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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송두리째 바꾼 아토피 치료8년 차 - 나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로 이것
  • 기사등록 2021-08-04 11:54:01
  • 기사수정 2021-08-04 12: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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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쓸 수 없었던 주제, 가족이 아팠던 것만큼 내 마음도 정리가 되지 않았던 바로 그 이야기.




8년이 되었다. 생후 2개월부터 아이가 아프기 시작한 지. 아토피란 참 흔한 질병이다. 흔하기에 받아들이는 이들도 쉽게 받아들인다. 완치도 어렵기에 평생 달고 사는 알레르기 정도로 생각하곤 한다. 우리가 겪은 일들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사실 아이 사진 한 장으로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우리 가족 모두가 그것을 다시 볼 용기, 세상에 내놓을 용기가 없다.


피투성이 옷과 이불이 생활이었던 첫째 아이는 이제 반팔 반바지를 입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얼마 전 둘째가 태어났다. 둘째는 생후 20일 즈음부터 태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첫째와 똑같은 증상이었다. 덜컥 겁이 났다. 8년간 첫째 아이를 통해서 정리된 적용 방식들을 똑같이 시행하고자 했다. 집에서 도와주시는 산후관리사는 내 방식과 달리 자신이 태열에 대해 아는 대로 아이를 다루려 했다.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납득시키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보여드린 사진 한 장.


말문이 막혔고, 표정은 일그러졌다. 맞던 틀리던 엄마인 내 말대로 따르기로 하신다. 나중에 고백하시건대 그런 아토피는 텔레비전에서나 한 번쯤 본 적이 있다고 하셨다.


모든 이들이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어떻게 나았는지 궁금해한다. 결과적으로 답은 ‘자기 관리’다. 그에 앞서 아토피의 인과관계에 대한 논리적이고 분명한 이해, 세심한 관찰, 잠시도 방심하지 않는 것. 병원이나 타인의 말에 의지하거나 끌려다니지 않는 것이 필수다.

 

모든 병이 마찬가지다. 의학은 병을 드라마틱하게, 신속하게 정리해주지만 예후까지 꾸준히 책임져주지는 않는다. 정신과에서 약물치료와 함께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우울증에 약물은 빠른 효과를 보여주지만 근본적으로 마음을 다스리지 않는 한 영원히 완치되지 않는다.


아토피에 흔히 쓰는 스테로이드도 순간적으로 증상을 호전시키지만 낫게 하지는 않는다. 잠시 증상이 호전되는 동안 원인이 되는 음식과 환경을 제거하면서 몸을 정상화하는 것이 치료의 기본 원리이다. 하지만 마음은 원리를 따르기 쉽지 않다. 잠시 가라앉혀 겉으로 보기에 증상이 호전되면 병이 나은 줄 알고 먹고 싶은 것, 불규칙한 생활습관, 가고 싶은 곳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가려우면 또 약을 쓴다. 몸은 아무리 가려움으로 신호를 보내보아도 자꾸 나쁜 것들이 들어오니 더 많은 것들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내기 시작한다. 먹을 수 있는 것이 점점 줄어들고,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해질 때쯤이면 스테로이드 없이는 살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아토피는 면역반응이며, 스테로이드는 면역억제제다. 스테로이드를 오래 쓸수록 면역기능이 떨어져 쉽게 감염되고, 뼈가 녹고, 피부가 얇아지며, 눈에는 녹내장 백내장이 생기고 소화계에 이상이 생기는 등 수없이 많은 부작용이 생긴다. 스테로이드를 오랜 기간 사용하게 되면 리바운드 현상도 나타난다. 이는 쉽게 말해 그동안 억눌려 있던 면역반응들이 한꺼번에, 과도하게 터져 나오는 현상이다.


첫째 아이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태내에서부터 아빠에게 받은 영향인지 스테로이드 약물 냄새가 솔솔 났다. 그리고 리바운드 현상도 나타났다. 동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모든 원인들을 찾아서 제거하고 피해야 했다. 방부제, 농약, 유제품, 동물성 지방, 모든 화학성분, 먼지, 산소부족, 스트레스, 예방접종, 항생제, 전자파에도 반응을 보였다. 이 원인들을 찾아내는 데만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병원의 알레르기 검사는 보통 식품을 대상으로 한다. 식품 외 전자파 등의 환경적인 원인은 엄마가 생활 속에서 면밀히 아이의 반응을 관찰하며 찾아내야 한다. 실험실이 아니기에 한 가지 조건만을 통제하면서 비교할 수 없어 여러 날, 여러 상황들을 계속해서 비교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원인을 찾아냈다면 그 원인들을 철저하게 제거하는 습관, 자기 관리만이 해답이다. 자기 관리를 위한 수많은 도서 및 서비스가 등장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자기 관리는 매우 일상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켜내기는 참 어렵다. 일정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진행하는 과정을 학문 및 임상에서 다루는 심리학의 한 분야로 응용 행동 분석이라는 학문이 연구되고 있다. 이 학문에서 스스로 목표 설정 및 계획을 완벽하게 실천하는 사람의 비율이 수백 명 중의 한 명 꼴이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임상에서 자기 관리를 치료적으로 접근한다. 그만큼 어려운 것이 스스로를 통제해 스스로 정한 규칙을 지키는 일이다. 아토피가 낫기 어려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수많은 전자파에 둘러싸여 사는 도시인들이 전자파를 피하는 것, 산소가 부족한 쇼핑몰에 가지 않는 것, 화려하고 맛깔난 농약덩어리, 화학물질 덩어리 먹거리들을 먹지 않는 것. 말로는 쉽지만 일상에서 지키기 참 어려운 것들이다.


