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윤아
[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현윤아 ]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이하 ADHD)는 주의산만과 과잉행동, 그리고 충동성을 주된 증상으로 보이는 정신질환이다. 주로 초기 아동기에 발병하여 만성적인 경과를 밟는 만성 발달장애로, 특정 성별이나 연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하지만 ADHD의 성비를 보면 아동 중 남자아이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처음 ADHD에 대한 연구가 남자아이들을 대상으로 시작되며 진단 자체에 성 고정관념, 편향된 시각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년 세계 ADHD 유병률 연구에서 남아 유병률은 10%, 여아 유병률은 4.5%로 조사되었고,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20세 이하 ADHD 환자의 성비가 8:2(남자:여자)로 보고된 바가 있다. ADHD 관련 도서 또한 대부분이 유아기와 아동기의 남자아이, 그리고 성인의 증상만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ADHD는 남자아이에게 주로 나타나는 정신과 질환인 것일까? 여자아이는 ADHD에서 예외가 되는 것일까?
여자아이라고 하여 ADHD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만 4세~18세의 ADHD 치료제 복용률을 살펴본 결과, 남성은 7.8%이지만 여성은 3.8%에 불과했다. 반면 만 19세~23세에서는 남성과 여성 모두 4%~5%로 성비 차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 통계 자료는 여성들이 아동청소년기에 ADHD를 진단받지 못하다가 늦게 발견하여 치료를 받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아와 남아의 ADHD는 다른가?
여아의 ADHD는 남아의 ADHD 증상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ADHD는 과잉행동-충동형과 주의력 결핍형으로 나눌 수 있다. 여아들은 과잉행동-충동형이라고 하더라도 남아처럼 과격한 행동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말이 많고 남의 말에 끼어들거나 지속적으로 꼼지락거리는 등의 행동으로 드러난다. 여아들은 ‘조용한 ADHD’라는 별명을 지닌 주의력 결핍형 ADHD가 많다. 겉으로 드러나는 과잉행동은 없으나 주의력이 낮은 유형으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여성의 ADHD가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언급했듯 여성, 여아의 경우 부주의, 주의력 결핍형의 증상이 많고, 성별에 따른 인식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여성의 ADHD 증상이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오진 받는 경우 또한 많다. 여성 호르몬 변화에 따른 증상 변화와 관련 진단 도구의 부재 등으로 진단 자체가 어려운 것이 현실적인 문제다. 사회문화적 요인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치료를 찾는 것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두려움만이 아닌, 성차별적 문제로 꼽히는 여성의 고정된 성 역할이 여성 ADHD 진단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초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ADHD 진단이 성 고정관념을 떨쳐내지 못하는 동안 여성 ADHD 환자들은 자신이 왜 불안정한 정체감에 시달리는 것인지 이유를 알지 못한 상태로, 체념과 좌절, 무기력을 자신의 탓으로만 돌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자신을 맡길 수 있는 ‘통제 소재’를 찾고, 가스라이팅의 피해자가 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의 저자 신지수는 “주기적으로 고통을 주던 것의 병명이라는 실체로 드러나자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라고 했다. ADHD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이 속 ADHD의 사각지대에 가려져 자신의 병명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불공평한 일 없이, 더 나은 삶을 쟁취할 수 있길 바란다.
<참고문헌>
권용석(2019), 여성의 성인 ADHD. 정신의학신문.
박동미(2021), 여자라서 ADHD를 의심하지 못했다. 문화일보.
신지수(2012),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
전아름(2021), “어린이 틱장애,ADHD 증상은 소아정신과 질환... 마음 헤아리는 치료 중요”, 베이비뉴스.
한경뉴스(2015), 여성 ADHD, 발견 어려워 “더 위험해”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