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을 전공하고 심리치료를 하다 건강문제로 귀촌해 카페와 꽃집을 창업해 운영하면서 경영에 대한 남다른 접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보아왔던 아버지의 사업운영방식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온오프라인 카페 매장 운영 및 로스팅 공장 운영 실무를 보고 있으며, 동시에 각종 서적과 경영컨설턴트 출신인 남편을 통해 경영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들을 쌓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블루밍, 막다른 길에서 카페 창업을 말하다’에서는 카페 운영에 대해 경영학적 접근만이 아닌 심리학적 관점을 더한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이 컨텐츠들은 수정 보완 및 더 깊은 내용을 담아 출판 준비 중입니다.

‘카페해서 얼마나 벌까’ 보다는 ‘카페 하나 차리는데 얼마나 들까’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더 많다. 여기에 내재된 의미는 카페를 운영해 얼마쯤 벌어 생계를 유지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카페하며 살고 싶다'는 단순한 욕구가 더욱 강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는 것이 지치고 힘들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보다 따뜻한 나만의 공간으로 숨어들고 싶다는 마음이 만연한 시대다. 직장을 다니며 건강이 악화되고 심리적으로 막다른 길에 내몰릴수록 창업에 대한 마음은 도피처가 된다. 지옥같은 직장에서 퇴근한 후 예쁜 카페를 찾아다니며 편안한 공간에 대한 기억을 자신만의 도피처에 차곡차곡 쌓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어떻게 운영이 될 지, 수익이 날 지, 스트레스 지수가 과연 지금보다 낮을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고려하지는 않는다.

이 글에서는 일차적으로 창업비용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지만 창업비용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 그 포근한 나만의 공간을 심리적, 경제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창업비용이야 말할 것도 없이 천차만별이다. 사이즈를 키울수록, 고급화 할수록 투자비용은 높고 매출 또한 높게 나온다. 시골에서 빈집 개조해 핸드드립만 할 작정이라면 하루 한두잔 팔아도 창업은 창업이다. 하지만 전국 9만개의 카페 사이에서 최소한의 경쟁력을 가지고 유지가능할 정도의 매출을 낼 수 있으려면 최소 1억 5천만원-2억원 정도의 창업비용이 필요하다. 대략적인 내역을 보자면, 먼저 8천만 원~9천만 원 정도를 권리금과 보증금으로 책정한다. 여기에 인테리어 비용으로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 가량(10-20평 기준)이 추가된다. 장비와 가구, 기타 집기는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정도 소요된다. 여기에 첫 달 재고 및 운영비를 1천만 원 가량 책정한다. 여기서 언급한 창업비용은 가장 효율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의 비용이다. 투자비가 더 낮아지면 매출을 올리기가 어렵고, 이보다 더 높은 비용을 투자한다면 전체 매출은 올릴 수 있지만 매출대비 실수익의 비율이 낮아진다.  

일반적으로 대출은 총 예산에서 60%정도 잡아야 무리없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며 유지운영할 수 있다.

1억 5천만원을 단순히 은행에 넣어두면 연 150만원 가량의 이자가 붙는다. 따라서 사장 인건비와 대출이자까지 제한 순수익이 이자보다는 높은 수준이 되어야 한다. 창업 컨설턴트들은 사장 인건비를 제하고 (사장도 한 사람의 인력으로 일하는 경우) 5-15% 이상의 수익을 낸다면 잘 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순수익 15%를 내기 위해서 한 달에 얼마나 팔아야 하는지 알아보자. 인건비와 임대료는 비용이 고정되어 있다. 사장 1명에 직원 1명을 고용한다면 (사장도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가야하므로) 인건비가 대략 400만원, 카페에서 평균적인 임대료는 120-140만원 정도이므로 고정적으로 약 530만원 정도가 나간다. 여기에 각종 세금 및 관리비 약 100만원으로 책정하고, 재료비는 매출의 30%로 잡는다. 기본적으로 월 소요되는 비용이 위와 같으며, 여기에 기기고장, 매장보수 등 매달 일정하지 않은 지출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 지출 대비, 앞서 ‘잘하고 있다’로 책정했던 15%의 순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월 1150만원의 매출을 내야 한다. 순수익없이 최저임금의 사장월급만 낸다고 가정하면(손익분기점이 된다), 월 900만원의 매출을 내면 된다.

그렇다면 다른 노력없이 문을 열어두기만 하면 월 수익을 위의 목표치만큼 쉽게 달성할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예전에는 좋은 목을 잡아 싸게 팔면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지금은 입지가 좋아도 경쟁자가 넘쳐나고, 애초에 권리금도 매우 높게 형성되어 있다. 게다가 위에서 언급한 비용으로는 좋은 목을 잡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10-20평대의 작은 카페에서 3000원대의 커피로 월 1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더 오랜 시간동안 많은 노동을 해야 하고, 매출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여기서 카페이니 먹거리를 더 팔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으로 일한다면 점점 더 수렁에 빠지게 된다. 창업시 꿈꾸던 편안한 공간은 온데간데 없다. 1000만원어치 커피를 팔아 최저월급을 내 손에 쥐고나면 참 허무하다. 그나마도 잘 되는 카페라야 가능한 얘기다. 그래도 하고 싶은 내 카페, 내 공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방법은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카페라고 해서 음료나 디저트만 판매하라는 법은 없고, 무언가 가시적인 상품만 팔으라는 법도 없다. 남들이 시도하지 못한 것, 하지만 나만이 특별하게 잘 할 수 있는 것을 테마로 내세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 전략에서 카페는 아주 훌륭한 오프라인 거처가 된다. 이는 곧 ‘나’를 브랜딩하는 전략이 되어 노동시간이 곧 자아실현으로 거듭난다.

이는 간단하게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나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내가 잘 할 수 있고 사랑하는 일에 몰입하도록 하는 과정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나와 남편은 카페를 꿈꾼 적은 없었다. 애초에 카페가 목적이 아니었으니 좀 더 궁극적으로 나를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가 필요했다. 로스터리를 시작하고 나서의 3년, 이후 카페를 시작하고 나서 3년의 기간은 우리만의 목표를 찾아내기 위한 긴 여정이었고 이제 완성형을 향해 마무리가 되어가는 단계다. 그리고 이 여정을 하나의 레퍼런스로 삼아 심리학에 기반을 둔 길잡이를 써내려가고 있다.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진정한 자신의 삶을 꿈꾸는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하며 책 출판을 준비하는 중이다. 미래를 꿈꾸기 참 어려운 시대, 오늘의 작은 플렉스로 근근히 행복을 움켜쥐어보는 시대. 코로나 이후 다음 세대의 삶을 상상하며 가장 따스하고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림을 계속해서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