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강다은 ]







코로나 19로 인해 거리두기 제약이 늘어나면서 생긴 다양한 문제 중 많은 사람이 놓치고 있는 것이 바로 가정 폭력이다. 장기적 경제 위축과 더불어 증가한 스트레스는 가정폭력 가해의 위험성을 높였고 이미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피해자들은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되면서 온종일 불안과 공포에 떨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를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할 짧은 시간도 없어지면서 폭력은 더욱 더 사적인 공간 안으로 침투하고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 조주은 경찰청 여성 청소년 안전기획관은 “가정폭력은 피해자의 죽음으로 끝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살인이 나면 가정폭력이 아닌 살인사건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현재 범죄통계로는 친밀한 관계 내 여성 살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코로나19와 가정폭력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러한 우려에 따라 올해 초에 몇 번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이 당시 경찰청 자료는 2020년 1월부터 4월까지의 가정폭력 신고 접수 건수가 4만 5,065건임을 보여주는데 이는 작년 동기간 신고건수, 4만 7,378건에 비해 4.9% 줄어든 수치였다. 이 수치를 토대로 한국의 경우 유럽과는 달리 코로나19로 인한 가정폭력이 늘어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외부 노출이 줄어들면서 타인에 의한 신고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며 가정폭력 가해자들이 일반적으로 보여주는 특징인 감시와 통제의 성격을 고려하였을 때 피해자들이 신고할 수 있는 매체(핸드폰, 인터넷 등)와 시간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인해 피해를 당해도 신고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성남시 가정폭력상담소 월별 이용현황을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었던 3~5월에는 신고건수가203건에서 287건으로 낮은 반면 생활 속 거리두기 단계로 완화된 6월을 거치면서 7월에 732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해자들이 직장이나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거리두기 조치의 완화에 따라 증가하면서 피해자들이 안전하게 신고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정폭력은 가정 내의 사적인 문제로 공권력의 개입이 꺼려져 왔으나, 1980년대 여성운동의 성장에 힘입어 점차 범죄라고 인식되었다. 그에 따라 1997년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시행되기에 이르렀다. 그 이후에도 응급조치, 임시조치, 긴급임시조치, 피해자보호명령 등 피해자의 보호를 위한 각종 조치들이 시행되어 왔다. 그러나 여전히 피해자가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가정폭력 범죄의 처리절차 자체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응급조치의 경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폭력행위 제지 및 가정폭력 행위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치를 하여야 하나, 가정폭력 행위자가 거부하는 경우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임시 조치와 긴급임시조치의 경우 사법경찰관의 신청에서부터 법원의 결정에 이르기까지 긴 절차를 거치는 동안 결정의 적시성을 상실하는 문제가 있다.

 



네이버 웹툰: 집이 없어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가족은 선택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뿌리 깊은 유교 가족주의로 인해 국민들은 가족에 대해 불필요할 정도의 사랑과 효를 강요 받는다. 위 사진들은 네이버 웹툰에서 활동하는 작가 와난의 작품 ‘집이 없어’의 장면 중 하나다. 해당 장면은 가정폭력을 당한 청소년에게 위로를 전하는 고모(과거 가정폭력의 피해자)의 모습이다. 많은 독자들이 해당 장면으로 위로를 받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잘 생각해보면 혈연, 지연, 학연이라는 말이 있는 만큼 한국인이 인연에 집착하는 모습은 단순한 사상이 아니라 전통에 가까운 문화다. 특히나 가족은 피로 엮인 인연이라는 인식에 더더욱 그 끊을 놓기 정신적으로 어렵다. 사람들은 그렇게 배워왔고, 그렇게 가르쳐왔다. 국가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가해자로부터 구해주지 못하고 있고, 피해자들은 스스로 도망칠 수 있어도 정작 가해자가 느껴야 할 심리적 죄책감까지도 느낄 수 있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가르침을 전달해야 한다. 혈연으로 따지자면 전 국민, 아니 이 세계인이 피를 공유하고 있다. 가족은 선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피해자들에게 적어도 심리적인 해방을 보장할 수 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숨겨둔 가해자라는 꼬리표를 볼 수 있게 되는 순간부터 피해자들은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누구든지 가족을 선택할 수 있다. 

 

 


출처 및 인용

 

여성신문: http://www.womennews.co.kr

송아영. (2021). 코로나19로 가려진 얼굴, 가정폭력. 월간 복지동향, (267), 51-53.

박희수. 2018.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절차개선방안. 이화젠더법학 10: 77-109.

김도일. (2018). 유교 가족주의의 이중성. 철학, 135(), 1-22.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1788
  • 기사등록 2021-08-11 09:27:3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