낸 말, 윤태가 받아내지 못한 표정,

그리고 그들이 서로를 마주한 마지막 순간까지.


“찍고 있었다고?”


정시아가 물었을 때 그는 웃었다.


“카메라는, 거짓말하지 않잖아.”


그건 핑계였다.

—조현빈은 영상 파일을 한동안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심지어 담임도, 교장도, 학부모도 그의 폰을 의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그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늘 하던 대로.

말이 없고,

표정이 없고,

개입이 없고,

무심한 듯 앉아 있는 학생.

조현빈은 그런 아이였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침묵을 깬 건, 정시아가 윤태의 자리에서 메모를 발견했을 때였다.

시아의 손이 떨리고 있었고,

눈빛은 분노보다 더 깊은 무엇이었다.

그때, 조현빈은 느꼈다.


‘이 아이는, 나와 다르게 남겨두지 않겠구나.’


그래서 파일을 보냈다.

그제야 조현빈은 자신이 처음으로 진실을 공유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빈아.”


어느 날, 정시아가 복도 끝에서 그를 불렀다.


“넌 왜 찍었어?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조현빈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생각하고 있었다.


‘카메라는 거짓말을 안 해.

근데 진실도 말하진 않아.’


그건,

말하는 사람의 몫이니까.

그리고 지금 그 역할은,

정시아의 차례였다.




작가의 말:

21화는 《침묵의 교실》의 시점을 확장시키는 첫 에피소드입니다.

조현빈은 사건의 중심엔 없지만, 가장 중요한 목격자로 존재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방관’과 ‘증언’의 경계선을 보여주는 인물이죠.

이제부터는 개인의 잘못을 넘어, 구조의 침묵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2막,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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