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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고예림 ]


일부 지역의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어서며 이른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집 밖을 나서 5분만 걸어도 땀이 뚝뚝 떨어진다. 여름철 더위에 체력이 금방 소진되고, 짜증이 나기 쉽다. 땀이 흐르는 그 끈적한 느낌만으로도 기분이 불쾌해지고, 친구나 연인 사이에 사소한 다툼을 부르기도 한다.


무한도전

필자 또한 여름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더위와 습기로 인한 예민함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사람들과 만나도 으레 나오는 대화는 “너무 덥다”는 하소연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시원한 곳에 있다가도 밖에 나갈 생각에 기운이 빠지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이 뜨거운 여름날을 보낼 귀엽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됐는데, 그 순간 웃음을 참지 못하고 ‘풉’ 하고 웃어버렸다.




“한반도는 지금 습식사우나 중” – 생각의 방향을 바꾸다


지난 7일, 인스타그램 채널 ‘급양만와’에 ‘지금 날씨 업고 습한 게 개이득임’이라는 인스타툰(인스타그램+카툰의 혼성어)이 업로드됐다. 만화의 내용은 지금 한국이 이렇게 더운 이유가 다름 아니라 한반도 자체가 습식사우나를 즐기고 있어서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인스타툰 '급양만와'가 올린 게시물한반도가 고생이 많으니 사우나로 잠깐 쉬어주는 타이밍이 지금이라는 것. 그러니 우리도 괜히 짜증낼 필요 없다는 논리다. 어차피 우리는 무료로 사우나를 즐기고 있는 셈이니까. 작화가는 이를 경제적인 수치로 설득하는데, 찜질방 비용 1만 5천 원에 인구수를 곱해 총 7,500억 원의 경제효과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결국 우리는 돈을 아끼고 있는 셈이며, 더위에 짜증을 낼 게 아니라 무료 사우나를 제공해 준 한반도에게 감사해야 한다며 마무리한다.


사람들은 “그럼 아이스방도 추가해 주던가” 같은 농담으로 맞대응하거나,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여름에 내가 아마존의 도마뱀이 됐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져요.”라며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정말, 생각이 뇌를 속인다


흥미로웠던 건 이 황당한 발상이 실제로 더위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더위는 여전했지만, 이 더위를 ‘한반도의 사우나 서비스’라고 생각하니 신기하게도 참을 만해진다는 게 기이하고도 요상했다. 이 과정에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적 재평가’가 작용한다.




인지적 재평가, 생각의 전환이 만들어내는 변화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적 재평가란, 상황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거나 부정적인 관념을 긍정적으로 바꿔 보는 심리적 전략이다. 이 방법을 통해 우리 뇌를 속여 폭염도 조금은 유쾌하게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여름날 더위에 지쳐 괜히 친구나 가족에게 짜증을 내지 않으려면 더더욱 필요하다.


해골물을 마시는 원효대사실제로 2003년 월스트리트저널은 “Employees Only Think They Control Thermostat”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무실에 설치된 가짜 온도 조절기에 대한 사례를 소개했다. 많은 직원이 버튼이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른 채, “내가 조절했다”는 믿음만으로 온도가 변했다고 느꼈다. 이 사례는 생각(인지)이 뇌의 감각 해석 방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미국의 MIDUS 연구에 따르면 인지적 재평가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스트레스 관련 질환 발병률이 낮았다. 10년 후 일상 스트레스에 대한 감정 반응이 줄었고, 20년 후에는 신체 및 정신 건강, 만성질환 발생률까지 낮았다.




결국, 이 모든 건 관점의 문제


예를 들어, 한때 밈으로 유행했던 ‘오히려 좋아’도 비슷한 원리다. 상황에 대한 관점을 살짝만 바꿔도 부정적인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런 사고방식은 단순히 관점 변화에 그치지 않고, 신념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인지부조화를 해소하는 심리적 자기합리화로도 작용한다.




더위도, 인생도 마음 먹기 나름!


뇌는 생각을 통해 현실을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같은 온도라도, 같은 상황이라도, 우리가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뇌는 전혀 다른 감각을 만들어 낸다. 한반도가 맞이한 이 뜨거운 폭염도 마찬가지다.


이 폭염은 단순히 온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때로는 가벼운 농담 하나, 발상의 전환 하나가 더위를 견디게 하고, 오늘 하루를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결국,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에어컨 리모컨이 아니라, 마음을 조금 더 가볍게 해 줄 ‘생각의 전환’이다. 한반도의 폭염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힘은 에어컨이 가진 파워 냉방의 권력에 있지 않고, 우리 마음 안에 있다. 생각의 방향을 조금만 바꾸면, 여름의 더위도, 일상의 힘듦도 훌훌 잘 보낼 수 있겠다.


아! 그래도 뜨거운 건 여전하니, 수분 보충 잊지 마시길!









* 참고문헌

1) 보다(BODA), 과학자가 말하는 무더운 여름에도 뇌를 속이면 시원해지는 이유, 2025.04.30. https://www.youtube.com/watch?v=1xJv7eTmuAM

2) 이승훈, 올 여름 전력수요 역대 최고치 경신할 듯, KBS뉴스, 2025.07.11.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01454&ref=A
3) Goldstein, 인지심리학: 마음, 연구, 일상경험 연결, Cengage Learning, 2016

4) Jared Sandberg Staff, Employees Only Think They Control Thermostat, The Wall Street Journal, 2003.01.15., https://www.wsj.com/articles/SB104257762859140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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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7-31 08: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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