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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무너뜨린 건, 유리창 하나 때문이었다 - 멘탈과 "깨진 유리창 이론"의 심리학
  • 기사등록 2025-07-09 08: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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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최지현]



하루를 망친 건 사실 커피를 한 잔 쏟은 일이었다.

수업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손에 들고 있던 아메리카노가 갑자기 옷에 쏟아졌다. 커피 얼룩을 닦다보니 수업에 지각해버렸다. 결국 수업 앞부분을 듣지 못했고, 강의 내용이 이해가 안되어 집중하지 못했다. 기분이 찝찝해져 알바에서도 평소 하지 않던 실수를 연달아 저질렀다. 그냥, 커피를 쏟은 것부터 뭔가 어긋나기 시작한 하루였다.

 

대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있었을 법한 날이다. 돌이켜보면 대단한 사건은 없었다. 그러나 아주 사소한 시작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하루 전체의 흐름을 바꿔버렸다. 흔히 우리는 이런 상태를 ‘멘탈이 흔들렸다’고 표현하는데, 왜 이처럼 작은 사건 하나가 감정과 행동 전반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이는 단순한 우연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인지와 감정이 작동하는 방식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를 설명하는 심리학 이론이 바로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은 사소한 무질서가 더 큰 혼란과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회심리학 이론이다. 만약 한 건물의 유리창이 깨져 있는데도 오랫동안 방치된다면, 사람들은 그 공간을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곳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처럼 방치된 환경은 무의식적으로 ‘여긴 규칙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결국 더 많은 파손과 범죄를 부추기게 된다. 실제로 범죄자들은 이런 무질서한 공간을 더 위험 부담 없이 행동할 수 있는 곳으로 간주한다. 해당 이론은 실제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1990년대 뉴욕에서는 이 이론에 따라 지하철의 낙서를 지우고 위생 상태를 개선하는 정책을 실시했고, 이후 범죄가 크게 감소하였다. 비즈니스 분야에도 적용되어 기업이 고객의 인식에 대응하는 깨진 유리창 관리를 중요하게 본다. 매장 내 청결, 직원의 태도 등과 같은 사소한 문제들이 전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신호를 미세하게 감지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기업들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우리 내면에도 유리창이 있다


도시는 한순간에 붕괴하지 않고,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균열로부터 시작된다. 유리창 하나가 깨졌을 때 아무도 그것을 고치지 않으면, 그 공간은 ‘관리되지 않는 영역’으로 인식되고, 곧 더 큰 무질서로 이어진다. 이러한 도시의 모습은 우리의 내면에서도 나타난다. 면접에서 압박 질문이 들어왔을 때, 시험을 앞두고 볼펜이 고장났을 때, 우리 안에 유리창 하나가 깨진다. 사실 그저 사소한 순간에 불과하지만. 마음속 질서는 그때부터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처럼 개인의 내면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실수, 계획의 어긋남, 일상적 리듬의 이탈은 ‘깨진 유리창’이 된다. 문제는 그것이 파손 그 자체가 아니라, 통제가 해제되었다는 신호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일상 속 아주 사소한 틈 하나가 심리적 무질서를 유발하고, 자기통제력과 감정 조절력을 약화시키며 더 큰 감정적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 

 

멘탈(정신력)은 심리학에서 회복탄력성과 같은 개념으로 주로 쓰인다. 회복탄력성은 역경을 직면하였을 때 이를 극복해내고 환경에 적응하여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능력을 말한다. 하지만 회복탄력성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먼저 깨진 유리창을 인식하고, 그것이 무질서로 확산되기 전에 개입해야 한다. 방치된 감정은 더 큰 감정으로 확장되고, 작은 흔들림을 그냥 넘길수록 회복은 어려워진다. 여기서 중요한 건, 모든 심리적 균열을 곧바로 회복해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스스로 다시 통제할 수 있다는 신호를 뇌에 전달하는 일이다. 계획이 어그러졌을 때 일정을 다시 정리하거나, 실수 후 심호흡 한 번으로 마음의 브레이크를 거는 것처럼, 회복탄력성은 거창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무질서를 다루는 일상적인 대응의 반복에서 형성된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태도 자체가 곧 회복의 시작인 셈이다. 



깨진 유리창 수리하기


유리창은 언젠가 깨지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것이 깨졌느냐가 아니라, 깨졌을 때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어떻게 수리하느냐다. 완벽하게 유지되는 정신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상의 압박과 변수 속에서 균열은 불가피하며, 무너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작은 균열을 ‘붕괴’가 아니라 ‘복구의 신호’로 인식해야 한다. 회복탄력성의 시작은 대단한 결심이나 극적인 변화가 아니라, 사소한 자기 대화에서 시작된다. “이 정도는 괜찮아”, “다 망친 건 아니야”와 같은 말들이 감정의 폭주를 가라앉히고, 통제력의 붕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결국 멘탈이란 “완벽함”의 상태가 아니라, 관리와 회복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유지되는 일종의 시스템이다. 

 

유리창 하나에 금이 갔다고 건물 전체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작은 실수 하나로 자신을 무가치하게 여기는 태도는 오히려 멘탈을 더 쉽게 무너뜨린다. 정작 우리를 무너뜨리는 건 실수 자체가 아니라, 그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게 만드는 스스로 정한 기준일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1) 김영제, 한상일. (2008). 깨진 유리창이론(Broken Window Theory)에 대한 실증적 분석: 물리적 환경설계와 지역범죄통제 거버넌스의 효과를 중심으로. 행정논총. 제46권4호.

2) 이희락. (2017). 낙관성,회복탄력성,삶의 의미가 성인의 긍정적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한국외국어대학교 석사학위논문.

3) 고경래. 깨진 유리창 법칙(Broken Windows, Broken Business). 신한 FSB 리뷰 - 이 달의 책. 신한은행.

4) 인물과사상 편집부. (2009). '깨진 유리창 이론'이란 무엇인가?. 인물과사상 2009년 8월호(통권 1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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