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윤하림은 교무실 문을 닫았다.
묘하게 삐걱이는 소리가, 고요한 공간에 잔잔한 파문처럼 번졌다.
책상마다 쌓인 서류더미, 가방, 그리고 아무도 없는 빈 의자들.
평범해 보이지만 어딘가 이질적인 분위기.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정적 속에서도 귓가를 맴도는 건, 자신이 문을 열던 그 순간 담임 송수진이 내비쳤던 그 표정.
놀람도, 당혹도, 그리고… 두려움이었다.
“여기 어딘가에 증거가 있을 거야.”
하림은 책상 서랍을 하나씩 열기 시작했다.
담임의 책상은 정리되어 있었지만, 몇몇 메모는 깊은 의심을 품게 했다.
‘전근 신청서 - 즉시 가능’
‘이서 관련 문건 폐기 요청’
그는 숨을 삼켰다.
그리고 하단 서랍에서 낡은 스케치북 하나를 발견했다.
표지는 찢겨 있었고, 내부에는 익숙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정이서의 얼굴.
고윤태의 그림체.
그리고— 윤하림 자신의 모습도.
스케치북 마지막 장에는 낯선 아이의 초상화가 있었다.
피해자의 이름은, '박다현'.
“...여기까지 알고 있었던 거야?”
하림은 머리를 감쌌다.
“담임이 이걸 감추고 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다 알게 되는 걸 막으려는 거였어.”
그때, 교무실 뒤편의 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하림은 반사적으로 몸을 숨겼다.
느릿느릿 다가오는 발소리.
검정 구두.
그리고 나타난 건—
정시아.
“하림아.”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이제 그만 멈춰야 해.”
“왜?”
하림의 목소리는 떨렸다.
“넌 진실을 원했던 거 아니었어?”
정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진실이 모든 걸 구하진 않아.”
교무실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말없이 서로를 마주한 두 사람.
그리고, 정시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담임 선생님이, 자수하려 했어.”
“...뭐?”
“이서가 남긴 영상이 있다는 거, 나도 알아.”
“근데 너처럼 몰래 여기 들어오는 게 아니라… 선생님은, 정당한 방법으로 그걸 마무리하고 싶었어.”
하림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걸 묵인하고 있었어. 그게 선생님이든, 아니든.”
정시아는 눈을 내리깔았다.
“…우리, 너무 멀리 온 걸지도 몰라.”
그 순간, 교무실 전화가 울렸다.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전화기 화면에는 ‘정문 경비실’이라는 발신 표시가 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정시아가 수화기를 들었다.
“…네?”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지금… 경찰이 학교 안으로 들어왔다고요?”
작가의 말 :
진실을 마주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점점 얽히는 진실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30화를 기점으로, 《침묵의 교실》은 마지막 장면을 향해 달려갑니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할 다음 화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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