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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판타지 장르 속 아동, 세일즈 포인트가 되기까지. - 소위 ‘가족물’, ‘아기물’이라 불리는 하위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 기사등록 2021-06-28 10:16:24
  • 기사수정 2021-06-29 1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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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현윤아 ]


출처: https://pixabay.com/images/id-2887280/


문피아, 조아라, 리디북스 등의 웹소설 연재 플랫폼, 전자책 다면 플랫폼을 중심으로 웹소설은 급부상했다. 이를 계기로 로맨스판타지(이하 로판)는 2007년 무렵 이용자들로부터 “로맨스가 강조된 여주판이 판타지 카테고리에 등록”되며 본격적인 장르로 구성이 됐다. 로맨스 장르가 아닌 판타지 장르의 하위 카테고리로 출발했기 때문에 판타지 장르물에서 주로 등장하는 요소인 회귀, 환생, 빙의를 차용했다. 이후 로맨스 비중을 점차 높여나간 것이 지금의 로판으로 정착하게 됐다. 여러 로판 중 가족물, 아기물에 해당되는 <황제의 외동딸>은 로판 시장의 임계점을 가져왔다. 웹소설 <황제의 외동딸>은 2014년 7월에 연재를 시작해 누적 조회수 127만 뷰를 기록했고, 다음 해 8월 선보인 웹툰은 조회 수가 268만 뷰를 기록했다. 만화 및 소설 시장에서 순정, 혹은 로맨스로만 분류되던 로맨스 서사에 로맨스판타지)라는 장르가 등장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야말로 ‘대세’가 된 것이다.


로판의 도입부는 시간과 공간의 축을 비틀어버리며 시작된다. 다른 세계로 빙의나 환생을 하기도 하고, 회귀를 하기도 한다. 생전에 읽었던 소설이나 게임 속으로 들어왔다는 설정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가족물, 아기물의 하위 카테고리에서는 새롭게 당도하게 된 곳에서의 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삶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는 로판을 주로 가족물, 혹은 아기물이라 지칭한다. 주로 주인공의 가족은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로판이 캐릭터로서의 유아, 아동을 소모하는 방식은 기괴하다. 사실상 성인인 주인공이 아동으로 회귀한다는 설정을 붙이고 한두 살의 아이가 언어를 구사하는 것, 어린 여주인공을 귀엽게 묘사한다는 명목 아래 아동의 말투를 혀 짧은 소리로 설정하는 것, 유아적인 형태를 의미 파악이 안 될 정도로 과장시키는 것. 아동은 보편적으로 약 5세 정도만 되어도 제대로 발음할 수 있음에도 로판은 혀 짧은 소리 등의 말투로 아동임을 묘사하고 표현한다. 게다가 작중에서 주인공은 ‘방치’ 혹은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린 시절의 캐릭터에게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를 하나의 서사로 부여하면서 말이다. 즉, 작가가 아동에게 부여한 불행이 자극성, 감정 몰입, 세일즈 포인트 요소로 사용되며,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회적 문제를 작중 소설적 장치, 성장의 계기, ‘사이다’라고 불리는 속이 뻥 뚫리는 장면 묘사를 위해 빈번하게 쓰고 있는 것이다. 


또, 독자는 ‘사랑받을 법한 주인공’, ‘특별한 주인공’에 호응한다. 실제 주인공 나이대의 아동이 할 법한 행동이 웹소설이나 웹툰에 묘사되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이 할 법한 행동, 주로 ‘밉보이는’ 행동이라 불리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고 라이벌 혹은 악역의 또래 캐릭터에게 이 ‘밉보이는’ 행동 요소를 부여한다. 반면 주인공은 본인의 생존을 위해, 그리고 보호를 받기 위해 가족, 혹은 주변인에게 사랑받고자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극대화하거나 성숙하게 행동한다. 이야기의 막바지에 가서는 생존을 위협하던 가족을 ‘딸바보’로 만들어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를 미화하고 포장하거나 주인공의 가족이 자신들의 감정과 그동안의 실수를 깨닫고 후회하게 되는 결말을 가져오기도 한다.


특별한 혈통, 어린아이, 귀여운 여주인공, 화려한 외모의 가족에게 받는 무조건적인 애정 등이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일종의 ‘대리만족’의 경험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회귀, 빙의, 환생, 천재 등의 특별한 키워드를 부여해 남들과 다른 뛰어난 존재가 되는 여주인공. 훗날 자신에게 상처를 준 가족에게 후회의 감정을 심어주는 복수와 성장.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고 믿어주는, 사랑을 주는 가족 구성원. 이러한 것들의 요소를 독자가 몰입하며 읽고 자신의 갈증, 욕구 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이상향에 가까운 아동의 이미지가 필요했고, 그에 따라 ‘착한 아이’라고 평가되는, 사랑받아 마땅한 아동의 이미지를 하나의 틀로서 구축하게 됐다. 이때 ‘착한 아이’임을 부각하기 위한 요소가 자극적일수록 여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극대화되기에 자극적인 불행 서사를 첨가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로판의 성비는 3:7로 여성 독자가 7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제니스 A. 래드웨이는 ‘로맨스 읽기’에서 여성 독자들은 거칠고 투박한 남자를 부드럽고 상냥한 남자로 변모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발휘되는 여주인공의 재치와 능력을 가장 높이 평가한다고 분석했다. 즉, 독자들은 나쁜 남자가 나로 인해 변화하고, 나에게 잘해주면 그것은 바로 내가 ‘특별하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 특별함이 ‘나만이 사랑받는다’와 같은 착각을 가져오고 ‘나는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착가의 결론을 내보내게 된다.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이, 주변의 남자 가족들을 개선하고 후회하게 만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참고문헌

김휘빈 (2019). 판타지가 로맨스를 만났을 때. 텍스트릿(편). 비주류 선언. 요다. p.227.

서은영 (2020). 로맨스판타지 웹툰의 부상과 재현 : #서로판, #영애물, #집착남물을 중심으로. 애니메이션연구, 16)3_, 93-113.

안상원 (2019). 한국 웹소설 ‘로맨스판타지’ 장르의 서사적 특성 연구. 인문콘텐츠(55). 219-234

전명훈 (2017). “웹소설 ‘황제의 외동딸’의 디앤씨미디어 내달 코스닥 입성”. 연합뉴스.

홍성수 (2021). 혐오로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 경향신문.

Radway, J. A. (2009), Reading the romance (Revised ed.),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Press. : 이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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