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은
[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강다은 ]
온 힘을 다하면 텔레파시를 보낼 수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텔레파시를 보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 텔레파시가 통한 적도 있을 거에요. 예를 들어 집에 핸드폰을 두고 나왔는데 약속 시간에 늦어버렸을 때, 친구에게 먼저 가지 말고 약속 장소에서 기다려달라고 간절하게 텔레파시를 보내는 것이죠. 그리고 실제로 도착해서 친구를 만났을 때 우리는 서로 ‘통했다’고 느낍니다. 가끔은 이러한 느낌이 너무나도 강해서, 어쩐지 서로가 무언가를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과연 그 감각은 정말 실존할까요? 아니면 그저 ‘운’에 불과한 것일까요?
초감각적 지각(ESP)이란 무엇일까?
초감각적 지각을 의미하는 ESP는 Extrasensory Perception의 약자입니다. 말 그대로 ‘감각 자극 없이 무언가를 지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이죠. 그럼 여기서 ‘감각’은 무엇이고 ‘자극’은 무엇일까요? 감각(sensation)은 ‘물리적 에너지가 신체에 입력되고 저장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한편 지각(perception)이란 ‘감각 자극을 해석하고 조직화하는 과정’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느끼는 것까지가 감각이고 그것을 판단하는 것이 지각입니다. 그럼 초감각적 지각을 무언가를 느끼지 않아도 그것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해 볼 수 있겠습니다.
초감각적 지각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을까?
초감각적 지각에는 크게 세 종류가 있는데, 정신 감응(telepathy), 천리안(clairvoyance), 예지가 바로 그것입니다. 정신 감응은 한 사람의 생각이 물리적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이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 맞춘다는 뜻이죠. 천리안은 감각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어떤 물체나 사건의 발생을 지각하는 현상입니다. 뒤집어진 카드의 모양을 보지 않고 설명할 수 있다면, 천리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지는 흔히들 알고 있듯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를 지각하는 것입니다(교육심리학용어사전, 2000. 1. 10., 한국교육심리학회).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전부 눈속임, 즉, ‘마술’이 아닌 경우에만 해당됩니다.
초감각적 지각은 실존하는 마법일까?
위에서 설명한 것들은 결국 마술이 아니라면 마법이라는 말밖에는 설명이 안 되는 것들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근본적인 궁금증, 과연 이것이 왜 아직까지도 거론되는 것일까요? ESP에 대한 이론들이 단순한 음모론을 넘어서는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거 20세기 초에는 심리학(psychology)과 초심리학(parapsycholgy)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ESP에 대한 연구도 꽤 있었습니다. 초심리학자 볼프강 매츠너가 제안한 ‘간츠펠트’라는 실험이 있습니다. 한 피험자가 옆방에 있는 다른 피험자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면, 그걸 통해서 텔레파시를 받는 쪽이 4개의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해서 맞추는 실험입니다. 그런데 Psychological Bulletin라는 심리학 저널에 의하면 정답률이 지속적으로 35%가 넘었다고 하죠. 원래대로라면 1/4 가능성이니 25퍼센트에 가까운 수치가 나왔어야 하겠죠. 이후에도 비슷한 연구들이 실행되었는데, 과거에 비해 부족하긴 하나 여전히 30%정도는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텔레파시는 정말 존재할까?
현대 심리학자들이 ESP의 존재를 인정하는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심리학은 철저히 과학에 근거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명확히 과학적인 근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학계에서 온전하게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여태까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명확한 연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확인할 수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겠죠. 우리가 외계인을 당장 볼 수는 없지만, 넓은 은하수 어딘가에 분명 다른 종족의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고 추론하는 것처럼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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