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교실은 다시 평온해 보였지만,
그 안에 감도는 공기는 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하림은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숨을 골랐다.
지난 며칠간의 사건은 그녀에게 깊은 흔적을 남겼다.
윤태의 붕괴, 이서의 용기, 설화의 침묵.
그 모든 것이 교실의 공기를 바꿔놓았다.
"하림아, 너... 괜찮아?"
이서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녀의 눈엔 걱정이 서려 있었지만,
동시에 무언의 확신도 담겨 있었다.
하림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서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이젠... 확실히 알겠어.
이 교실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 순간, 교실 문이 덜컥 열렸다.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들어온 건 담임교사 김지훈이었다.
그는 다소 긴장된 얼굴로 학생들을 훑어본 뒤, 조용히 말했다.
"다들 자리 좀 비워줄래?
정이서 학생, 윤태 학생, 설화 학생, 하림 학생은 남아주세요."
교실은 술렁였지만, 곧 모두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네 명의 학생과 김지훈 교사만이 남은 교실.
긴 침묵이 흐른 후, 김 교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희들 중 누군가가 익명으로,
그동안의 상황을 기록해 학교에 제출했어."
"정황, 증거, 대화 내용... 심지어 몇몇 영상까지."
네 명 모두 놀랐지만,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눈빛만이 서로를 탐색할 뿐이었다.
"누구였는지 말하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이건 분명히 말해야겠다."
"학교는 이 사건을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
"교사의 방임, 학생 간의 가학, 그리고 무기력한 침묵까지."
"전부 다."
하림이 입을 열었다.
"선생님, 이제는 끝내야 해요."
"이 교실의 침묵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끝나야 할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윤태는 고개를 숙인 채, 손을 꽉 쥐었다.
설화는 말없이 하림의 손을 살짝 잡았다.
그리고 이서는 조용히 말했다.
"우리가 시작한 일이니까, 우리가 끝내야죠."
그때 김지훈 교사는 문서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이건 학생자치위원회가 요구한 특별 회의 소집 공문이야."
"이 사건에 대해 너희 넷이 직접 이야기해줄 수 있겠니?"
네 명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 말 :
46화는 ‘진실의 문’이 열리는 순간입니다.
지금까지 누적된 갈등과 침묵이 드디어 외부로 향하고,
교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사회와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하림의 결단, 윤태의 침묵, 이서의 용기, 설화의 직감.
이 네 인물이 만들어내는 균형은 다음화부터 교실 밖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다음 화에서는 ‘공식적인 진술’과 ‘학생자치회의 진실 청문회’가 중심이 됩니다.
독자 여러분, 진실은 때로 상처를 남기지만, 침묵보다는 나은 선택임을 함께 확인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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