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윤
[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서윤 ]
‘행복하세요’, ‘행복한 일만 가득하세요’, ‘항상 행복하자’··· 누구나 살면서 흔히 들어보거나 해봤을법한 말들이다. 상대가 나와 친한 지인이든, 처음 보는 사람이든 인사치레로라도 우리는 항상 모두의 행복을 빈다. 사회적으로 행복은 인간이라면 당연하게 지향해야하는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 행복을 얻기 위해 우리는 기쁨, 즐거움,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들을 추구한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은 정말 ‘행복’한 삶일까? 영화 ‘인사이드아웃’은 이 질문과 더불어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법에 대한 해답을 내려준다.
영화 '인사이드아웃' 포스터
감정들이 보여주는 솔직한 마음 속 이야기
‘인사이드아웃’은 주인공인 소녀 라일리의 감정들을 캐릭터화해서 시청자들이 감정 캐릭터들의 시점으로 스토리를 바라볼 수 있게 구성된 작품이다. 기쁨이, 슬픔이, 까칠이, 소심이, 버럭이. 이 다섯 가지 감정들은 라일리의 머릿속 감정 컨트롤타워에서 살고 있다. 이들은 바깥세상을 바라보며 마주하는 각 상황에 따라 알맞은 감정 신호를 보내서 라일리의 감정과 행동을 제어한다. 감정 신호가 보내질 때마다 라일리의 기억은 구슬에 저장되어 기억저장소로 보내진다. 수많은 기억구슬들 중에서도 라일리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담은 핵심기억들은 섬으로 만들어진다. 이 섬들은 모이고 모여서 라일리의 성격을 형성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다섯 감정들 중 행동대장인 기쁨이와 외톨이인 슬픔이는 감정 신호를 보내는 과정에서 다투다가 그만 기억저장소로 함께 떨어진다. 그렇게 라일리의 감정은 기쁨과 슬픔을 제외한 3가지만 남게 된다. 감정의 혼란에 빠진 라일리가 불행한 경험을 할 때마다 기억 섬들은 무너지고 라일리의 성격은 점점 삐뚤어지기 시작한다. 그런 라일리를 원래대로 되찾기 위해 기쁨이와 슬픔이는 감정 컨트롤타워로 돌아가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떠난다.
슬픔은 기쁨의 동반자
여정을 떠나면서 기쁨이는 자신만이 라일리의 행복을 되찾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슬픔이가 기억 구슬을 만지면 라일리의 기억이 슬프게 바뀐다고 생각한 기쁨이는 슬픔이를 버리고 혼자 탈출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렇게 탈출에 실패하던 중 우연히 기쁨이는 기쁨의 기억이 담긴 기억 구슬을 만지다가 라일리의 행복한 과거를 보게 된다. 구슬 속에는 과거 라일리가 슬픔의 감정을 드러내면서 기쁨을 되찾는 행복한 기억이 담겨 있었다. 슬픔을 드러내야 기쁨과 행복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 감정이 고장난 라일리가 다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슬픔이가 필요하다는 것. 이것은 기쁨이가 새로 깨달은 사실이자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숱한 시도 끝에 기쁨이는 슬픔이와 함께 감정 컨트롤타워로 돌아오는데 성공한다. 돌아온 슬픔이가 자신의 감정 신호를 보내자 라일리는 슬픈 내면을 부모님께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기쁨과 동시에 다시 행복을 얻게 되고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 '인사이드아웃' 스틸컷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슬픔을 부정적이고 피하고 싶은 감정으로 인식한다. 슬픔이 오면 행복과 멀어진다고 착각해서 슬픈 감정을 애써 밀어내려고 억지로 웃음을 짓기도 한다. 영화 ‘인사이드아웃’은 슬픔의 긍정적인 기능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이 새로운 관점으로 슬픔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기쁨의 강박에 사로잡힌 많은 현대인들에게 ‘행복은 슬픔과 기쁨의 공존으로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가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나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 그것이 진짜 나를 마주하는 방법이자 행복을 되찾을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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