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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낭만은 프랑스어 로망(Roman)에서 기원하였다.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전반에 걸쳐 유럽에서 일어난 예술상의 한 경향에 ‘로맨티시즘(romanticism)’이란 것이 있다. 이것은 까다로운 고전주의 전통에 반대하여 자유, 개성, 공상, 모험, 자연의 감정 따위를 소중하게 여기는 예술 경향이다. 표준국어 대사전에 따르면, 낭만이란 단어는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 또는 감미롭고 감상적인 분위기를 뜻한다.


그런데, 이러한 낭만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기저 심리에 현실 인식이 떨어지는 다소 나이브(naive) 함의 대명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팍팍한 현실과, 도저히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은 이상과의 괴리감이 낭만은 사치다라는 명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어려운 학창 시절을 견디어내고 대학에 입학한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은 COVID-19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이미 캠퍼스 낭만은 사치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으며, 대학을 졸업하고 다행히 취업을 하더라도 여전히 현실적으로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야 하는 세대가 되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에 머물렀던 묘사가, 최근에는 7포 세대(3포 세대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로까지 포기하는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고 한다. 슬프지만, M세대 대부분의 현실을 비교적 잘 묘사하고 있다는 인식을 받아들이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닐 정도이다.


그렇다면, 낭만은 그리도 부르기 어려운 이름이었던가. 낭만은 우리가 쉽사리 감히 누릴 수 없는 사치인 것인가. 낭만은 정말 사치인가.


낭만은 단어의 의미 그대로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이다. 우리 인류의 삶에서 영원한 것은 없고, 어느 감정이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많은 부분이 유치하고 촌스럽다고 느낄 때가 있다. 세계적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대성당들의 시대(Le Temps des Cathedrales)의 가사에도 엿볼 수 있듯이, 수많은 사랑의 노래를, 인류에게 더 나은 약속을 하던 그 찬란하던 대성당들의 시대도 때로는 스러지게 된다. 현실에서 멋진 업적과 성취를 바탕으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으면서, 그 이상의 감상과 이상을 추구해도 언젠가는 흙으로 묻혀 버리는 장엄한 인류의 역사 앞에서 어느 누가 어쭙잖은 낭만을 노래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낭만의 패러다임 바꾸기 

낭만은 현실을 피하는 수단이 아니라, 삶의 여정을 풍성하게 해주는 전략이다.



현실은 물질세계에서 여러 악조건으로 생존하기도 벅찬데, 아무런 개선의 의지 없이 이상과 행복만을 논한다면 생존에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는 우리의 기술과 가치를 입증하고,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며, 고상한 듯하지만 누군가는 속고 속이는 사회 속에서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을 때, 사랑하는 가족들이 굶어야 할 처지일 때, 등등 위급한 상황에서 방어기제로서 낭만이라는 심리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살아남기 어려워질 수 있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낭만은 현실을 지나치게 순진하게 받아들이는 현실 인식이 현저히 결여된 낭만이나또는 긴박한 현실이 있음에도 무시하고 상황 판단을 마냥 아름답게 미화하는 수단으로서 사용하는 낭만이지, 낭만 그 자체가 터부시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두 상황에서의 낭만 또한 긍정성이 아예 없다고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낭만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필자는 낭만이라는 태도나 심리 또는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전략으로서 적극 활용해보자는 제안을 여러 독자분들께 드려보고자 한다. 

 


낭만을 활용한 의도적인 전략낭만요법 - 2단계 접근



첫 번째 단계는 의도적인 판단 중지를 위한 낭만이라는 단어 심상화이다. 돈을 벌고, 영향력을 늘려가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그리고 오래 건강하게 살기 위해 숨 가쁘게 돌아가는 바쁜 일상에서, 그리고 인공지능 등을 위시로 한 과학기술발전의 현실감 없는 발전 앞에서, 우리가 겪을 수밖에 없는 역경과 어려움은 특정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일상적이고 불가피하다. 또한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 극심한 스트레스 또는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패배감이, 좌절감이 우리의 마음에 쉼 없이 노출되면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기회마저 마비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낭만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내어 잠시 판단 중지를 해보자. 숨이 턱 막혀 도저히 탈출구나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답이 없는, 요즘 언어로 노답인 상황에서 사용해보자. 낭만이라는 태도나 심리를 의도적이고 전략적으로 꺼낸다는 의지를 가지고, 머릿속에 낭만이라는 단어를 심상화해보자. 상당히 생뚱맞게 느껴질 수 있다. 그 생뚱맞은 단어의 모습 자체를 머릿속에 조금 뚜렷하게 떠올려보면서, 노답인 상황에서 판단을 잠시 동안 중지하고 그 상황에서 한 발짝 떨어져 보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판단중지 이후에 힘들게 느껴질 수 있는 현실 이면의 진정한 긍정성을 발견해보는 것이다. 그것은 어려운 상황을 막무가내로 미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그 현상이 가지고 있는 낭만적인 의미를 찾아보고 그것 또한 삶의 성숙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실패를 실패라고 인식하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성공을 위한 어머니라고 여겨보는 것이다. 쓰라린 실패는 실패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성공을 위한 낭만적인 여정일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의 부족함과 어리석음에서 나온 실패였다면, 거기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교훈들을 발견해 낭만적인 삶의 여정의 자양분으로 써보자. 


결코 무겁고 처절한 실패의 상황에서만 이러한 낭만 전략을 적용해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령, 필자에게는 아직 돌이 지나지 않은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그런데, 이앓이, 배앓이, 성장통, 등의 다양한 사유로 새벽에 빈번하게 깨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몸이 상당히 피곤할 때도 있다이러한 빈도가 반복될 때, 문득 머릿속에 낭만이라는 단어를 가볍게 떠올린다. 그리고, 내 품에서 소리치는 작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잘 양육하는 것이 참 쉽지 않구나라는 생각도 하지만, 동시에 이 아이가 자라나 본인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가는 멋진 과정에 내가 함께 참여하고 있구나이 아이는 어떠한 낭만을 꿈꾸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한결 그 행위들에 대한 낭만적이고 긍정적인 의미 부여가 되어서인지 기운이 생긴다. 



우리네 모든 삶을 향한 응원 

적극적으로 낭만적인 삶을 추구해보자.



우리의 삶의 여정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모두가 소중하다.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 물론 힘의 원리가 우선하는 상황에서 가진 돈이나 헤게모니의 크기에 따라 그 영향력이 다르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의 삶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점이다. 


어려운 현실 앞에 낭만 자체를 잊거나 유보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한순간의 감정에 휘둘려 현실을 낭만으로 속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필자가 바라보는 낭만은 결코 사치가 아니다. 낭만은 상황에 매몰되지 않도록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한 심리적 수단이며, 동시에 현실 이면의 긍정적인 면에 의미를 부여하고 성숙한 삶을 위한 전략임을 밝히고자 한다. 

 

조던 피터슨의 글로 이번 칼럼을 맺고자 한다. 

 

나는 실존의 무게를 뼛속 깊이 느껴보기 전까지는 우리에게 있는 그 모든 선함과 우리를 피해 가는 그 모든 악함에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고 믿는다. 자신에게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그런 일이 얼마나 더 끔찍해질 수 있는지를 알기 전까지는 우리는 지금 가진 것에 제대로 감사하지 못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항상 가슴 뛰는 낭만을 간직하기를 진심을 담아 마음속 깊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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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6-21 09:53:10
  • 수정 2021-06-22 10: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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