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윤하림은 교무실 깊숙이 들어섰다.
사방은 정적에 잠겨 있었고, 유리창 틈 사이로 바람 한 줄기가 어깨를 스쳤다.
선생님들의 자리는 모두 비어 있었다.
딱 하나, 책상 위에 켜진 모니터가 그녀의 눈을 사로잡았다.
“누가… 이걸 켜놨지…?”
하림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마우스를 움직였다.
화면 속에는 학생들의 이름이 정리된 엑셀 파일이 떠 있었다.
파일명은 ‘보존명단_3C_기록용(비공개).xlsx’.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클릭했다.
화면엔 낯익은 이름들 사이로,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 보였다.
[삭제 요청자]
[은폐 요청일]
[삭제 사유]
그중 하나가 하림의 손을 멈추게 했다.
고윤태 – 삭제 요청자: 박○○ – 사유: 감정적 불안, 기록 삭제 요청
“…윤태…?”
하림은 혼잣말을 중얼이며 마우스 휠을 내렸다.
그리고,
그녀는 정이서의 이름을 찾았다.
그러나 이서의 행은 삭제되어 있었다.
셀 안에는 단 한 문장만이 남아 있었다.
[이름 없음 – 현재 기록 불가 상태]
이상했다.
기록에서 삭제되었다는 것은 단순한 행정상의 오류가 아니었다.
이건,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녀의 존재를 지우려 한 것이다.
하림은 곧장 파일을 저장하려 했지만,
시스템 경고창이 팝업되었다.
“해당 파일은 외부 저장이 불가합니다. 접근 권한 제한됨.”
순간, 그녀의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뭐하니, 윤하림.”
담임이었다.
낮고 무거운 목소리, 하지만 웃고 있었다.
“이건… 그냥 우연히 켜져 있어서…”
“그 파일은 보면 안 되는 거야.”
담임은 모니터를 스르륵 끄며 다가왔다.
그의 시선이 유리창에 반사되었다.
하림은 그 눈빛 속에 뭔가 비정상적인 결의가 담겨 있다는 걸 느꼈다.
“하림아, 학교엔… 알아선 안 되는 게 있어.”
“왜… 왜 윤태랑 이서의 이름이 없어요? 왜 다들 그 일을 모르는 척해요?”
담임은 웃음을 지우고, 정면으로 하림을 바라봤다.
“그건, 너희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어.”
그 순간, 교무실의 전등이 번쩍였다.
그리고 노트북 스피커에서 정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기록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하림과 담임은 동시에 모니터를 바라봤다.
꺼졌던 화면이 다시 켜져 있었다.
정이서의 얼굴이 화면 가득 나타났다.
“너희가 지운다고 끝날 것 같아?”
담임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났고,
하림의 눈은 더는 떨리지 않았다.
“이서야… 넌 아직 여기 있어.”
작가의 말 :
숨겨진 진실은 결국 스스로 문을 열게 됩니다.
《침묵의 교실》의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는 순간입니다.
이제, 감춰진 이름들이 빛을 보기 시작합니다.
34화에서는 정이서가 남긴 진짜 ‘마지막 메시지’가 드러납니다.
기대해주세요.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