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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화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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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A 씨는 기말고사 전날 늦게까지 친구들과 어울렸다. 성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A 씨에게 이번 시험은 특히 중요한 평가였지만, 공부를 시작하기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결국 A씨는 잠을 선택했고, 결과는 당연히 만족스럽지 않았다. 성적표를 확인한 A 씨는 실망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이번 시험은 운빨이었어. 문제도 이상했고,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다루지 않은 내용이 나왔잖아.”


한편, 직장인 B 씨는 며칠 전부터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하지만 퇴근 후 허기진 배를 참지 못하고 야식으로 치킨을 시켰다. 그리고 치킨을 먹이며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치킨은 단백질이잖아. 그렇게 나쁘진 않아.”


이처럼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모습은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발견된다. 이런 심리적 반응의 중심에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가 있다. 




불편한 마음을 해소하는 심리 전략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종말론을 믿는 한 이단 종교 집단에 신자로 가장해 참여관찰을 수행했다. 예고된 종말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지만, 신자들은 이를 "우리의 믿음 덕분에 신께서 세상을 구원했다"며 해석했다. 


이 사례를 통해 페스팅거는 사람이 서로 충돌하는 생각이나 행동 사이에서 심리적 불편을 느낄 때, 행동보다 신념을 바꾸어 그 불편을 해소하려 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즉, 행동과 생각이 일치하지 않을 때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행동에 맞게 조정함으로써 불편함을 줄이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이다. 인지부조화란 자신의 행동과 생각과 일치하지 않을 때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것을 말한다.


위 사례에서 대학생 A 씨는 스스로 성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기말고사를 앞두고도 공부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낮은 성적을 받았다. 이때 A 씨는 ‘나는 성적을 중요시하는 사람인데 왜 공부를 안 했지?’라는 심리적 불편함을 느끼게 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A 씨는 운이 나빴다거나,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다루지 않은 내용을 문제로 냈다는 식으로 책임을 외부로 돌리며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행동을 바꾸는 대신, 상황을 탓함으로써 ‘나는 성실한 학생’이라는 자기 이미지를 지키려 한 것이다. 


직장인 B 씨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인지부조화를 겪는다. B 씨는 다이어트를 결심했지만, 퇴근 후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야식으로 치킨을 먹었다. 그리고 “치킨은 단백질이니까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신념과 치킨을 먹은 행동 사이의 충돌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그럴듯하게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심리적 불편을 해소한 것이다.


이처럼 두 사례 모두 ‘행동을 바꾸기보다 생각을 바꾸는 방식’으로 불편함을 줄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러한 합리화의 과정이 바로 인지부조화의 핵심이다. 우리가 서로 충돌하는 생각과 행동 사이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내리는 심리적 선택인 것이다.




인지부조화를 보여주는 실험


인지부조화를 다룬 유명한 실험이 있다. 페스팅거와 그의 동료 칼 스미스는 참가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30분 동안 상자에 실감개 넣기’ 같은 매우 지루한 과제를 시켰다. 과제가 끝난 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부탁했다. “앞으로 이 과제를 하게 될 다른 사람들에게, 오늘 과제가 재미있었다고 말해 주세요.”


결과적으로 두 집단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오늘 과제가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후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실제로 과제가 재미있었나요?”라고 묻자, 20달러를 받은 집단은 “사실 재미없었어요.”라고 대답했고, 1달러를 받은 집단은 “정말 재미있었어요!”라고 말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든 걸까? 두 집단 모두 ‘재미없는 과제를 재미있다고 말한 행동’과 ‘실제로는 재미없었다는 생각’ 사이에서 심리적 불편함(인지부조화)을 느꼈다. 20달러를 받은 집단은 큰돈을 받았기 때문에 거짓말을 쉽게 합리화할 수 있었다. “재미없었지만 돈을 많이 받았으니까.”라고 생각한 것이다. 반면 1달러를 받은 집단은 달랐다. 겨우 1달러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납득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정말 재미있었다.’고 믿음으로써 불편한 마음을 없앤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매일 작은 선택을 한다. 카페에서 고른 음료, 입은 옷, 친구와의 약속, 그리고 연애와 진로에 이르기까지. 그 선택이 언제나 옳은지 확신할 수 없기에,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마음을 달랜다. 어쩌면 이런 심리적 반응은 단순한 자기 위로를 넘어, 선택 이후의 불안을 덜고, 흔들림 없이 살아가기 위한 우리만의 방식인지도 모른다.





* 참고 문헌

1) 네이버 지식백과. (n.d). 인지부조화.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676297&cid=62841&categoryId=62841

2) 류혜인. (2021). 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서울:스몰빅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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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7-15 08: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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