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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은 정적에 잠겨 있었다. 

바닥에 주저앉은 윤태는 손끝을 떨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입술은 말라붙고, 숨소리는 얕아졌다.

그의 앞에 선 하림은 단단히 쥔 주먹으로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차갑고 단호했지만, 

그 안에서 맺히는 울분은 말보다 더 날카로웠다.


"그때... 너는 알고 있었던 거야, 그렇지?"


하림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교실을 가득 메운 고요 속에서 칼처럼 또렷이 울렸다. 

윤태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흐느낌과도 같은 숨결만이 흘러나왔다. 

침묵은 때론 무력하고, 때론 죄책감보다 무거웠다.

그 순간, 정이서가 조용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는 하림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하림아... 그만해. 이대로는 우리 모두 무너질 거야."


이서의 말에 하림은 고개를 돌렸다. 

한동안 말이 없던 그녀는 이서의 눈동자 속에서 흔들리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것은 연민도, 두려움도 아닌, 

‘지켜내고 싶은 진심’이었다.


"무너진 건 나야." 


윤태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오래된 창고에서 삐걱이는 나무문처럼 거칠고 위태로웠다.


"처음엔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면서도,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그리고... 결국엔—"


그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머리를 감싼 두 손 사이로 후회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하림은 잠시 그를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지켜만 보는 것도, 가해자야." 


그녀의 말은 차가웠지만, 

그것이 윤태의 구원을 막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때, 설화가 교실 문 앞에 나타났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선 그녀는 세 사람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바로, 한 장의 사진.


"이 사진... 우리 반이 처음 함께 찍었던 날이야." 


그녀는 사진을 이서에게 건넸다.

 

"모두가 웃고 있었지. 

지금은 아무도 웃지 않지만... 그래도, 다시 돌아갈 수는 있다고 믿어."


하림은 사진을 바라보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윤태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더 깊은 죄책감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이서와 설화, 그리고 하림의 시선은 그를 완전히 저버리진 않았다.

무언가 시작되고 있었다. 

진실의 고백이 갈등의 끝이라면, 용서는 변화의 시작이었다.




작가의 말 :

이번 45화는, 이 작품에서 가장 정적인 장면이자 감정이 가장 격렬히 교차하는 회차였습니다. 

하림의 분노, 윤태의 죄책감, 이서의 중재, 그리고 설화의 등장까지 — 

모두가 ‘무너진 교실’이라는 이름의 잔해 속에서 무엇을 지켜낼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침묵의 교실》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죄의식과 회복, 침묵의 공범 구조와 그 안에서 피어나는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음 화에서는 이 갈등이 어떻게 수습될지, 

그리고 또 다른 진실이 어떻게 모습을 드러낼지를 다룰 예정입니다.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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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7-22 09:5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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