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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압박감: 단체 채팅방 '읽음' 표시가 만드는 현대인의 스트레스 - 메시지를 읽었다면 반드시 답해야 할까?
  • 기사등록 2025-07-30 08: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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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조민서 ]



오후 3시, 회사 단체 채팅방에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화면 하단에 뜨는 알림을 보고 무심코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된다. 메시지 아래 작은 숫자가 하나씩 늘어나며 '읽음 5'라고 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내가 이 메시지를 읽었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알게 되었다. 답장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런 경험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라인 등 대부분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에서 제공하는 '읽음 표시' 기능이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심리적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기대와 압박감의 매커니즘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디지털 사회적 압박(Digital Social Pressure)'이라고 명명한다. 심리학과 김민수 교수는 "읽음 표시는 기존의 대면 소통에서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신호"라고 설명한다. "상대방이 내 메시지를 읽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동시에 내가 상대방의 메시지를 읽었다는 것도 노출되는 양방향 투명성이 생겨났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투명성은 두 가지 심리적 부담을 만들어낸다. 첫 번째는 '즉시 반응 압박감'이다. 메시지를 읽었다는 것이 공개되면, 사람들은 "왜 읽고도 답장하지 않을까"라는 추측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선택적 무시에 대한 불안'이다. 자신이 보낸 메시지가 읽혔지만 답장이 없을 때, 의도적으로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세대별로 다른 스트레스 양상


 

흥미롭게도 이 스트레스는 세대별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2024년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의 73%가 "단체 채팅방에서 읽음 표시로 인한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답했다. 반면 50대 이상은 43%만이 같은 경험을 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차이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 디지털 이주민 세대의 소통 방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대학생 이민지(22)씨는 "단체 채팅방에서 읽음 표시가 뜨면, 마치 모든 사람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특히 교수님이나 선배가 있는 단체방에서는 더욱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회피 전략의 역설



이런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다양한 '회피 전략'을 사용한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메시지 미리보기'를 통해 내용을 파악한 후, 답장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채팅방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읽음 표시 끄기'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회피 전략들은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낸다. 사회심리학과 박영희 교수는 "읽음 표시를 끄면 자신은 편해지지만, 상대방은 자신의 메시지가 읽혔는지 알 수 없어 또 다른 불안을 경험한다"며 "결국 집단 내 소통의 투명성이 떨어지고, 오해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뇌과학으로 본 읽음 표시의 영향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읽음 표시를 확인하는 순간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과 코르티솔이 동시에 분비된다. 도파민은 "상대방이 내 메시지를 읽었다"는 만족감을 주지만, 코르티솔은 "답장을 기다리는" 긴장 상태를 만든다.

 

서울대학교 뇌과학연구소 이준호 연구원은 "읽음 표시는 일종의 '미완성된 소통'을 의미하기 때문에, 뇌에서는 계속해서 이를 완성시키려는 충동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는 마치 끝나지 않은 음악을 듣는 것처럼 뇌에 지속적인 긴장을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건강한 디지털 소통을 위한 제언


 

전문가들은 읽음 표시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우선 '디지털 에티켓'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체 채팅방에서는 "읽음 표시가 있어도 즉시 답장할 의무는 없다"는 공통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긴급하지 않은 메시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응답 시간을 허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메시지 읽기 시간'을 정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루 중 특정 시간에만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하는 습관을 들이면, 읽음 표시로 인한 즉시 반응 압박감을 줄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읽음 표시가 단순한 기술적 기능일 뿐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정미경 교수는 "읽음 표시는 소통의 도구이지, 소통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기술이 인간관계를 지배하지 않도록 적절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무리하며


 

읽음 표시 기능은 디지털 소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예상치 못한 심리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는 기술이 인간의 심리와 사회적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한 결과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심리적 웰빙을 고려하여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다. 읽음 표시로 인한 스트레스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 모두의 과제다. 건강한 디지털 소통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기술적 편의성과 인간적 배려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1) 김민수. (2024). 디지털 커뮤니케이션과 사회적 압박: 메신저 읽음 표시의 심리학적 영향.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연구보고서*. 

2) 박영희. (2024). 현대 사회의 디지털 소통 패턴과 심리적 적응. *고려대학교 사회심리학과 논문집*, 15(2), 45-67. 

3) 이준호. (2024). 메신저 읽음 표시가 뇌 활동에 미치는 영향: fMRI 연구. *서울대학교 뇌과학연구소 학술지*, 8(3), 112-128. 

4) 정미경. (2024).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의 인간관계 변화 양상.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연구논문*, 22(1), 78-95. 

5) 한국정보화진흥원. (2024). *2024년 디지털 소통 행태 및 스트레스 실태조사*. 한국정보화진흥원. 

6) Przybylski, A. K., & Weinstein, N. (2017). A large-scale test of the goldilocks hypothesis: Quantifying the relations between digital-screen use and the mental well-being of adolescents. *Psychological Science*, 28(2), 204-215.

7) Twenge, J. M., & Campbell, W. K. (2018). Associations between screen time and lower psychological well-being among children and adolescents. *Developmental Psychology*, 54(2), 271-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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