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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아는 천천히 교무실 문을 열었다.

송수진 담임의 시선이 곧장 정시아를 향해 날아왔다.

짙은 침묵이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정시아의 목소리는 단단했지만, 떨림이 숨어 있었다.


“지금은 수업 준비 중이라서—”


송수진이 고개를 돌리며 말을 끊자, 정시아가 바로 맞받았다.


“수업보다 중요한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담임은 입술을 꾹 다물고 정시아를 바라봤다.


“저, 이서... 그 애,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정시아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담임을 관통했다.


“네가 걱정할 일 아니야. 교사가 알아서 판단해.”

“정말요? 지금까지 교사로서 제대로 판단해온 적은 있나요?”


정시아의 말에 송수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잠시 후, 담임은 조용히 서랍을 열어 무언가를 꺼냈다.

봉투.

그리고 안에는 작년 겨울, 이서의 상담기록 사본이 있었다.


“이건...?”

“네가 이걸 보고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보자.”


정시아는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펼쳤다.

그곳에는 이서가 겪은 학폭, 조현빈과의 관계, 담임에게 수차례 구조 요청한 기록이 적혀 있었다.


“…이걸 왜 지금에야.”

“그땐, 믿고 싶지 않았어. 그냥 아이들 사이의 사소한 문제라고.”


정시아는 말없이 봉투를 접었다.

그리고 담임의 눈을 마주 보았다.


“그렇게 외면한 순간부터, 선생님은 가해자예요.”


정시아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날카로웠다.

송수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어딘가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교무실 문이 다시 열렸다.

이번엔, 윤하림이었다.


“저도, 드릴 말씀이 있어요.”


교무실의 공기가 다시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편, 복도 끝에서는 조현빈이 조용히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작가의 말 :

이제 진실의 조각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담임 송수진의 침묵과 외면, 그리고 학생들의 움직임이 충돌하는 이 시점부터,

《침묵의 교실》은 더 이상 단순한 학급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음 화부터는 ‘조현빈’의 시점이 다시 중심에 등장할 예정입니다.

긴장감을 놓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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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6-27 08: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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