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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강다은 ]


     네이버 영화 '인셉션' 포토

 

*본 기사에는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와 필자의 개인적인 해석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립니다. 

 


 타인의 꿈에 들어가 생각을 훔치는 특수 보안요원 코브. 그를 이용해 라이벌 기업의 정보를 빼내고자 하는 사이토는 코브에게 생각을 훔치는 것이 아닌, 생각을 심는 ‘인셉션’ 작전을 제안한다. 성공 조건으로 국제적인 수배자가 되어있는 코브의 신분을 바꿔주겠다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고,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최강의 팀을 구성, 표적인 피셔에게 접근해서 ‘인셉션’ 작전을 실행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들과 마주하게 된다.

*네이버 영화 인셉션 줄거리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 중 하나로 꼽히는 인셉션. 놀란 특유의 과학적 판타지를 기반으로 누구에게나 흥미를 주는 꿈의 존재에 대해 복잡하고도 심도 있는 고찰이 드러나는 이 영화는 대중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꿈을 통해 타인의 무의식에 잠입하고 정신을 조정하려고 미친듯이 뛰어다닌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다르게 보면 어떨까. 사실은 저 모든 것이 판타지가 아니고, 주인공 ‘코브’ 한 사람의 정신에서 일어나는 현실의 이야기라면. 



    네이버 영화 '인셉션' 포토



꿈에 잠입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대상의 꿈에 들어가 무의식 속의 기억을 찾거나 대상과 직접 대화한다. 꿈에서 나오려면 ‘킥’을 이용해 꿈의 바깥 세계에서 큰 자극을 주거나 꿈 속에서 죽어야 한다. 꿈 속에서도 꿈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데,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각각의 바깥 세계에서 킥을 주어야 한다. 이 때, 꿈 세계의 인물들은 대상의 무의식을 보호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잠입한 이는 세계에 영향을 줄수록 사람들과 맞부딪치게 된다. 필자는 여기서 무의식을 보호하는 이 사람들을 ‘방어기제’라고 해석해 보려고 한다. 방어기제는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속이거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여,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심리 의식이나 행위를 가리키는 정신분석 용어이다. 예를 들어 상황을 사실과 다르게 인식하여 자아가 상처받지 않도록 정당화시키는 ‘합리화’, 자신의 감정이나 동기를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투사’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필자는 꿈 세계의 사람들을 ‘억압’ 현상이라고 가정해 보려 한다. 억압이란 정신 분석 이론의 가장 기초적인 개념 가운데 하나로, 고통스럽고 불쾌한 생각이나 기억을 의식에서 축출하여 무의식에 가두어 두는 과정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영화에서 두 주인공이 꿈 속에서 대화하는 장면에 왜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느냐 묻자, 나의 무의식이라 나도 모른다고 대답한다. 이 내용을 보았을 때 꿈의 대상자도 이 현상을 의식적으로 제어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즉, 꿈 세계 사람들의 공격을 심리학적인 현상이라고 가정했을 때, 이것은 무의식적 현상이라는 말이 된다. 

*억압 : 네이버 두산백과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든다. 인간은 갑자기 무언가 무의식에 들어왔다고 모든 정보를 퇴출 시키려고 하는가? 우리는 매일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새로운 정보를 접하지만 그렇다고 그 모든 것을 저항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때로는 무의식에 넣으려고 할 때도 있다. 여기서 본 가설에 대한 증거가 하나 더 드러난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배제하고자 하는 것은 대체로 슬프고 불쾌한 기억이다. 의식적으로 인지하기에는 그 기억이 너무 고통스러울 때, 우리의 뇌는 그것을 억압해 무의식에 묻어버리곤 한다. 가설의 결론은 이렇다. 이 영화는 모두 코브의 머릿속에서 일어난다. 꿈의 세계에 잠입한 코브 외의 주인공들은 사실 코브의 기억들을 표상한다. 각각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를 지닌 기억들이 코브의 무의식에서 꿈에 빠지기도 하고 나오기도 하면서 뇌 속에서 자리를 찾는 것이다. 코브의 무의식이 주인공들을 거부하는 (죽이려 드는) 이유는 그 자체가 억압 현상이기 때문이다. 코브는 현실에서는 그 기억들을 마주할 힘이 없고 그래서 그의 무의식이 기억들을 죽여서 현실로 나오지 못하게 기억 속에 묻어버리는 것이다. 사실은 꿈 속에서의 죽음이 현실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해당 꿈의 차원에서 그 감정을 인식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이 해석도 수많은 해석 중 하나일 뿐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는 언제나 다양한 해석을 만들어냈다. 영화에서는 현실과 꿈을 구별할 수 있는 물건인 ‘토템’이 나오는데, 주인공인 코브에게는 작은 팽이가 그것이다. 팽이를 돌려 멈추지 않으면 꿈의 세계, 멈추면 현실 세계. 인셉션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인 마지막에 팽이가 멈칫거리며 돌아가는 씬을 보면, 코브가 사는 세상이 현실인지 꿈인지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결말에 대한 해석을 궁금해했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영화 내내 팽이를 돌리던 코브는 마지막에 더 이상 그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 팽이가 돌아가는 것을 끝까지 보지 않고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로 달려간다. 행복을 되찾은 그의 모습은 어쩌면 고통의 기억들을 무의식 저편으로 묻어버렸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참고 문헌>

홍준기. "정신분석과 억압가설, 통치성의 이론적 관계에 관한 비교 연구 : 푸코, 프로이트, 클라인, 비온, 프랑크푸르트 학파, 후기 라캉 이론의 관점에서." 현대정신분석 22.1 (2020): 85-118.

서의석. "AI 영화에 재현된 탈기술적 징후: 과잉 생산된 억압과 폭력성 - 〈메트로폴리스〉, 〈프랑켄슈타인〉, 〈라이프 라이크〉 -." 영화연구 .87 (2021): 3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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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7-27 09: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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