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빈
존경하는 한국심리학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 학회는 제48대 한국심리학회 학술대회에서부터 심리서비스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이래, 제49대(회장: 조현섭) '심리서비스법위원회'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법제화 사업을 추진하여 왔습니다. 현 50대 학회는 법률안을 마련하기 위해 모학회와 분과학회에서 세 차례의 설명회를 개최하였고, 지난 5월 25일에는 법률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주무부처와 국회의원실, 유관단체(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정신건강전문요원협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간호협회 정신간호사회,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 한국상담학회)와 개최하였습니다. 현재 가장 합리적인 법제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대내외적으로 계속 노력하는 상황입니다. 앞으로도 가야할 길은 멀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심리사 법제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한국심리학회가 아직 구체적인 법률안을 공표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회의 순차적인 논의 과정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오해로 무조건 반대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그간 회원 여러분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회원분들이 보시기에 부족한 점도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몇 차례의 이메일을 통해 심리사법에 대해서, 그리고 최근 심리사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자세하게 말씀드리고자 하며 우선 아래와 같이 법제화의 기본 방향과 핵심 강조사항에 관한 첫 번째 서신을 드립니다.
첫째, 심리사 법제화의 근간은 심리서비스 제공인력인 심리사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OECD 국가들이 채택한 기준에 부합하는 (사)한국심리학회의 전문가 또는 1급 수준으로 심리사를 법제화하려는 것입니다. 단순히 대학과 대학원에서 학과를 졸업한다는 개념이 아니며, 심리사의 핵심역량을 갖춘 이에게 심리사 자격을 부여하여 양질의 심리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의료 및 사회복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전문인력의 교육과 수련 기준을 명확하게 정의하자는 것입니다. 모두 알고 계시다시피 심리사는 미국의 경우에는 박사 학위 이후 1년의 실무 수련을 마친 경우 시험을 거쳐 자격을 취득하며 영국의 경우에는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2년의 실무 수련과 자격시험을 거치며 호주의 경우에도 최소 6년의 교육과 실무 수련, 자격시험을 거쳐서 자격을 취득합니다. 우리 학회는 법제화를 통해 심리사의 질적 수준 관리(Quality Control)를 철저히 하고, 국민에게 과학적이고 안전한 근거-기반 심리치료 및 근거-기반 심리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둘째, 심리사 법제화는 양질의 심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심리사를 법으로 규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관련 자격을 통합하거나 규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심리'로만 검색된 등록 민간자격은 3,895건(2021년 5월 기준)으로, 현재 다양한 민간/국가 자격자들이 심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실에서 이러한 모든 자격을 통합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사)한국심리학회가 지향하는 바도 아닙니다. 우리 학회는 심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신건강 전문인력으로서 심리사를 규정하고 이들의 자격을 관리하는 것,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양질의 심리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으로써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례로 보건사회연구원(2019)의 정신건강복지 기본 계획(20201~2025) 수립 연구에서 강조된 '심리지원' 및 '심리상담'과 관련하여 '국가전문자격심리사'의 도입을 주장하였고, 현 상황에서의 담당인력으로는 '정신건강임상심리사 1급' 및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사)한국심리학회 자격소지자의 활용을 강조하였습니다. '심리사'가 제공하는 '심리서비스'는 심리학 지식과 원리에 근거한 제반 심리학적 행위를 말하며, 심리사의 업무는 광범위한 기초 및 응용 심리학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셋째, 심리사 법제화를 통해 (사)한국심리학회 회원의 당연한 법적 자격을 부여받기 위함입니다.
우리 학회는 1973년부터 양 48년에 걸쳐 제1분과 한국임상심리학회와 제2분과 한국상담심리학회를 중심으로 심리서비스를 담당하는 전문가 제도를 시행해 왔음에도 기본적인 자격법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의료 및 간호, 사회복지 분야는 각각 기본법(예: 의료법, 사회복지사업법)에 근거하고 있음을 잘 아실 것입니다. 하지만 오랜 전통과 전문성을 가지고 심리서비스를 제공해온 심리사는 기본법으로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한 현실입니다. 37개 OECD회원국 가운데 '국가전문자격 심리사(Licensed psychologist)' 법제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는 칠레와 한국 정도이며 (사)한국심리학회 정도의 규모와 인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심리사 법제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OECD 국가들에게 인구 10만명당 평균 심리사 수는 26명임에 반해 우리나라는 2019년 보건사회연구원 자료(2013년 OECD 보고서 참조)를 볼 때 2명 이하(이는 국가전문자격심리사가 아닌 정신건강임상심리사 1급을 환산한 것으로 보이며, 이를 2020년으로 환산 시 4명 이하에 해당됨)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심리사의 국가 전문 자격화가 매우 필요한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활발한 선진 심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과 캐나다, 영국, EU, 호주 등 주요 OECD 국가의 경우에는 법적 지위를 가진 심리사 인력이 '근거기반실천'의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OECD 회원국의 심리사 수와 자살율은 부적 상관을 보입니다. 심리사 법제화를 통해 심리학 핵심 역량을 갖춘 심리사 인력을 법적으로 정의하고 양성하고 활성화하며, 나아가 국민의 정신건강, 삶의 질과 행복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과학적이고도 경제적인 정책 도입과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의 전문성을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사)한국심리학회는 심리사 자격과 역할에 대해 구정하기 위해서 2020년 보건복지부 '심리서비스 입법 연구'를 수행하면서 서울특별시(2015)의 서울형 심리지원 프로그램 모형 개발 보고서, 보건사회연구원(2019)의 정신건강복지 기본 계획(20201~2025) 수립 연구, 보건복지인력개발원(2019)의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 심리지원서비스 자격기준에 관한 기초 연구', '발달장애인 부모 심리정서적 지원방안 연구(보건복지부, 2013) 중 직접 서비스 제공인력의 자격기준' 등의 국내 현황을 반영하였으며, 국외 자료는 미국과 영국, EU 등 OECD회원국의 심리사 제도에 관한 문헌연구, 서베이, 인터뷰, 자문 결과를 토대로 삼았습니다.
(사)한국심리학회는 심리사 법제화를 통해 우리 학회 회원의 법적 권리를 보호하며, 국민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근거-기반 심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심리사 법제화에 관한 원칙과 구체적인 방향을 회원 여러분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법제화를 통하여 우리나라 심리학 전문가들이 공적 역할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회원 여러분께서 (사)한국심리학회와 함께 해주시고 법제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제 50대 (사)한국심리학회 회장 장은진 배상
출처: 한국심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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