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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긍정적 정서로 규정된다. 그럼 행복이란 긍정적 정서를 항상 경험하는 상태일까? 행복에 대해 모두가 간과하고 있는 점은 행복한 기분이 별로 오래 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행복이라고 인지하는 기쁨, 환희, 설렘 등의 긍정적 정서는 생리적 흥분을 동반한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혈류량이 증가하며 호흡이 가빠지고 소화가 어려워진다. 교감신경계가 흥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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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은 이러한 상태를 오래 견디기 힘들다. 아무리 행복한 이유에서든 몇 년 동안 가슴이 거세게 뛴다고 생각해보라. 심장병이다. 매사가 즐겁고 에너지가 넘치며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일주일 이상 지속된다? 높은 확률로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일주일 이상 행복한 기분이 지속되는 것은 사실상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의 몸은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게끔 생물학적으로 프로그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항상성(homeostasis)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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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성이란 생명체가 여러 가지 환경 변화나 스트레스에 대응하여 내부를 일정하게 유지하려 하는 조절 과정 또는 그 상태를 의미한다. homeostasis(항상성)에서 homeo의 의미는 same(동일한, 똑같은)이고, stasis의 의미는 standing(유지하다)의 뜻으로 ‘동일하게 유지하다’라는 뜻이다.

항상성 유지는 인간의 뇌 중 뇌간이라는 구역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자율신경계와 여러 가지 호르몬의 복잡한 작용이 이를 통제한다. 이러한 작용의 예로 체온 조절, 삼투압 조절, 혈당량 조절 등을 들 수 있는데, 생명체가 생명을 원활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체온, pH, 삼투압 등 생화학 성분을 포함해 다른 체내 환경이 항상 어떤 범위 안에서 유지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조절하는 과정이 ‘항상성 유지’다.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는 긍정적 정서는 신경계에 무리를 일으키고 인간의 뇌는 신경계의 흥분을 누그러뜨려 항상성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행복한 감정들은 점차 사그라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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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연구자 류버머스키는 이를 ‘쾌락적응’이란 말로 설명하고 있다. 행복에 익숙해지고 결국에는 무감각해지는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필립 브릭먼의 연구에 따르면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도 원래의 행복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빠르게 상황에 적응하고 즐거움의 강도는 점점 줄어든다. 경제학에서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가 행복한 기분을 늘 언제나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은 애초부터 별로 없다. 이것은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하는 사실이다.

그러니 가슴설레고 환희에 넘치는 나날이 계속되지 않는다고 지금이 불행하다는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오히려 일주일 이상 가슴이 뛰고 힘이 넘친다면 당장 병원에 가야 할 일이다. 그런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일로써 당신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행복의 지속시간이 짧다는 데 대해 실망을 느끼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실망하고 말고 할 일이 아니다. 인간의 몸이 그렇게 되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항상성은 우리에게 불행한 일이 생겼을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아무리 슬프고 불행한 일이 생겨도 시간이 지나면 당시의 부정적 감정은 옅어진다. 그래야 우리의 몸이 살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중요한 시험에서의 낙방, 연인과의 결별, 취업의 실패 등 인생의 행복을 끝장나게 할 것처럼 보이던 심각한 고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사그라진다.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사람들도 1년이면 사고 이전의 행복수준을 회복한다는 연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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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는 행복이라는 상태를 어떻게 설정해 놓았느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행복을 영원히 지속되어야 할 긍정적 정서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평소에 ‘나는 행복하다’고 지각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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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5-24 09:43:33
  • 수정 2021-05-25 10: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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