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박선영 ]
지난 2021년 4월 12일, 배우 서예지가 남자친구인 배우 김정현에게 여배우와의 애정 장면이나 스킨십은 모두 제거한 후 촬영을 진행하라며 반복해서 지시를 내리거나,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최대한 딱딱하게 대하라는 등의 강압적이고 강제적인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되었다. 이에 대하여 필자는 ‘가스라이팅’이 무엇이며,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화제가 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 가스라이팅의 유래와 정의
1938년 패트릭 해밀턴 작가가 연출한 스릴러 연극 <가스등(Gas Light)>에서 먼저 출발했다. 1940년에 영국에서 영화화된 후, 1944년에 잉그리드 버그만이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함으로써 가스등은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해당 작품들에서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의 말과 행동을 모두 틀렸다고 하거나 의심하는 등, 여자주인공을 정신적으로 학대하며 그녀 스스로 자립할 수 없게끔 교묘하게 심리를 조종한다. Gaslighting, 즉 ‘가스라이팅’은 이렇듯,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조작해 그 사람이 자신을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로, 정신분석가이자 심리 치료사인 로빈 스턴이 2007년에 처음으로 개념을 정립했다.
✔ 가스라이팅의 과정
우선,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대상은 주로 자존감이 낮고, 타인과의 접촉이 차단되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람이 가해자뿐일 때 많이 나타난다.
초반에는 피해자의 경계심을 풀기 위해 친밀한 경계를 유지한다. 어느 정도 관계가 형성되고 나면, 가해자는 피해자의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정신적 의존을 유도하려 한다. 가해자는 지속해서 피해자의 실수를 과장하거나 왜곡하여 피해자 스스로 ‘자신이 행동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이후, 피해자의 기억, 판단력, 감정 자체를 경시하고 부인하여, 피해자는 자신을 부정하고 가해자에게 의존하게 된다.
✔ 가스라이팅의 결과
결론적으로 피해자는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우울증을 겪게 되며,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불안과 불신에 휩싸인다. 특히 가스라이팅이라는 정신적 폭력과 함께 신체적 폭력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 경우, 피해자가 극도의 공포심으로 인해 가해자의 생각, 행동 등을 옳다고 생각하고 전적으로 믿으며, 오히려 가해자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이는 ‘스톡홀름 증후군’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결국 피해자가 자립하지 못하고 가해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기도 한다.
✔ 나의 주변에도? - Of course.
이러한 가스라이팅은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나의 말대로 따라’, ‘나 아니면 누가 너를 이렇게 생각해주니?’, ‘네 생각은 틀렸어. 왜 생각을 그렇게 하니? 내 방식대로 하자’, ‘이 회사 아니면 누가 당신을 거둬주겠어?’, ‘너는 내 마음 상하게 하면 안 되지. 내가 얼마나 너를 좋아하는데’ 등이 있다. 특히 부모가 아이에게도 무의식적으로 가스라이팅을 한다. ‘딸아, 엄마를 마음 상하게 하면 안 되지’라거나, ‘아들아,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니 엄마 말대로 하자.’ 등이 있다. 이것은 감정과 행동의 주체가 자녀가 아닌 부모이며, 부모를 위한 헌신을 요구한다. 이는 명백한 가스라이팅에 해당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매체에서도 가스라이팅은 묘사되어 있다. 「라푼젤」의 경우, 탑 바깥이 무조건 위험하다는 잘못된 정보제공과 ‘Mother Knows Best’라고 하며 엄마의 말만 믿도록 한다. 또, 네이버 웹툰 「여신 강림」의 강수진은 남자친구로부터, 「부부의 세계」에서 지선우는 이태오로부터, 기사의 초두에 언급한 배우 김정현은 서예지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받는다.
✔ 가스라이팅의 해결방법은? - Have more confidence!
이렇듯 가스라이팅은 일상생활에 스며들어 있으며, 무의식적으로 넘기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가스라이팅을 지속해서 받게 되면, 자립적인 판단과 생활을 영위할 수 없기에 반드시 초기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존감을 키우고, 타인의 말을 맹신하지 않고, 자신 내면의 말을 들어야 한다. 타인의 말에 대해서 무조건 수용하지 않고,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판단, 수용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초기에 가스라이팅임을 감지했다면, 조력자를 찾거나 주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 대외적으로 알려야 한다. 이러한 대처 방법들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이다. 가해자에게 당당하게 거부의 뜻을 밝히며, 악영향을 끼치는 인간관계를 절단시킬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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