이렇게 찾아낸 원인을 피하기만 해서 정리되는 병이라면 ‘완치불가’의 오명을 입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토피 환자들은 면역이 불균형일 뿐만 아니라 장 내 환경도 정상적이지 않다. 최근 아토피의 원인이 장내 미생물 불균형에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 쉽게 말하면 먹은 것을 잘 소화 흡수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증상의 원인이 되지 않는 일반 음식들조차도 많은 양을 먹으면 소화 및 흡수되지 않아 몸속에 쌓인다. 쌓여서 배출되지 않은 음식들은 독소가 되어 또다시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아토피 환자들은 소화시킬 수 있을 만큼 적은 양을 자주 먹어야 한다. 마치 다이어터가 기름기 없는 단백질과 섬유질 위주로 적은 양의 식사를 하듯, 평생 다이어터처럼 먹으며 관리해야만 한다. 소화시키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들면 충분히 움직이고 운동해 외부에서 소화작용을 돕도록 해야 한다. 활동하지 않는 시간인 밤에는 먹지 않는 것도 필수다.


 

첫째 아이는 태어나서부터 계속해서 자기 관리 훈련을 해 왔다. 공장에서 만들어낸 과자, 음료, 아이스크림, 기름진 음식이나 육류 및 유제품은 스스로 먹지 않는다. 친구들과 함께 유치원과 학교 생활을 하면서 다 같이 먹는 간식조차도 알아서 통제한다. 빨강 노랑 색색의 젤리와 아이스크림, 친구들이 다 같이 먹고 있는데 저는 얼마나 먹고 싶을까 엄마 마음이 저리지만 살기 위한 몸부림이니 마음을 굳게 먹는다. 그리고 먹는 행위 외의 다른 것들에 집중하고 즐기도록 유도해주었다.


둘째 아이는 태열 때문에 먹는 양을 줄였다. 식탐이 많아 아가들의 평균 수유량을 웃돌아서 평균치보다 약간 줄였을 뿐인데 늘어난 위장이 줄어들 때까지 매일 빽빽 울고 칭얼거렸다. 그걸 본 첫째 아이가 동생을 보며 속삭인다.


“아가야, 먹는 건 별로 재미없어~ 더 재미있는 게 많아. 미술도 재밌고, 학교 가서 친구들 만나는 것도 재밌고, 학원 가고 놀이터 가는 것도 재미있어. 먹는 건 별로 재미없어~”


이보다 더 훌륭한 심리치료, 자기 관리가 있을까. 아이는 말을 시작하기 전부터 자신과 상황을 통제하는 연습을 해왔다. 유기농 먹거리만 가려서 적당량을 먹고, 먹고 나면 즐거운 놀이거리들을 찾아 운동한다. 밤에는 먹지 않고 제시간에 잠들며 전자파가 많은 상황은 알아서 피한다. 아파서 살기 위해 시작한 자기 통제가 학습에도 아주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재미없는 수학 학습지에서 작은 재미거리를 찾아내는 것, 학교와 학원생활에서 지겨운 수업보다 재미있는 포인트들을 찾아내는 것, 놀이터에 가기 전 얼른 공부를 마치고 마음 편히 노는 것 등. 학교와 학원이 끝나고도 또 가고 싶은 놀이터가 되면서 그곳에서의 학습도 즐거움이 되어가고, 자신감이 생기고 칭찬을 받으면서 선순환 구조를 이뤄 삶의 질이 높아진다.


사람들은 짧은 기간에 해내는 단순한 치료방식을 바란다. 그리고 완치 후 마음껏 풀어헤치며 쾌락적인 것들을 누리고자 한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없다. 몸과 마음에 해롭고 편리한 것은 피하는 것, 바르고 긍정적으로 성실하게 사는 것이 결국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유기농 먹거리만 먹는 습관을 들이면 몸이 맑아져 농약과 화학성분이 들어간 것은 역한 맛이 난다. 생활방식도 매한가지다. 자신이 먹을 수 있는 것 중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 그보다 더 즐거운 것들을 찾아내고 재미를 붙이려 노력하는 것, 그렇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다 보면 부정적인 생각과 사람들은 절로 멀리하게 된다.


교과서 같은 이야기다. 참 재미없고 지루한 인생일 것 같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함께 할 때 가장 즐겁다. 각자 좋아하는 것들이 명확하고 그것에 집중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는데 능하다. 입에 달콤한 순간적인 쾌락들보다 더 만족감이 큰 것은 성취다. 글을 쓰며, 사업을 일구며, 그림을 그리며, 친구들과의 관계를 만들며 얻는 성취는 결코 지루하거나 진부하지 않다. 우리의 아픔은 결국, 바른 삶을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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