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
[한국심리학신문=손혁 ]
산만하다는 감각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산만하다'를 '어수선하여 질서나 통일성이 없다'로 정의한다. 바쁜 일상 속 산만함을 종종 경험하게 되는데, 이야기 중 다른 생각이 스며들고, 읽던 책을 덮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해야 할 일을 미루다가 마감에 쫓겨 허둥대는 모습 등 현대인들에게 '산만함'은 너무나 익숙한 일상에서의 감각이 되었다.
Unsplash의Silvana Carlos
그런데 이런 산만함이 단순한 현대인의 보편적일까, 아니면 성인 ADHD라는 질환의 신호일까?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박원명·우영섭 교수 연구팀이 전국 1만 7,799명 대상으로 벌인 연구에 따르면, 국내 성인 중 2.4%가 ADHD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코 큰 수치는 아니지만 무시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일상 속 느껴지는 산만함이 정말로 성인 ADHD일까?
성인 ADHD는 무엇인가?
언제부터 성인 ADHD가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로 2013년 DSM-5 개정과 더불어 2016년 건강보험 급여 확대의 ADHD 기준 변경에 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발표한 한국형 ADHD 치료 권고안 개정에 따르면, ADHD는 아동·청소년기에 국한되지 않고 성인에 이르기까지 지속되며 치료가 필요함을 어필하였다.
2016년 9월 성인 ADHD에 대한 약물치료가 의료보험 급여 혜택을 받게 되면서 관심이 집중되었다. 건강보험공단 분석에 따르면, 기존 6~18세에만 적용되던 ADHD 급여 혜택이 65세 이하로 확대된 후 2017년 환자 수가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ADHD 증상 진단을 받은 성인 환자는 2018년 대비 2022년에 지속적인 증가세가 확인되었다.
일반적인 아동 ADHD가 과잉행동을 주요 특징으로 하며 성인 ADHD는 부주의와 충동성이 강조된다. DSM-5 진단기준에 따르면, 성인의 경우 17세 이상, 6개월 이상 특정 증상이 지속되어야 하며, 12세 이전에 증상이 시작되었다는 근거가 필요하다.
성인 ADHD의 주요 증상으로 집중력 문제, 비조직화와 건망증, 충동성, 감정 조절의 어려움 등이 대표적이다. 일을 하다가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거나 눈앞에 있는 다른 일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 외에도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하는 돌발적인 행동이나 과민반응, 감정 기복 등의 증상들을, 보임을 특징으로 한다.
우린 진짜 성인 ADHD일까?
자가진단 도구만으로 성인 ADHD를 판별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대표적 선별도구인 WHO ASRS의 한국어판을 살펴보면, 민감도는 62.7%, 특이도는 80.4%로 보고되었다. 이러한 수치는 실제 ADHD 환자를 100명 중 약 63명가량 찾아내지만, 질환이 없는 사람 100명 중 19.6명은 오히려 ‘양성’으로 잘못 분류될 수 있음을 뜻한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진단 시기를 놓친 환자가 85%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많은 성인들이 어린 시절 적절한 진단을 받지 못한 채 성인기에 이르렀음을 의미하지만, 함부로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결국 스스로 느끼는 산만함이 성인 ADHD인지 확인하려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단순한 자가 진단이나 온라인 테스트와 같은 요소에 의존하지 말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 확실하지 않으면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성인 ADHD를 가지는지를 정확한 진단 이후에 판단하도록 해보면 어떨까?
참고문헌
1.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3). 보건의료빅데이터 개방시스템: 연도별 ADHD 질환 통계 (F90.0).
2.국민건강보험공단. (2023, 3월 2일). 최근 5년간 ADHD 환자 및 진료비 현황 보도자료.
3.김지해, 이은호, 정유숙. (2013). WHO 성인 ADHD 자가보고 척도(ASRS) 한국어판의 신뢰도 및 타당도. 정신신경학회지, 52(3), 173–179.
4.Kim, E. J., Kim, Y., Seo, W. S., Lee, S. H., Park, E. J., Bae, S. M., & Shin, D. (2017). The revised Korean practice parameter for the treatment of 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I): Clinical presentation and comorbidity. Journal of the Korean Academy of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 28(2), 46–57.
5.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2016). 성인 ADHD의 진단 및 평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지, 27(4), 236–246.
6.박현옥, 이윤경, 이순행, 서민경, & 박나리. (2023). 국립특수교육원 자폐성장애 검사도구(NISE-K․ART) 표준화 연구. 자폐성장애연구, 23(2), 81–110.
7.서보경. (2012). 성인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ADHD) 환자의 실행기능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일반, 31(2), 301–321.
8.안유석, 송유진, & 강웅구. (2022). ADHD 및 성인 ADHD에 대한 개념적 고찰 (1): ADHD 진단의 변천-DSM을 중심으로. 신경정신의학, 61(1), 11–27.
9.이재욱. (2019). 국내 성인 ADHD 연구 동향 분석. 발달장애연구, 23(3), 1–23.
10.Young Sup Woo, Jung Wan Hong, Se-Hoon Shim, Hyung Mo Sung, Jeong Seok Seo, Sung-Yong Park, Jung Goo Lee, Bo-Hyun Yoon, & Won-Myong Bahk. (2023). Prevalence and Comorbidities of Adult 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in a Community Sample from Korea. Clinical Psychopharmacology and Neuroscience, 21(4), 798–807. https://doi.org/10.9758/cpn.23.1112
11.허소영, 김재현, 정유숙, 이원일, 김준기, 손성혜, 외. (2018). WHO 성인 ADHD 자가보고 척도(ASRS) 한국어판 선별도구의 임상적 유용성. 정신신경학회지, 57(2), 95–101.
12.홍현주, 박선영, 김준기, 이상영, 정형윤, 박기홍, 외. (2020). 성인 ADHD 진단을 위한 반구조화 면담도구 DIVA-5 한국어판의 타당성. 대한신경정신의학회지, 59(2), 123–130.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o956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