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언
[한국심리학신문=이지언 ]
7월 현재 한국은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전국 대부분은 체감온도 35–37 ℃를 오르내리며 폭염주의보가 이어지고 있다. 그늘은 줄어들고, 바람은 뜨거워졌으며, 도시 전체가 열기에 잠식당하고 있다. “이런 더위는 처음이다”라는 말은 어느새 매년 반복되는 계절 인사가 되었다. 이상기후는 더 이상 미래의 예보가 아니라, 현재를 관통하는 일상이 되었다. 이상기후가 낯설지 않은 시대다. 어린 시절에 비해 더워졌다는 걸 점점 체감하게 된다. 하지만 단지 날씨만 변한 것일까?
기후가 바뀌면 마음도 바뀐다?
기후변화에 대하여 느끼는 불안감이며, 기후변화는 실질적인 위험이므로 기후 불안은 적절한 불안으로 볼 수 있다. 일상적인 기상 현상에 대한 불안이 아닌 기후 위기 및 생물 다양성의 위기에 대한 정서적인 반응으로 볼 수 있다. 기후 변화는 인류 생존에 대한 불확실성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실존적인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기후 불안은 사람들이 기후 위기를 직면할 때 경험할 수 있는 불안이나 두려움, 슬픔, 분노, 무력감과 죄책감 등 여러 부정적인 감정을 포괄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기후 불안이 단순히 안 좋은 영향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기후 불안은 사람들이 기후 변화에 적절하게 반응하고 적응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기후 불안이 지나치게 심한 경우 실존적 불안과 동시에 사람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하지만 적당한 것이 중요하다.
몸으로 겪는 기후 위기
전 세계적으로 날씨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되는 자연재해의 발생 수는 1960년대 이후 세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매해 이런 재해들은 6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피해는 개발도상국에 큰 위협을 끼치기도 한다. 이처럼 기후 변화 위험이 증가하면서 필연적으로 기후 변화의 원인과 그 영향은 현 사회에서 빠질 수 없는 주요한 쟁점이 되었다.
먼저 폭염 등과 같은 극단적인 고온 현상은 사람의 신체에 직접적인 악영향은 단시간에 끼쳐 위험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심혈관 질환이나 호흡기 관련 질환으로 인한 건강 악화와 이를 넘어 사망에까지 직접적인 기여를 하는데 이는 노인들에게 매우 위험하다.
기후 변화로 인한 강수량 패턴의 변화와 홍수의 빈도 및 강도 증가 또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하나의 요소이다.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강우량 패턴은 깨끗하고 충분한 물의 공급에 영향을 미치고 안전한 물의 부족은 위생에 큰 타격을 주며 설사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지구 온난화로 인한 물 공급의 어려움은 고온에 민감한 모기의 증식을 유도한다. 이로 인해 말라리아, 뇌염뎅기열, 황열병 등의 모기를 매개체로 한 전염병의 확산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으며 더 많은 지역이 지구 온난화의 영향에 노출됨에 따라 이런 위험성이 전 세계로 확대될 수 있다. 이처럼 기후 변화의 문제점은 건강 영역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며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마음으로 겪는 기후 위기
앞선 내용과 같이 기후변화는 사람의 신체 및 건강에도 다양한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심리적 정서적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여러 직접적인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PTSD는 본인이 사고를 직접 경험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사고를 겪는 것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정신 장애다. 외상 사건을 겪은 사람의 인지와 감정, 행동적 측면 모두에 전반적으로 중요한 변화를 발생시킨다. 외견상 사고 이전과 비슷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PTSD의 재경험, 회피와 같은 특징은 PTSD 환자의 내면은 사건 전후로 이미 많은 변화와 큰 차이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다수이다. PTSD 환자들은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외상적 기억을 계속해서 경험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외상적 사건과 관련된 고통스럽고 괴로운 기억들을 생각하거나 떠오르게 하는 것들을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피하려고 하며 중요한 활동들에 대한 관심이나 참여하 저하됨과 동시에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하지 못하기도 한다. 또한 자기 파괴적 행동, 지나친 분노, 과도한 경계와 같은 문제와 주의집중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증상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겉모습과는 달리 PTSD 환자들은 외상 경험을 하기 전 생활과 동일한 생활을 영위 한다는 것 자체가 극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기후 변화는 인간이 특히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문제이다. 통제와 조절이 안 되는 ‘통제 불가능성’은 학습된 무기력감으로 이어지기 쉽다. 아무리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장바구니를 쓰고 걸어 다녀도 쓰레기는 점점 많아지고 지구는 점점 더워지는 듯 싶다. 이런 상황은 내가 뭘 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며 인식이 강화되고 무기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한 기후 불안의 불안은 일반적인 범불안장애가 아니라 실제적인 생태계 위협에 대한 정서적인 반응이다. 다만 기후 불안이 일반적인 불안정서가 차이가 있다는 것이지 기타 불안 정서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고 기후 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기후 불안 등의 다양한 양상으로 개인에게 부정적인 심리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여전히 주의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아직은 낯선 기후 불안
하지만 현재 대중들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기후변화에 대한 심리적인 반응은 불안보다는 걱정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기후 불안은 청년세대에서 존재하긴 하지만 아직까진 드문 편이다. 이는 기후 변화를 겪고 있긴 하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겪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심리적 고통과 인지적, 정서적 손상을 유발하는 기후 불안이 드문 현상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언론을 통해 기후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이 보도되며 검색량이 증가하긴 했으나 사람들이 기후 불안의 개념을 알고 경미하게 기후 불안을 호소하는 것과는 별개로 현재 수도권은 20~30대 중에서 기능적 손상을 동반할 정도의 영향을 주는 기후불안을 경험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다만 기후 변화는 현재 진행 중인 중요한 현상임과 동시에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기후 불안에 대한 종단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앞으로 기후 변화가 점차 심각한 방향으로 진행되어 비극적으로 전개된다면 청년 세대 사이에서의 기후 불안은 점차 흔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지 않을지라도 앞으로의 변화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예측할 수 없는 삶 속에서 새로운 힘과 가능성을 찾고 서로 함께 행동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문성원(Sung-Won Moon). "기후변화와 심리적 적응." 한국대기환경학회지 32.3 (2016): 237-247.
이지연. "기후불안과 기후걱정이 청년세대 친환경행동에 미치는 영향." 국내석사학위논문 서울대학교 대학원, 2024. 서울
WHO: World Health Organization, 2015
Journal of Korean Society for Atmospheric Enviro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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