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상담실 문이 닫혔다.
정시아와 윤하림, 둘만의 공간.
침묵은 길었다.
하림은 한참 동안 손끝만 바라보다가, 아주 작게 입을 열었다.
“…처음엔 나도 그 애가 불편했어요.
수업 중에 말을 끊는다거나, 엉뚱한 얘기를 한다거나,
뭔가… 규칙에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시아는 조용히 끄덕였다.
하림은 말을 이었다.
“근데 그게 쌓이고 나니까,
그 애가 ‘다르다’는 말이, 점점 ‘틀리다’로 변했어요.
그 차이를… 내가 만든 거예요.”
하림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러나 어딘가 비워진 듯했다.
—“가끔은요.
윤태가 나보다 더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시아는 눈을 들었다.
“말을 안 해도 다 아는 사람 있잖아요?
그 애가 딱 그랬어요.
내가 꾸며낸 말, 다른 애들한테 맞춰낸 표정들…
그 모든 걸 그냥 조용히 ‘보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무섭기도 했어요.
내가 들키는 것 같아서.”
—잠시 침묵.
하림은 웃음 같은 한숨을 흘렸다.
“그러면서도, 이상하죠.
그 애가 날 그렇게 들여다보는 날에는…
왠지 모르게 안심되기도 했어요.”
그 말은 너무 솔직해서, 되려 시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마지막 날,
음악실 앞에서 마주쳤어요.
윤태가 그냥 묻더라고요.
‘하림아, 나 진짜 그렇게 이상했어?’
근데 난…”
하림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난…
대답하지 않았어요.
그냥, 뒤돌아섰어요.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정시아는 조용히 물었다.
“지금이라면… 뭐라고 대답하고 싶어?”
하림은 고개를 숙였다가, 천천히 말했다.
“…그 애는, 이상하지 않았어요.
그냥… 다르게 슬펐던 거예요.
그걸 우리가 못 알아챈 거예요.”
—상담실 바깥, 복도에는 늦은 햇살이 길게 들어왔다.
하림은 문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뒤돌아, 시아를 바라보며 아주 조용히 말했다.
“고마워, 시아야.
넌… 누구보다 용감했어.”
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은, 오래 남았다.
작가의 말 :
이번 회차는 《침묵의 교실》 2막의 중심 감정선 중 하나인
‘이해받지 못한 감정’과 ‘늦은 진심’을 담았습니다.
윤하림은 처음부터 악인이 아니었고, 단지 ‘모범’이라는 이름에 갇힌 피해자이자 또 다른 방관자였습니다.
그녀의 고백을 통해,
이 작품은 ‘사과의 주체’가 아니라 ‘이해의 시작점’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다음 화는 드디어 송수진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끝까지 함께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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