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당신은 ‘오멜라스’에 남겠습니까? 아니면 떠나겠습니까? - 어슐라 르 권의 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속 동조 현상
  • 기사등록 2021-07-15 11:50:56
  • 기사수정 2021-07-15 11:53:50
기사수정

[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송원지 ]



당신은 ‘오멜라스’에 남겠습니까? 아니면 떠나겠습니까? 

어슐라 르 권의 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속 동조 현상


 

여기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꿈의 도시가 있다. 즐거운 종소리와 달콤한 내음이 가득한 이 도시의 이름은 ‘오멜라스’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늘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오멜라스’는 왕도, 노예도 존재하지 않는 평등한 도시이며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다. 아마 각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도시의 모습을 떠올리면 상상이 쉬울 것이다. 


‘오멜라스’의 아름다운 건물 중 한 곳에는 지하실이 존재한다. 이 지하실에는 굳게 잠긴 방이 하나 있는데 거미줄과 먼지, 지저분한 자루와 악취 등이 가득한 청결하지 못한 곳이다. 그런데 이 방에는 어린아이 한 명이 가둬져 있다. 창문도 없어 빛 한 줄기도 들어오지 않는 이 방에서 아이는 매일 홀로 시간을 보낸다. 건물 밖 축제 같은 거리 분위기와 사람들의 얼굴 속 느껴지는 즐거움과는 달리 아이는 고통 속에서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에게 살려 달라고 외치고 울며 애원해도 사람들은 외면하며 가까이 가지 않는다. 


‘오멜라스’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이의 존재와 아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알고 있다. 아이의 비참한 처지를 보고 가슴 아파하며 돕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았으나 정작 그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이것은 엄격한 계약으로 ‘오멜라스’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누리려면 아이의 희생이 필요하기에 그들은 도울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꿀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결국 아이를 외면하기에 이른다. 


동화 속에나 존재할 것 같은 꿈의 도시 ‘오멜라스’의 행복 이면에는 한 아이의 희생이라는 추악한 진실이 존재했다. 도시 사람들은 아이의 존재와 희생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묵하고 외면하였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당신은 아이를 외면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단편 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의 저자 어슐라 르 권은 ‘오멜라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성숙하고 도덕성이 높은 인격체로 묘사하고 있다. 그들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자들로 상당한 지식 역시 갖추고 있다. 그렇지만 아이에게 행해진 가혹한 행위, 사회적으로 묵인된 어린아이의 희생은 이들의 도덕성 및 지식수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 받아들이기 어렵다. 

 


오멜라스’의 사람들은 왜 아이의 비참한 처지를 왜 외면하였는가?


 

이는 동조 현상에 의해 설명할 수 있다. 

동조란 집단의 압력에 의해 개인이 태도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동조 현상과 관련하여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쉬의 선분 실험이 가장 대표적이다. 


솔로몬 애쉬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하나의 선분이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었고 이후 서로 다른 길이의 세 가지 선분을 보여준 후 처음 보여준 카드의 선분과 같은 길이인 선분을 찾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처음에는 혼자 답하였으나 두 번째부터는 동조 현상을 확인하기 위하여 7명이 모여 있는 상황 속 1명씩 순서대로 답을 말하는 방식으로 실험이 진행되었다. 이때 실질적인 실험 참가자는 1명으로 실험 참가자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은 실험 공모자에 해당하며 실험 참가자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실험 공모자들은 동조 현상을 끌어내기 위해 실험 참가자의 답변에 앞서 일부러 오답을 답하였고 실험 참가자가 과연 정답을 얘기할지, 아니면 동조 효과로 인해 다른 실험 공모자들의 오답과 같은 답을 답변할 것인지 알아보는 것이 실험의 주된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동조 이론 (설득 심리 이론, 2013. 2. 25., 김재휘)

 

실험 결과, 실험 참가자들은 집단 상황 속 63%의 정답률을 보였다. 처음 혼자 답하는 상황에서 정답률이 99%로 거의 100%에 가까웠던 것과 비교했을 때 정답률이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답률뿐만 아니라 실험이 진행 과정 중 실험 참여자들의 태도 변화 역시 흥미롭게 나타났다. 실험 초반 실험참가자들은 실험 공모자들이 제시한 오답과 상관없이 자신의 소신대로 정답을 답하였다. 그러나 실험이 계속될수록 나머지 6명이 오답을 답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실험 참가자들은 공모자들과 같은 오답을 선택하였다. 전체 실험 참가자의 23.6%만이 한 번도 틀리지 않았고 대다수는 적어도 한 번 이상 집단 압력에 의해 오답을 선택하였다. 


