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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림은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희미한 불빛 속에 조심스레 발을 들였다.

교무실 안은 기묘하게 조용했다.

책상 위에 어지럽게 펼쳐진 학생부 기록지들 사이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지나갔다.

그녀는 발끝에 힘을 주며 책상들 사이를 조심스레 지나갔다.


“정말... 여기 뭔가 있는 거야?”


작은 속삭임이 공기 중으로 흩어졌고, 대답 대신 형광등 하나가 갑자기 ‘지직’ 하고 깜빡였다.

그 순간, 정시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림아... 너, 여기 왜 왔어?”


윤하림은 깜짝 놀라 뒤돌았다.

정시아가 어둠 속에서 걸어나왔다.

눈동자는 피로 물든 듯 붉게 빛났고, 손에는 무언가를 움켜쥐고 있었다.


“시...시아야, 너... 그거 뭐야?”


정시아는 아무 말 없이 손을 펴보였다.

그 손에는 고윤태의 책상에서 사라진 열쇠고리, 그리고 찢겨진 사진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사진 속에는 중학생 시절의 고윤태, 정시아, 그리고... 담임 송수진이 함께 웃고 있었다.


“이제 다 기억났어.”


정시아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우릴 침묵하게 만든 건... 단지 윤태가 아니야.”


윤하림의 눈이 커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송 선생님이?”


정시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체육창고에 있었던 건 나 혼자였던 게 아니야.”

“......”

“담임도... 거기 있었어.”


교무실의 공기가 일순간 얼어붙었다.

윤하림은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느꼈다.

그동안 자신들이 놓치고 있던 퍼즐 조각 하나가, 드디어 제자리를 찾은 듯했다.


“그래서... 이제 뭘 할 거야?”


윤하림이 조심스레 물었다.

정시아는 천천히 사진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찢어진 종이 조각을 이어 붙이며 말했다.


“다시, 시작해야지. 진실을. 모두의 입으로.”


문득, 교무실 창문 너머로 누군가가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빛도, 그림자도 닿지 않는 곳에서.




작가의 말 :

이제 진실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습니다.

정시아의 기억이 열리며, 사건의 또 다른 중심이었던 송수진 담임의 과거가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31화는 ‘침묵’이라는 키워드가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과 교사를 연결해왔는지 암시하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32화에서는 송수진의 시점으로 과거의 사건을 되짚으며, 본격적인 갈등이 폭발할 예정입니다.

다음 화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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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7-02 09:53:15
  • 수정 2025-07-02 09: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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