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김도완]



‘손’이라고 외치면 손을 내밀어주고, ‘앉아’ 하면 다소곳하게 앉는 개를 키우다 보면 문득 내 말에 어떤 생각을 하며 반응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간식을 받을 수 있다는 기쁜 마음일까,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는 걸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걸까. 또 어느 날에는 갑자기 밥을 적게 먹거나 아예 먹지 않으면 걱정이 물밀듯 밀려온다. 그럴 때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이라도 해줬으면", "적어도 표정이라도 티 나게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며, 괜히 애를 탓하게 된다.


동물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신나게 산책을 하고 있는 리트리버의 표정에서 행복함이 느껴지거나, 버xxxxxxx려진 동물들이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릴 때 깊은 슬픔이 느껴지기도 하면서 그 감정에 공감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기쁘거나 슬픈 모습들은 실제로 동물들이 그렇게 느끼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그렇게 느낀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아가 동물에게 감정이란 무엇일까?

 

감정이란 무엇인가



영화 '인사이드아웃'에서 보여주는 여러 감정들


영화 인사이드 아웃 속 감정들은 기쁨, 슬픔, 까칠함, 소심함, 부러움, 따분함, 당황스러움, 불안 등으로 표현된다. 이 감정들은 주인공 라일리의 행동을 결정짓는 요인이 되며, 어린아이가 감정에 휘둘리는 존재에서 감정을 조절하고 다룰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치로 작용한다. 이렇듯 감정은 우리의 행동을 결정짓는 요인 중 하나로 이해될 수 있다.


철학자 스피노자 역시 감정을 행동의 원동력으로 보았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로 유명한 그는 감정을 “신체의 활동 능력을 증대시키거나 감소시키고, 촉진하거나 저해하는 신체의 변용인 동시에 그러한 변용의 관념”이라고 정의했다. 다시 말해 감정은 신체를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자, 행동을 결정하는 기준이라는 것이다.


그는 기본 감정을 기쁨, 슬픔, 욕망으로 나누었고, 이 세 가지를 조합해 48가지 감정을 도출해낼 수 있다고 보았다. 욕망은 인간 본질 그 자체로, 생존과 번식을 위한 감정이다. 이 욕망과 같은 방향으로 작용하는 외부 환경으로 인해 행동이 증가되면 ‘기쁨’이라 하고, 반대로 욕망과 반대되는 환경으로 인해 행동이 감소되면 ‘슬픔’이라 본다. 결국 우리는 기쁨을 느끼기에 그 방향으로 행동하려는 것이다.

 

사람의 감정과 동물의 감정은 동일한것인가




한국인들은 메신저에서 “^^”를 보면 자연스럽게 웃는 표정을 상상한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눈을 통해 감정을 읽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반면 서양에서는 “:)”와 같이 입 모양을 보고 웃음을 표현하며, 그만큼 입을 통해 감정을 파악한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보수적인 문화에서는 감정을 음성으로 드러내는 걸 꺼리기에 조절하기 어려운 눈 주위 근육의 미세한 변화를 더 주의 깊게 살피고, 개방적인 문화에서는 오히려 입 모양의 변화로 감정을 유추한다는 데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동물은 어떨까? 동물에게 얼굴 표정은 어떨까? 동물원에 가서 기린이나 코뿔소처럼 얼굴 표정이 명확하지 않은 동물들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그래서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거나, 표정이 없다고 느끼기 쉽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동물 역시 얼굴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Nate Dolensek 외 3인 연구팀은 쥐의 얼굴 표정 패턴을 분석해서 고통스러움, 쓰림(Bitter) 쾌락(행복감), 불쾌감, 공포심이 해당 자극이 주어졌을 때 겉에 나타난 반응이 아닌 속 안에 담긴 감정이 나타났는지를 분석했다. 또한 감정의 강도(행복함을 얼마나느꼈는지), 정도(긍정인지 부정인지), 유연성 그리고 지속성을 분석해 단순히 감정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서 얼마큼이나 다양한 깊이로 느끼고 있는지를 연구했다. 해당 자극이 주어졌을 때 얼굴표정의 패턴을 분석한 뒤 사람이 얼굴 표정을 보일때와 유사한지를 확인했고 감정의 근본적인 특징이 나타나는지를 확인해서 우리가 슬플 때 찡그리는 것처럼 고정관념에서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쥐의 경우 여러 감정 자극이 주어졌을 때 얼굴 표정에서 상호 관계를 맺는 표정이 나타났다. 즉, 동물의 얼굴 표정으로 내면의 감정을 확인 할 수가 있다.

 

우리가 동물을 바라볼때의 마음가짐


 


과거에는 동물과 인간 사이에 명확한 선을 그으려 했고, 동물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기계적 존재로 간주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 고양이 등은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불리며 인간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내가 힘들 때 반려동물의 얼굴만 봐도 위로가 되고, 반려동물 앞에서 일부러 우는 척을 하며 반응을 보는 영상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런 영상에서 동물은 슬픔을 알아차린 듯 곁에 머무르고, 얼굴을 핥으며 위로해주려는 행동을 보인다. 이런 모습을 보면, 종(種)이 다르더라도 ‘감정’이라는 것은 생명을 가진 존재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보편적인 언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감정은 꼭 말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다. 직접적인 행동과 표정이 감정을 함께 설명하고 있으며 나아가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에게도 얼굴 표정으로 감정을 전달해준다. 그리고 그 표정을 통해서 해석하고 공감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한번 더 유심히 바라보고 생각해보면서 표정 속에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를 발견해보자.


참고문헌

1) 스피노자 감정론에 기반한 감정교육 프로그램 개발 연구, 양병훈, 2019.02, 

http://dcoll.jejunu.ac.kr/common/orgView/000000008952

2) 상대 감정 읽을 때 서양인은 입, 동양인은 눈을 본다. 이영완 기자, 2012.04.17,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4/16/2012041602506.html

3)Nate Dolensek et al. ,Facial expressions of emotion states and their neuronal correlates in mice.Science368,89-94(2020).DOI:10.1126/science.aaz9468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10532
  • 기사등록 2025-07-17 08:39:0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