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품어봤다면, 낳아봤다면, 키워봤다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
모두가 꺼내고 싶어 할 이야기
몸속에 아기를 품고 낳고 기르는 동안 할 말이 참 많아졌다.
‘임신, 출산, 육아가 이런 것이었구나.’ ‘왜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가?!’
아름다운 새 생명이 주는 경이로움과 충만함은 이미 많이 얘기되었기에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원래부터 엄마였던 것처럼 세팅되어야 하는 상황, 상당히 이질적인 변화를 ‘두
말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몇날며칠을 늘어놓아도 부족할 것이었다.
또다시 들려온 엄마와 아기의 비극적인 이야기와 맹목적인 엄마 비난의 목소리를 바라보며(“죽으려면 혼자 죽지. 아기가 무슨 죄야?”), 또 갑론을박이 많았던 한 소설에서 표현된 아기 엄마의 허무감을 실제로 경험하며(“아기가 예쁘지 않은 건 아니야. 하지만 이따금씩 허무감이 밀려와”), 이끌리듯 확신에 찼다.
엄마가 엄마 자리를 잘 지켜낼 수 있게 돕는, 진짜 ‘엄마’ 이야기를 담은 책이 필요하다!
오래전 책을 함께 만들었던 선안남 작가님께 이 생각을 말씀드렸다. 아기 엄마가 된 후 찾아온 변화, 감정, 그리고 아기 엄마의 일을 다룬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얼마 뒤 도착한 작가님의 답장에는 놀라운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아이 둘의 엄마였던 작가님은 이제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영국에 체류하며 대부분 혼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내가 고민하고 있던 이야기,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 이야기에 작가님 또한 몰두하며 똑같은 주제의 글을 조금씩 써보고 있었다는 것. 우리는 그렇게 운명처럼, 텔레파시가 통한 듯, 이 주제에 공감했다.
이 책 《엄마를 위한 동그라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엄마 되기’의 여정에서 느끼는
진통과 혼란을 당연하거나 소홀하게
여기지 않는 이야기
“엄마 되는 게 쉬운 줄 알았어?”
출산하는 날 병원에서, 조리원에서 모유 수유를 하며, 또 무수한 육아하는 날 동안, 많은 엄마들이 이 말을 듣는다. 작가는, 같은 병원에서 아기를 낳기라도 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의 출산 후기에서 이 말을 발견했다고 한다.
나 또한 조리원에서 눈물 콧물을 짜며 모유 수유 훈련(!)을 받을 때 조리원 원장에게 이 말을 들었다.
“이러한 고통에 대한 하소연과 터져 나오는 폭발의 감정을 바라보는 눈이
무심하고 가차 없고 냉정할 때가 있다. ‘그게 쉬울 줄 알았어?’라니.
냉정한 몇몇의 말이 아니라, 많은 엄마들이 출산의 고통을 통과하며 흔히,
으레 듣게 되는 말이라니. 그 말은 우리가 출산 후 겪어야 할 ‘엄마 되기’의 모든 진통에
대한 불길하고도 강력한 하나의 시선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 <‘엄마 되기’가 쉬운 것이 아니라면> 중에서
출산의 고통에 울부짖는 엄마들을 향한 차가운 핀잔은 육아의 힘겨움에 흐느끼는 엄마들을 향한 호통으로 이어진다. “집에서 살림하고 애 키우는 게 뭐 그리 힘드냐.” “다른 사람들도 다 한다. 유난 떨지 마라.”
작가는 여전히 남아 있을지 모를 이러한 시선을 향해, 돌멩이를 던지듯 말한다.
“엄마 되기가 쉬운 일이 아닌 줄은 엄마가 되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하지만 이토록 어렵고 뜨겁고 힘든 일일 줄은 몰랐다고. (…)
그리고 엄마 되기가 이토록 쉬운 일이 아니라면, 더 잘 도와주어야 하는 거라고. (…)
처음 엄마가 되는 길, 아기를 만나러 가는 길에 휘몰아치는 몸과 마음의 혼란, 뒤틀림, 상실감은
핀잔과 비난이 아니라 설명과 격려로 감싸 안아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 <‘엄마 되기’가 쉬운 것이 아니라면> 중에서
엄마는 아이를 뱃속에 품은 순간 갑자기 엄마로 완성되지 않는다. 엄마는 아이를 낳아 키우며 점점 엄마가 되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 되기’의 과정에서 진통과 혼란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경험한 일이기에, 엄마 되기의 과정은 크게 존중받지 못하고 귀한 수행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작가는 이제 우리가 더 많이 쓰고 나누어야 할 이야기는 출산 후 아기를 돌보는 엄마들의 생생한 육아 담론이라고 말한다. 엄마 되기의 여정을 걷는 엄마들에게는 그 누구의 고통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소홀히 여기지 않는 이야기, 하나의 고통에서 여럿의 고통을 발견하는 이야기, 여럿의 고통을 통해 꿰어지는 하나의 더 나은 이야기가 훨씬 더 간절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이 책은 그 시작에 서 있다.
포근히 감싸주는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린다
아이를 돌보다 보면 너무나 눈이 부셔 환희에 찰 때도 있고, 반대로 정신이 혼미해지고 도망갈 데 없는 막다른 골목에 처한 것 같을 때도 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육아의 한복판에 서 있는 엄마들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경험자의 훈수 두는 말도 아니고, 아이의 상처 민감성을 상기시키는 말도 아닐 것이다.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것, 반드시 주어야 하는 것은, 바로 안아주고 품어주고 버텨주는 환경(holding environment)이다. 안아주는 환경의 따스한 세례를 받아본 엄마만이 아이에게 그 따스함의 세례를 줄 수 있기도 하다.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를 안아주는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린다. (…)
그 속에서 모성은 당연하게 여겨지거나 강요되지 않고, 과장되게 찬양되지도 않을 것이다.
한 아이를 몸과 마음으로 품는 동시에, 온 세상의 품에 안기는 아기 엄마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모성이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엄마의 길이 힘겨운 엄마에게, 엄마 자격이 없다며 자신을 타박하는 엄마에게, “엄마가 왜 그래?”라는 비난에 마음을 다친 엄마에게, 육아 이론과 통념에 묶여버린 엄마에게, 분리불안을 겪는 엄마에게, 새로운 균형을 잡아가는 엄마에게, 완벽이 아닌 완결을 향해 가는 엄마에게, 엄마 경험이라는 경력을 쌓아가는 엄마에게, 이 책이 힘이 되었으면 한다. 육아 최전선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한 엄마들. 그녀들을 응원한다.
지은이_ 선안남
글 쓰는 상담심리사. 상담심리연구소를 운영해온 상담심리사이자 네 살, 여섯 살, 열 살 세 아이의 엄마다.
《명륜동 행복한 상담실》, 《혼자 있고 싶은 남자》, 《상처받은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를 비롯해 열 다섯 권의 책을 썼다. 셋째 출산과 함께 영국으로 건너가 세 번의 겨울을 지나는 동안 나 홀로 육아 24시를 감당하며 육아 휴 직의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 동안 엄마가 아이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에만 집중했던 그전까지의 생각을 뒤 집어보며, 아이가 엄마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변화가 불러온 삶의 진통을 엄마는 어떻게 버텨내는 지, 우리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아기 엄마가 되고 찾아온 불가역적인 변화, 가파른 협곡을 지나는 듯한 ‘엄마 되기’의 과정, 엄마의 우울과 소진 증후군, 육아 이론을 대하는 자세, 엄마의 일과 경력 단절, 공유하고 격려하는 육아 연대 등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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