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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양다연 ]


마스크를 쓴 지구 (출처:pixabay)

그야말로 대혼란이다. '팬데믹(pandemic)'을 초래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는 지구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린 일상을 만들었고, 원래도 빠르게 변하고 있었던 사회의 변화 속도를 더욱 가속했다. 전세계적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엄격한 위생 관리 등의 조치를 실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QR 체크인, 학생자가진단 등을 통해 ‘K-방역’을 실천하는 중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팬데믹 속에서도 타국과 비교되는 의료 시스템과 제한을 최소한으로 한 방역조치,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이며 뛰어난 위기 대처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모두가 이전보다 큰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마스크 없이는 외부의 일상생활이 전혀 불가능하며, 여행이나 여가는 할 수도 없고, 할 수 있는 일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지구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코로나19가 우리의 심리에 영향을 끼친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 코로나19의 대표적 조치인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개인정보수집이 인간 관계에 어떠한 심리적 변화를 일으켰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국내에 새롭게 등장한 캠페인인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는 사람들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넓혔다. 상호간 2m 거리를 유지하는 제한부터, 모임이나 행사, 다중이용시설 등의 방역수칙에 관한 조치를 포함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의 핵심적 조치이다. 하지만 어째서 캠페인의 이름이 ‘물리적 거리두기(physical distancing)’가 아닐까? 국내에서 실행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모두 사람들간 ‘물리적 안전 거리’를 확보하기 위함이며, 세계보건기구(WHO)가 강조하는 바도 사람들 간의 ‘물리적’ 공간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김홍중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의 의미가 달라졌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 사회가 사람들에게 ‘상호작용의 공간’, ‘외집단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는 방어막’을 의미했다면, 이제는 그 반대의 의미가 되어버렸다는 뜻이다. 캠페인의 이름처럼 ‘거리를 두어야 하는 공간’이 ‘사회’의 새로운 정의가 되었다. 서로서로 거리를 두어야 하는 사회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인간 관계는 이제 위험을 수반하는 행위로 인식된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전면 온라인 수업과 회의, 재택근무 활성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를 비롯한 다양한 ‘언택트 플랫폼(untact platform)'은 사회와 함께 인간 관계의 방식이 바뀌었음을 증명한다.



★마스크 착용


우리에겐 뮤지컬로 익숙한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에 등장하는 ‘팬텀’은 가면으로 자신의 흉측한 외모를 가리고 파리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 산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도 팬텀과 같은 삶을 살게 되었다. 가면이 필요했던 팬텀과 달리 우리의 마스크는 강제적이지만, 우리도 얼굴의 반을 가린채 사람들과 ‘반쪽짜리 만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마스크는 호흡과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한순간이라도 지니고 있지 않으면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기에 사람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요소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함이 알고보니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면, 그 사실을 믿을 수 있는가? 마스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 기저에서 인간관계에 미묘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을 수도 있다. 김은선, 최영옥에 따르면 가면은 익명, 은폐의 기능을 한다. 이러한 ‘감춤’은 사람들로 하여금 미스터리, 공포, 불안 등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가면을 소재로 한 영화포스터 분석 연구에서 대부분의 영화 장르가 스릴러였다는 점은 가면의 주요한 기능 중 하나가 감춤을 통한 공포심 유발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물리적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마스크도 가면과 유사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스크가 유발하는 익명성, 모호성 등은 우리의 심리를 조종할 수도 있다. 물론, 팬데믹 속에서의 마스크는 그저 안전을 위한 장치라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고,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스크는 나쁘다’라는 일반화는 오류이다. 그러나 마스크로 인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게 된 현실은 상대에 대한 미스터리의 감정을 만들어낸다. 마스크가 아니었다면 가장 먼저 볼 수 있었을 얼굴이 풀어나가야 할 미지의 실마리로 남아있게 되는 꼴이다. 

 


★개인정보수집


개인정보수집 측면에서는 인간 대 인간 관계보다 인간 대 사회 관계의 심리 변화를 볼 수 있다. 위치파악을 위한 명부작성과 QR 체크인, 코로나 증상 여부 확인을 위한 체온체크 등은 이제 어디에서나 필수적이다. 잠재적 위험을 가진 사람들이 확진자가 될 경우를 대비한 정부의 대안책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국가의 이러한 개인정보수집 및 확진자 동선공개가 개인정보침해라는 반발이 많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정부에 의해 감시받고 있다는 점, 그리고 만약 자신이 확진자가 되었을 경우 모든 일상이 만천하에 공개된다는 점에 불만을 가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으로부터 약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개인정보수집에 대부분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확진자의 동선공개도 개인정보침해의 측면보다는 정보 전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CCTV가 우리 사회에 스며들게 된 과정으로 비유할 수 있다. CCTV가 도입되기 시작한 시기에는 그것이 사람들의 삶을 감시하기에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취급받았다. 개인정보수집과 마찬가지로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이다. 하지만 학교 주변, 범죄 다발 구역 등 일부 장소에는 CCTV를 설치하는 것이 설치하지 않았을 때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됨에 따라 CCTV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고, 오늘날에는 CCTV가 없는 곳을 찾기 힘들다. CCTV가 '나를 감시하는 존재'에서 '나를 지켜주는 존재'로 바뀐것이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개인정보수집도 초창기에는 '사회가 나를 감시하는 수단'이라고 인식되었지만 정보의 사용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사회가 나를 지켜주는 수단'으로서의 개인정보수집에 동의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개인정보수집은 우리가 코로나19와 함께 일상을 보내야 하는 한 끝까지 함께 가야하는 것들이다. 새롭게 생겨난 조치는 우리의 삶과 심리를 급격하게 바꾸었지만, 그러한 변화가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 변화의 속도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빠르고 급진적이기에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인류의 발전을 한 걸음 더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현재의 부단한 노력이 과거가 될 미래에, 이를 그저 한 편의 추억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의 노력밖에 없다. 

 


<출처표기>

김은선, 최영옥. (2013). 영화포스터에 나타난 가면의 의미작용에 관한 연구. 상품문화디자인학연구, 34, 83-96.

김홍중. (2020). 코로나19와 사회이론: 바이러스, 사회적 거리두기, 비말을 중심으로. 한국사회학, 54(3), 163-187.

이정윤. (2020).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가 심리적 적응에 미치는 영향. 한국심리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43-43.

이희은. (2014). 관찰 혹은 자발적 감시. 한국방송학보, 28(2), 211-248.

최은아. (2020). 유럽문화사에 나타난 가면과 정체성의 관계 연구(1). 한국헤세학회, 187-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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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8-06 09: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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