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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윤태의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단호했다.


"우린... 여기서 누군가를 봤어."


설화가 숨을 삼켰다.


"누구를?"


윤태는 어둠 속 벽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담임... 강철민 선생님이었어."


그 말에 순간, 창고 안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이서가 한 걸음 다가서며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강 선생님은 사건 이후 학교를 그만두고... 사라졌잖아."

"그건 자진 사직이 아니었어," 


윤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날, 우리 넷은 어떤 편지를 받고 방과 후 이 창고로 오게 됐어.

우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이끌었고, 그 안에서 우리는—"


그의 시선이 창고 안쪽, 먼지 낀 벽을 향했다.


"—그를 봤어. 선생님을."


하림이 조용히 다가갔다.

그가 손으로 가리킨 곳엔 오래된 책장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힘을 주어 밀자, 

낡은 책장이 미끄러지며 그 뒤에 숨겨진 작은 철문이 드러났다.

녹이 슨 자물쇠는 이미 부서진 채였다.


"처음 보는 문인데..." 


설화가 나직이 말했다.

윤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기억을 지운 게 아니야. 

누군가가... 우릴 조작한 거야."


하림은 말없이 문을 열었다.

좁고 축축한 공간, 곰팡이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그 안엔 낡은 의자 하나와, 녹슨 철제 상자, 그리고... 캠코더.


“...이건 뭐지?” 

이서가 캠코더를 조심스레 들어올렸다.

윤태가 낮게 중얼였다.


“여기엔... 우리가 지워버린 그날 밤의 기록이 남아 있어.”


하림이 상자를 열어 테이프 몇 개를 꺼냈다.

이서가 가져온 보조 배터리를 연결해 캠코더에 테이프를 삽입하자, 

낡은 화면이 깜빡이며 켜졌다.


투둑, 투둑—


먼지가 낀 렌즈 너머로 교실 복도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장난, 그리고 갑작스러운 정적.

다음 장면에서, 카메라는 어딘가 흔들리더니 창고 내부를 비추었다.

거기엔, 누군가 있었다.

어둠 속에서 드러난 실루엣.

희미하게 보이는 얼굴.


"…강 선생님…" 

설화가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

숨죽이는 정적.

한 아이의 비명.

카메라가 급하게 돌며 흔들리는 화면 속, 누군가 쓰러졌다.


“그만, 꺼!” 


이서가 다급하게 외치며 정지 버튼을 눌렀다.

영상은 멈췄지만, 공포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모두가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거나 고개를 숙였다.


"이건..." 


윤태가 말했다.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어.

우리가... 누군가의 죄를 목격한 거야. 

그리고 그 죄를 덮기 위해, 

누군가가 우리 기억을 봉인한 거고."


설화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우리가 목격한 건... 살인?"


윤태는 대답 대신, 무거운 눈빛으로 모두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이제, 우리 모두가 기억을 되찾아야 해.

진실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


하림이 캠코더를 조용히 끄고, 테이프를 다시 상자에 넣었다.


"이제 도망치지 말자."


지하 창고의 오래된 문이 덜컥 소리를 내며 닫혔다.

바람이 창고 벽을 타고 스치며, 붉은 낙서 위를 훑었다.


[잊지 마.]

[널 보고 있다.]


이제 그들은 알았다.

진실은 감춰진 것이 아니라, 봉인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봉인을 풀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그들 자신이었다.




작가의 말 :

49화는 《침묵의 교실》의 중심축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그동안 윤태와 친구들이 겪었던 혼란의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했고,

그들이 마주한 ‘기억의 봉인’과 ‘목격자’로서의 책임은 이 이야기를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게 됩니다.

곧 다가올 50화에서는 더 충격적인 진실과, 인물 간의 갈등, 그리고 이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게 될 예정이에요.

진실을 마주한 아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

다음 화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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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7-28 13:5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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