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시골라이프, 우리가 노는 법
각자 캠핑을 즐기는 방법
이제 꼬맹이도 제법 캠핑 시간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했다.
출산일이 눈 앞이라 밖에 나올 수 있는 날은 어떻게든 나와 화로를 지펴놓는다. 텐트에 누워 바라보는 하늘, 바람에 서성이는 나뭇잎 하나하나에 ‘아- 이거지’ 싶다. 봄을, 바람을, 하늘을 한껏 들이마셔둔다. 이제 곧 태어날 신생아와는 누릴 수 없을 쾌적함이기에 매 순간이 더 아쉽다.
얼마 전, 태교 호캉스를 가겠답시고 왕복 6시간 차를 타고 창문도 열리지 않는 초럭셔리한 스위트룸을 위해 거금을 지불했다. 산소가 부족한 쇼핑몰과 전시관을 돌아다니느라 녹초가 된 몸을 고급진 스파에 담가 잠시 평화. 그리고 그 밤, 독한 섬유유연제 향기를 머금은 희디흰 이불 위에서 6시간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 밤새 긁는 아이를 토닥이며 미안한 마음에 눕지도 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비상용 창문이라도 열어달라고 하고 싶은 것을 꾹꾹 담아 넣었다. 창문 너머 멋진 야경을 6시간 동안 감상하며 잠과 야경을 맞바꾸었구나, 싶더라. 8년 전 한강변 신혼집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했었던 것 같기도 했다.
한숨도 못 자 충혈된 눈으로 방을 나와, 사람이 많아 아침 7시부터 드셔야 한다는 화려한 조식 뷔페를 꾸역꾸역 밀어 넣고 나니 그야말로 만신창이. 대체 호캉스의 정의가 무엇일까, 집에 올 체력을 만들기 위해 카페인을 들이마셨다.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도시놀이는 영원히 뒤로 하고 우리는 원래 그랬던 대로 자연인으로 놀기로 했다.
집에서 십 분 거리의 캠핑장에서 아이는 대형 미끄럼틀을 타며 유치원 친구들을 마주친다. 나즈막이 해가 어두워지면 타닥이는 소리의 붉은 장작불이 그 어떤 호텔 야경보다 호화롭다.
유기농 재료들을 잔뜩 주문해 차린 고급 식탁은 딱 우리 입맛. 퉁퉁 부은 다리도, 민낯 얼굴도, 아무렇게나 주워 입은 티셔츠도 편안하기 그지없다. 나눠먹는 라면 한 그릇의 맛이야 말로 다할 수 있으랴.
캄캄한 밤, 남은 숯을 모두 태우며 조곤조곤 마음에 담긴 이야기들을 나눈다. 매주 오는 같은 공간이지만 바람의 속삭임에 따라, 하늘의 기분에 따라 우리는 다른 감정을 나눈다. 평일에도 매일 삼시 세 끼를 같이 먹는 우리 같은 가족도 참 찾기 어려울 테다. 그리고도 주말 내내 함께 뒹굴며 또 놀거리를 찾아낸다.
함께 있어서 즐거울 수 있어서 웃을 수 있어서 그리고 같이 울 수 있어서 사랑이라고,
참 지겹게도 붙어있고도 또 같이 논다며 우리는 또 주말의 캠핑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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