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윤하림은 교무실 문 앞에 잠시 멈춰 섰다.
문 너머로 들리는 미세한 숨소리가 그녀의 온몸을 긴장시켰다.
손끝이 떨렸지만, 그녀는 다시 문고리를 잡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교무실 안은 고요했다.
어두운 형광등 아래, 담임은 창가 쪽 책상에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그 모습은 기이하게도 흔들리지 않는 그림자 같았다.
“선생님…” 하림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담임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의 눈동자는 이전과 달랐다.
붉은 핏줄이 퍼진 그 눈은, 인간이라기보다 포식자 같았다.
“이제 다 알았니?” 담임은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림은 주춤했지만, 끝내 물러서지 않았다.
“왜 그런 짓을 하셨나요. 장하율 선배에게… 다른 아이들에게도…”
“그 아이들이 먼저였어.” 담임은 눈을 감았다.
“모른 척하는 게, 그 교실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지.”
“아니요. 침묵은 방관이 아니라, 공범이에요.”
하림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 순간, 교무실의 문이 ‘탁’ 하고 닫히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문을 밖에서 닫은 것이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하림은 직감했다.
정이서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 싸움이 이제 막 시작되었음을.
“선생님, 저 혼자가 아니에요.”
하림은 그렇게 말하고, 휴대폰을 꺼내 녹음 버튼을 눌렀다.
담임의 얼굴은 처음으로 당황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당신의 목소리로, 진실을 기록할 거예요.”
책상 위에 놓인 빨간 펜 하나가 흔들렸다.
그리고 교무실 안에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그 고요는, 폭풍 전야의 정적처럼 무거웠다.
작가의 말 :
이번 화는 하림과 담임의 첫 대면이자, 침묵의 교실에 균열이 생기는 전환점입니다.
드디어 윤하림이 정면으로 담임을 마주했지만, 진실은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곧, 정이서 또한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다음 화에서는 고윤태와 정이서의 과거가 더욱 깊게 드러날 예정입니다.
계속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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