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윤하림의 말이 끝나자 정적이 흘렀다.
조현빈은 고개를 숙인 채 손끝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정시아는 그의 옆에 선 채 눈을 떼지 못했다.
“결국, 아무도 몰랐던 거야.”
윤하림이 입을 열었다.
“윤태가 그토록 고통받고 있었다는 걸.”
하림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지만, 그 안에는 처음으로 진심이 담겨 있었다.
위선도, 방어도 없이 드러난 감정.
정시아는 그 진심을 느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하림은 후회하고 있었고, 윤태의 죽음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있었다.
조현빈이 조심스레 말했다.
“윤태가 남긴 마지막 장면, 네가 본 그 영상... 그 안에 뭐가 있었는지 말해줄래?”
하림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조심스럽게 화면을 열었다.
영상 속 윤태는 복도 끝 창가에 서 있었다.
그 뒤로 흐릿하게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였다.
정시아의 눈이 커졌다.
“이 그림자...”
그녀가 중얼거렸다.
“이건 송수진 선생님이 아니야.”
조현빈도 화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선생님은 저런 외투를 입지 않아.
그리고 저 체격은... 더 작아.”
정적이 감돌았다.
정시아는 고개를 들어 하림을 바라봤다.
“넌 이걸 왜 숨기고 있었어?”
하림은 눈을 질끈 감았다.
“무서웠어.
이걸 꺼내는 순간, 윤태를 죽게 만든 게 나일지도 모른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될까 봐...”
그 순간, 복도 너머에서 문이 덜컥 열렸다.
세 사람 모두 긴장한 채 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담임 송수진이 서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학생들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이 시간에 여긴 왜 있니?”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감정을 숨기고 있었다.
정시아는 담담히 대답했다.
“윤태가 마지막으로 서 있던 곳에 다시 왔어요.
그리고... 그가 남긴 걸 보고 있었어요.”
송수진은 그 말을 듣고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그 아이가 그렇게 될 줄 몰랐어.
나도... 정말 몰랐단다.”
그녀의 눈이 떨리는 걸 정시아는 놓치지 않았다.
정시아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선생님, 윤태가 마지막에 통화하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아세요?”
송수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그 자리에 남겨진 세 사람은 그제야 서로를 바라봤다.
“무언가... 숨기고 계셔.”
조현빈이 말했다.
“이제 진짜 끝을 봐야 할 때야.”
정시아는 단호했다.
그리고 그날 밤, 정시아의 메일함에는 정체불명의 발신자로부터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너희가 찾는 진실은 한 사람의 입 안에 있어.]
작가의 말 :
정시아는 점점 중심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은 더 깊은 침묵으로 스스로를 봉인합니다.
그 침묵 속에 숨어 있는 것들이, 드디어 고개를 들기 시작하네요.
다음 화에선 송수진 선생님의 과거와 관련된 결정적인 단서가 등장할 예정이에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화에서 다시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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