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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아는 교무실 앞에서 몇 번이나 망설였다.

손끝이 떨리고, 발끝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밀었다.

교무실 안은 기묘할 정도로 고요했다.

담임 송수진은 책상 앞에 앉아 조용히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선생님,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정시아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또렷했다.

송수진은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정시아의 눈을 똑바로 마주한 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다.


“윤태가 남긴 영상, 보셨나요?”


그 말에 송수진의 손이 멈췄다.


“…그건… 학교에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보고하지 않았어요. 대신, 반 아이들에게 공유했죠.”


정시아는 가방에서 윤태의 태블릿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이 안에 담긴 건, 선생님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야기예요.”


송수진의 눈이 흔들렸다.


“난… 그저… 학교의 지침대로 했을 뿐이야.”

“그 지침이 아이 하나를 죽음으로 몰았어요.”


정시아의 말은 냉정하고, 깊은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교무실의 공기는 점점 무거워졌다.

송수진은 입술을 깨물고는, 조용히 태블릿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이젠 숨길 수 없겠구나.”


정시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실은, 누군가의 침묵 속에서 썩어버리니까요.”


그 순간, 복도에서 학생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누군가가 교실 유리창에 붉은 물감을 뿌리고 있었다.


다시 피어난 ‘붉은 꽃’.


윤태가 그리던 그 상징이었다.

정시아는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제, 다시 시작할 시간이에요.”




작가의 말 :

이번 27화는 드디어 정시아가 담임 교사와 직접 대면하며, 사건의 또 다른 층위를 드러내는 장면입니다.

침묵을 지키던 어른들의 책임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고, 윤태의 상징이었던 ‘붉은 꽃’이 다시 등장하며 다음 화의 긴장감을 예고합니다.

다음 화부터는 학교 전체를 뒤흔드는 진실의 충돌이 시작됩니다. 함께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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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6-26 09: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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