실험에서 제시된 문제들은 특별한 지식이나 능력이 필요하지 않은 낮은 난도였다. 개별적으로 문제를 풀었을 때는 100%에 가까운 정답률을 보였던 실험 참가자들은 왜 집단 상황에서는 왜 정답이 아닌 오답을 선택하였는가? 


실험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이 생각한 답이 확실하다고 생각했으나 집단과 동일한 답을 말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답하였다고 말하였다.

 

애쉬의 실험을 통해 집단에 의해 형성된 동조 현상이 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어떠한 압력으로 작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실험 참가자들처럼 집단에 순응하는 것은 개인에게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개인이 선택에 확신이 없거나 두려운 상황일수록 집단과의 일치감 및 소속감은 안정감을 높이는데 중요한 중추이다. 이처럼 동조 효과는 개인에게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하나 개인의 신념이나 사회적 가치와 반하는 경우, 집단압력으로 작용하여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만들거나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아동, 청소년 집단에서 집단 내 동조 효과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크게 관찰할 수 있다. 아동 및 청소년 시기에는 또래 집단에 소속되거나 수용되고자 하는 욕구가 큰 시기인데 간혹 집단 내 수용되지 못하는 인물이 있으면 이를 배척하는 왕따(또래 배척)와 같은 집단 내 폭력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직접적으로 폭력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또래 구성원 다수가 배척하는 인물에 대해 함께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고 폭력에 쉽게 가담하는 형태를 보인다. 


또래 집단 내 형성된 행동 양식은 집단 내 또래 압력이 강화하고 유지되도록 한다. 이러한 또래 압력은 개인이 만약 집단에 따르지 않을 경우, 자신이 배척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형성한다. 그것이 개인의 신념이나 도덕관에 반할지라도 아동은 집단의 선택과 행동에 동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개인은 집단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인가?

 


앞서 ‘오멜라스’의 사람들은 아이의 희생에 침묵하였다. 즉, 아이의 희생을 담보로 다수의 행복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계약에 암묵적으로 동의하였고 집단의 선택에 침묵하였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현실에 침묵한 것은 아니다. 소설 제목처럼 ‘오멜라스’를 떠난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오멜라스’가 가진 아름다운 환경과 조화로운 분위기 등 달콤한 현실에 가려진 누군가의 희생에 타협하지 않았고 동조하지 않았다. 


출처: pixabay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선택을 마주하며 그에 따른 결정이 필요하다. 때로는 개인의 신념을, 때로는 집단의 신념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 솔로몬 애쉬는 그의 저서에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대부분의 사회적 행위는 그 사회적 환경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고립되면 의미를 잃어버린다. 사회적 사실의 위치와 기능을 보지 못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오류는 없다.” 애쉬의 말처럼 수많은 결정에 있어 얼마나 집단의 압력이 작용했는지, 동조 효과의 영향을 받았는지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멜라스’에 남을지, 떠날지 역시 당신의 결정이다. 당신은 ‘오멜라스’에 남겠습니까? 아니면 떠나겠습니까? 



<참고 문헌>

어슐라 르 권,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김은주, 이태선, 이호선, 정명숙, 조규판, 천성문, 재미있는 심리학 이야기, 시그마프레스, 218-219

이한종(2017), 배척아동에 대한 또래들의 태도-부정적 감정과 또래압력으로 인한 편향적 정보처리, 240

지식백과 ‘동조’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1610
  • 기사등록 2021-07-15 11:50:56
  • 수정 2021-07-15 11:53:5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