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윤
[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서윤 ]
그야말로 ‘부캐’ 열풍 시대이다. 본래 부캐란 온라인 게임에서 주로 사용되던 용어이지만 일상생활로 사용이 확대되면서 ‘평소 내 모습과는 다른 나의 새로운 모습이나 캐릭터’ 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이미 방송계에서는 연예인들의 부캐 현상이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유야호, 지미유, 유산슬, 유르페우스, 닭터유, 유고스타, 유듀래곤··· 모두 국민 MC 유재석이 예능에서 선보인 부캐들이다. 최근 대중들의 뜨거운 인기를 받고 있는 개그맨 이창호 역시 다양한 부캐 활동으로 방송계를 달구고 있다. 그룹 매드몬스터 멤버 ‘제이호’,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콘텐츠 ‘한사랑산악회’의 이택조 부회장, ‘비대면데이트’에 나오는 이호창 본부장 모두 그의 부캐들이다.
그룹 매드몬스터의 엠넷 엠카운트 무대 유튜브 썸네일
이러한 부캐 열풍은 ‘멀티 페르소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멀티 페르소나, 이른바 ‘다중적 자아’라 불리는 이 단어는 상황에 따라 가면을 바꿔 쓰듯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여 다양한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을 일컫는다. 마치 어제의 유재석이 오늘은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유 본부장으로 변신하는 것처럼 말이다.
멀티 페르소나는 방송에서 유명인들만 보이는 현상이 아니다. 평범한 현대인들에게도 이제는 멀티 페르소나가 일상이 되었다. 회사에서는 정장을 갖춰 입은 깍듯한 사원으로, 퇴근 후에는 넥타이를 집어던지고 힙합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직장인의 모습 역시 다중적인 자아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예이다.
실제로 2020 잡코리아가 실시한 ‘멀티 페르소나 트렌드 조사’ 설문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약 8명(77.6%)이 ‘회사에서의 내 모습은 평상시와 다르다’고 답했다. 이렇듯 현대인들이 사적인 삶과 공적인 삶을 구분하기 위해 사회적 가면을 쓰고, 부캐를 형성하는 일은 이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출처: 잡코리아
특히 코로나19 이후, 이러한 멀티 페르소나 현상은 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일례로, 지속되는 팬데믹으로 사회 내 고용과 퇴사 불안이 커지자 개인들이 이를 대비하기 위해 ‘N잡러’를 자처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하나의 본 직업에서만 충실하게 일하던 과거와는 달리, 부가 직업을 만들고 그 안에서 또 다른 부캐들로 활동하며 경제 생활을 해나간다. 실제로 지난 5월 지식공유 플랫폼 해피칼리지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직장인의 49.2%가 N잡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 이상 멀티 페르소나는 한 개인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영역에서 나타나는 한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 멀티 페르소나를 겪고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자신의 부캐들 속에서 과연 ‘진짜 나’는 누구일까, ‘진정한 나다움’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에 혼란을 느낄 수도 있다. 나의 부캐들을 이질적인 자신의 모습들이 아닌, 다채로운 매력의 ‘다중이’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주는 것은 어떨까. 그때그때 맞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뽐내는 매력적인 카멜레온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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