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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창고 문이 다시 열렸다.

묵직한 정적 속에서 윤태, 하림, 이서, 설화는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새벽 공기는 축축하고 서늘했지만, 

이들의 얼굴엔 확고한 결심이 서려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다음 날, 교무실.

윤태가 교장실 문 앞에 섰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문을 두드렸다.

하림은 그 옆에서 캠코더와 USB를 들고 있었고, 

이서와 설화는 굳은 얼굴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자, 교장은 놀란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봤다.


“이게 무슨 일이냐?”


윤태가 조용히 USB를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이건... 그날 밤의 진실입니다.”


영상이 재생되자, 교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고, 손은 의자 팔걸이를 움켜쥐었다.


“그걸... 어떻게...”


하림이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은 알고 있었죠.

교사 강철민의 행동, 그리고 그날 창고에서 벌어진 일.

하지만 학교의 체면을 위해서, 모두의 입을 막고, 기억을 지웠어요.”


설화가 조용히 말했다.


“그 아이는... 죽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날 이후로 사라졌고, 아무도 찾지 않았어요.”


이서가 덧붙였다.


“그 아이는 우리 반 아이였어요.

장우현. 늘 조용하고 그림만 그리던 애.

당신들은 그를 없앤 게 아니라, 잊어버리도록 만든 거예요.”


윤태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이제 끝내야 해요.

더 이상 아무도 이 진실로부터 도망치지 않게요.”


교장은 고개를 숙였다.


침묵.

오랫동안 이어진 그 침묵이, 드디어 무너졌다.

며칠 후, 학교는 정식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강철민 전 교사의 비위 사실은 전면 재조사에 들어갔고, 

묻혀 있던 기록들이 하나씩 세상 밖으로 나왔다.

윤태와 친구들은 교육청 진술에도 참여했다.

어떤 이들은 그들을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이라고 수군거렸지만, 더 많은 이들은 ‘용기 있는 증인’이라 불렀다.


시간은 흘러, 졸업식 날.

잔잔한 눈빛으로 운동장을 바라보는 윤태.

그 옆에 설화가 다가와 물었다.


“조금은... 가벼워졌어?”


윤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야 진짜로 끝난 느낌이야.”


이서와 하림도 뒤따라 나왔다.

하림은 평소보다 부드러운 표정이었다.


“우리, 다시는 그날의 기억에 갇히지 말자.”


이서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잊지는 말자. 그 아이가, 장우현이 존재했다는 걸.”


설화는 가만히 손을 모으고 중얼거렸다.


“그의 이름이, 이제야 교실에 돌아왔어.”


햇살이 비췄다.

사계절 내내 닫혀 있던 창문이 처음으로 활짝 열렸다.

붉은 낙서가 있던 지하 창고는 새로 단장되었고, 그 위엔 작은 문패가 달렸다.


[기억의 방 – 잊지 말자, 우리가 본 것들]


그리고 그날 이후, 그 학교의 교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다.




작가의 말 :

《침묵의 교실》은 단순한 미스터리도, 단순한 성장담도 아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상처받은 이들이 침묵을 선택해야 했던 이유와, 그 침묵을 깼을 때 비로소 회복될 수 있는 존엄성과 용기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윤태, 하림, 이서, 설화.


그들은 피해자이면서도 증인이었고, 방관자이면서도 구원자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자신의 목소리로 진실을 말할 줄 아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끝까지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당신 역시, 어떤 기억을 마주하고 있든…

부디 침묵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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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7-29 11: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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