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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 건강한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
  • 기사등록 2021-07-30 11:05:36
  • 기사수정 2021-07-30 11: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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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송원지 ]


나는 당신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건강한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

 

B는 자신의 감정을 표정과 행동에서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친구였다. 기분이 좋은 날에는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을 살갑게 대하였다. 반대로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거부하였고 예민함을 종종 드러냈다.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친구 A는 자신이 느끼는 정서에 따라 극과 극의 모습을 드러냈고 결국 B와의 관계를 정리하게 되었다. 


B와의 관계를 정리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이유와 상황적 맥락이 존재했지만, 무엇보다 B가 나에게 주는 영향이 건강하지 않다는 확신이 크게 작용하였다. 어느 순간부터 B가 나를 친구가 아닌 마치 감정 쓰레기통으로 여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내게 표출된 부정적인 감정들을 스스로 처리하고 다루는 것이 버겁게 느껴졌다. 


B와의 관계처럼 누군가 자신에게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여 곤란하였거나 힘들었던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혹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였는데 상대방이 예상했던 반응과 달라 당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감정의 표출은 친밀함의 표현이자 관계 발전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감정을 드러내고 이에 대한 상대방의 공감과 반응을 통해 우리는 위안을 얻고 치유를 받기도 한다. 반면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고 강요하는 것은 관계 형성과 유지에 있어 걸림돌이 된다. 따라서 건강한 방식으로 감정을 적절하게 표출하는 것이 건강한 관계 형성 및 유지에 있어 핵심이다. 


이때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감정은 주변에 쉽게 전이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1996년 이탈리아의 리조라티 연구진은 원숭이가 땅콩을 집는 것과 같이 물체를 다루는 행동을 할 때 어떤 신경이 행동에 관여하는지 관찰하였다. 다른 원숭이들과 연구진이 물체를 집는 것과 같은 특정한 행동을 할 때 원숭이들은 이를 관찰하여 똑같이 행동하였다. 이때 원숭이의 신경세포 일부가 원숭이의 행동에 작용하였는데 연구진들은 이를 거울 신경 세포라 명명하였다. 




출처: pixabay (+표시)




원숭이뿐만 아니라 인간 역시 뇌의 대뇌피질 전두엽 아래쪽과 두정엽 위쪽에 위치한 거울 신경 영역의 작용으로 인해 타인이 고통을 느끼거나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것을 보았을 때, 동일한 고통과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것처럼 타인의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는 것과 같은 감정의 전이 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감정의 전이는 2012년 페이스북 감정 조작 실험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페이스북 데이터를 관리하는 과학자들과 캘리포니아 대학교와 코넬 대학교 교수진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 실험은 2012년 1월 11일부터 1월 18일, 1주일 동안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회원들을 상대로 실시되었다. 1주일간 이용자들에게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감정을 담은 포스트를 인위적으로 조작 후 노출하였고 이용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하였다. 


그 결과 긍정적인 포스트에 노출된 사용자들은 긍정적인 내용을 담은 포스트나 사진을 더 많이 올렸고 반대로 부정적인 포스트에 노출된 사용자들은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포스트와 사진을 올리는 경향을 보였다. 


이 실험은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사전 설명 없이 진행하였기에 연구 윤리를 위반하였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소셜 미디어상에서 감정의 전이로 인해 올리는 글과 사진의 내용, 이용자의 정서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기에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출처: pixbay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지양하라는 것이 아니다. 감정을 억압하고 드러내지 않는 것 또한 개인의 정신건강과 관계의 발전에 있어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다. 다만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고 싶다면 자신의 마음속을 채우고 있는 감정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어떤 방식으로 타인에게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지 한 번쯤 자신을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쟈콥 레비 모레노가 개발한 ‘사이코 드라마’라는 심리치료 기법이 있다. ‘사이코 드라마’란 집단 상담의 한 형태로 일정한 대본 없이 역할과 상황을 참여자에게 제시한 후, 생각나는 대로 연기를 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참여자는 억압된 감정을 표출하게 되고 자신을 통찰할 수 있게 된다. 


연기에 앞선 준비단계에서 ‘요술 쓰레기통’이라는 활동이 존재한다. 이 단계에서 개인은 버리고 싶은 감정이나 생각 등을 버리고 정리할 수 있다. ‘요술 쓰레기통’ 활동처럼 관계 의사소통에 있어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 정리하는 단계를 선행적으로 거치면 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타인과 연결되는 경험을 통해 충만한 삶을 경험할 수 있다. 건강한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보다 충만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출처: 송주헌(2012), 구성원들의 부정적 감정, 전염성 높다, LG 경제연구원 

       편집부 (2017). 감정, 뇌과학으로 바라보다. 브레인, 62, 31-34

       디베이팅 데이(2014), 페이스북의 감정조작실험 파문 

       요술 쓰레기통, 네이버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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