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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수현 ]



최근 한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음주 운전 차량에 빨간 번호판을 부착하자.’라는 주장이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음주 운전자는 번호판을 빨간색으로 바꾸고, 혈중 농도에 따라 장착 기간을 결정하자는 주장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며 감탄하지만, 사실 빨간 번호판을 도입하자는 주장은 2년 전부터 있었다.

 

해당 주장이 제기된 건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미국과 대만에서는 이미 특수 번호판이나 형광 번호판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이미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건 사람들이 그만큼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뜻인데,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낙인 효과’이다.



• 너 그런 사람이었어?



낙인이란 말이나 소의 소유권을 나타내는 표시이다. 특정 문양의 쇠붙이를 불에 달구어 찍는 것으로, 한 번 찍히면 죽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는다. 현대에서는 ‘특정 대상에게 부정적인 편견을 갖도록 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확장되었다. 낙인이라는 특성답게 한 번 알려진 편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낙인을 가진 대표적인 인물로는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있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나요?”라는 말로 유명한 인물이다. 당시 프랑스 국민은 빈곤에 시달리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무지하고 사치스럽다고 생각될 수 있는 발언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마리 앙투아네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심지어 다른 왕족들에 비해 검소한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악녀로 낙인찍혀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미움을 받는 왕비로 남아 있다.

 

이처럼 과거에 좋지 않은 경력이 현재의 인물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이를 낙인 효과라고 부른다.

 

우리는 낙인 효과를 통해 사고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빨간 번호판을 예로 들어보자. 일반 번호판이라면 눈길이 가지 않겠지만, 앞차가 빨간 번호판을 가졌다면 뒤차 운전자는 앞차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차간 거리를 벌리거나 차선을 넘어가는 등 좀 더 신중하게 운전할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사회적 감시로 작용해 심리적으로 부끄러움이나 자책 등의 정서를 유발할 수 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바르게 살아가도록 한다. 전자발찌, 벌점 스티커, 죄수복 등도 낙인 효과에 포함된다.



• 이미 나쁘니까 괜찮아


낙인 효과의 부정적인 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한 번 낙인이 찍히면 편견이 사라지기 어렵다는 특성상 좋은 사람이 되기 어렵다는 생각에 오히려 나쁜 사람이 되기를 택하거나, 낙인을 지우기를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비만을 예로 들어보자. 비만이라는 단어에는 “식탐이 있거나, 운동 안 하는 게으른 사람”이라는 부정적 은유가 배어있는데, 이는 일종의 낙인이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김경곤, 건양대병원 강지현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비만 혹은 비만병이라는 낙인은 운동을 촉구하기는커녕 ‘병으로 낙인찍히는 느낌이 들어 불쾌하다.’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고 한다. 오히려 ‘건강 체중 초과’ ‘체질량 지수가 높은 사람’ 등 낙인 효과를 줄여주는 표현이 치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낙인 효과의 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감시를 두려워하게 한다. 그래서 위법 행위를 방지한다.’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너대니얼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의 주인공 헤스터 프린은 가슴에 주홍색 A자를 달고 있다. 당시 미국 보스턴은 청교도들이 개척한 곳으로 계율이 매우 엄격했고, 헤스터가 불륜을 저지르자 Adultery(간통)의 첫 글자 A를 낙인으로 찍어버린 것이다. 이는 범죄를 저질러 전자발찌를 채우는 행위와 같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헤스터의 낙인은 간통이 아닌 Able(유능함), Angel(천사)로 해석된다는 거다. 그녀가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양날의 검 낙인 효과



낙인 효과는 양날의 검과 같다.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빨간 번호판처럼 위법 행위를 감소를 기대할 수 있고, 비만 용어처럼 오히려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 헤스터 프린처럼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억울하게 낙인이 찍히면 지우는 일도 쉽지 않다. 그러므로 낙인을 찍을 만한 일이나 단어라면 신중해야 한다. 한 번 찍힌 낙인 만큼 낙인으로 인한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으니 말이다.



[참고 문헌]

 

1) 정선학. (2020, 6). 유쾌한 배경지식 | 사회 낙인, 낙인이론, 낙인효과. 유레카,(439), 94-99.

 2) 김철중. (2025년 7월 10일). 비만병보다 '건강 체중 초과'… 용어 바꾸면 낙인 효과 줄어. 조선일보https://www.chosun.com/medical/2025/07/10/YGBNKHY2LNGNVOLSVQSTZFZD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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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7-28 08: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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