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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 그런걸 왜 믿어? - 왜 우리는 음모론에 현혹되는가
  • 기사등록 2021-06-15 10:02:06
  • 기사수정 2021-06-15 1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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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pixabay.com


[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강우익 ]


최근 고 손정민씨 사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뜨겁다. 

6월 7일 현재 기준, 사건의 전말을 단정 지을 어떠한 증거도 보고되지 않은 가운데, 사건이 발생한 4월부터 손정민씨 친구 A씨에 대한 무분별한 억측과 음모론들이 양산되고 있다. ‘A씨의 친인척이 경찰 고위 간부’, ‘A씨가 라텍스 장갑을 끼고 약물을 투여해 고인을 살해했다’ 등 근거없는 주장들이 커뮤니티를 떠돌고 있으며 6월 6일, A씨 측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이들에게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이와 비슷한 다른 사례가 있다.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 작년부터 현재까지, ‘5G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시킨다’, ‘백신을 맞으면 빌게이츠의 노예가 된다’ 등 다소 황당한 주장들이 활개를 치는 중에 있다. 이런 음모론들은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었으며, 실제로 미국 공화당 지지자의 40% 가량이 빌게이츠 음모론을 믿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처럼 음모론에 대한 대중의 강한 신뢰는 여러 사례에서 빈번히 목격되곤 한다. 진위에 관한 어떠한 정보도 없이 확신에 가까운 판단을 내리는 것, 다소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이 현상에 궁금증이 인다. 왜 사람들은 음모론에 현혹되는 것일까. 

 

사회심리학자 얀 빌헬름 반 프로이엔 교수는 그의 저서 「음모론」에서 음모론의 원인으로 다음 요소들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패턴 인식 경향, 사람들은 무작위로 일어나는 현상에서 패턴을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인식은 신뢰성과 깊게 연결된다. 하늘에 번개가 쳤을 때, 그 사건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지만 만약 그 번개를 본 후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진다면 높은 확률로 사람들은 선행된 현상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두 번째는 비례성 편향이다. 비례성 편향은 어떤 큰 사건엔 큰 원인이 있을 것이라 예측하는 경향성이다. 프로이엔 교수는 이렇게 덧붙인다. “이해하기 힘들거나 감정적으로 수용하기 힘든 사건일수록 그 책임을 다른 누군가, 혹은 집단에게 돌리는 경향이 심해진다. 그래서 큰 규모의 괴로운 사회적 사건은 높은 확률로 새로운 음모론의 등장을 야기한다.”

 

행위자 감지 능력도 음모론의 믿음에 영향을 준다. 행위자 감지 능력은 행위자의 고의성과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으로, 행위에 대한 위험 여부를 판단하게 해준다. 그러나 공포와 불안은 행위자 감지 과정을 지나치게 자주 활성화하여 행위자가 없는 현상에 행위자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불안과 공포상황에 노출되어 있거나 행위자 감지 능력이 민감한 사람들은 음모론을 믿을 확률이 높다.

 

프로이센 교수는 음모론을 믿는 것은 병리적 문제가 아닌, 세상을 최대한 이해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인지과정 중 하나라고 말한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을 설명하고 통제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음모론은 의의를 가진다.

 

하지만 음모론은 불안과 공포를 비롯한 부정 정서와 연관이 깊어, 대부분이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성격을 지닌다. 믿음이 곧 행동으로 이어져, 음모론들은 사회와 개인에게 피해를 주곤 한다. 이러한 점을 생각하면 결코 그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다. 

 

프로이엔 교수는 음모론과 종교가 많은 부분에서 닮아있다고 말한다. 

국내의 한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동조가 수반된 음모론은 사회적 동조가 수반된 합리적 반박이 이후에 제시되어도 그 신뢰도는 거의 꺾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종교에서의 절대적 믿음과 상당히 비슷하다. 즉,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에너지를 지닌 대규모의 사이비 종교, 그것의 씨앗이 작은 음모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에서는 음모론으로 인한 피해의 예방책으로 사회적 동조가 형성되기 전에 그 음모론에 대한 반박을 제시하거나 해당 반박에 대한 사회적 동조를 높이는 사회적 노력을 제시한다. 이에 더불어 매체를 이용할 때 늘 합리성을 잃지 않으려는 우리 개인의 노력 역시 필요해 보인다.  

 

‘대중’의 일원으로서 우리 개개인은 사회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지닌다. 스스로가 몸담고 있는 집단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예의 주시하는 것, 그것이 자신의 힘에 대한 마땅한 책임이 될 것이다.



참고자료

•故손정민 사건 '허위루머' 무성…온라인서 확대 재생산. 연합뉴스. (2021.05.16.)

•빌 게이츠 '코로나19 음모론'과 탈진실 시대의 슬픈 자화상. 지디넷코리아. (2020.10.05.)

•안지수, 이원지.(2011).「사회적 동조와 개인의 정보처리 성향이 루머 메시지의 신뢰에 미치는 영향」. 언론과학연구 

•얀-빌헬름 반 프로이엔. 「음모론」. 모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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