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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서윤 ]


소꿉놀이를 하는 어린 아이들을 떠올려보자. 장난감 조리 기구로 음식 모형을 써는 아이들은 마치 요리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병원놀이세트를 가지고 놀 때는 자신이 의사인 것처럼 인형을 치료하고 대리만족한다. 소꿉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꿈과 상상이 마치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는 듯한 환상을 느낀다. 



소비자들의 소꿉놀이, 파노플리 효과


 

아이들이 소꿉놀이로 상상을 대신 이루는 것처럼, 특정 상품을 소비함으로서 그 상품의 소비 집단에 소속된 것 같은 환상을 느끼는 심리 현상을 ‘파노플리 효과’라고 한다. 이때 소속감을 느끼고자 하는 상품의 소비 집단은 자신이 평소 갈망하는 집단이다. 대개 유명인, 상류층 등 사회적으로 선망 받는 계층이 그 대상이 된다. 유명 연예인이 방송에 입고 나와 화제가 된 패션을 따라 사는 행위, 상품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생각에 값싼 제품을 파는 브랜드보다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 모두 파노플리 효과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파노플리 효과는 사람들의 명품 소비 심리를 설명하기도 한다. 파노플리 효과를 정의한 프랑스 사회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소비 행위에도 인간의 이상적 자아가 반영되기 때문에, 누구나 명품을 선망하며 상류계층의 의식을 느끼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즉 상류층에 대한 소속감과 동질감을 느끼고자 그들이 주로 구매하는 비싼 외제차, 명품백 등 고가의 제품을 무리해서라도 소비하고, 그로부터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파노플리 효과는 원천적으로 허영심과 과시욕으로부터 비롯된 심리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팬데믹 속 심화된 파노플리 효과



이러한 파노플리 효과는 팬데믹 시대인 현재 심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보복 소비 심리까지 더해져 경제 불황 속에서 명품 브랜드들은 그야말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백화점 앞에는 명품 구매를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며 매장이 열자마자 먼저 구매하려 내달리는 ‘오픈런’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샤넬은 전년대비 9000억 원대가 넘는 매출을 올렸으며 에르메스도 4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매출을 올렸다. 수요가 급증하자 명품 브랜드들은 서너 달에 한 번꼴로 가격을 인상하기도 했지만 코로나 시국 속 파노플리 효과는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파노플리 효과를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도 표현한다. 나아가 사회적으로 소비를 촉진하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소확행을 이유로 과소비로 이어지기 쉬우며, 오히려 경제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도 있다. 상품보다 상표를 우선시하는 브랜드 충성 소비는 파노플리 효과가 만연해진 사회의 소비적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 현상이기도 하다.

 

경제적 여유가 되는 한에서 갖고 싶은 물건을 소비하는 것은 일상에서 소확행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그것이 설사 파노플리 효과에서 비롯된 소비일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상품이 스스로를 평가한다는 착각, 타인의 시선 때문에 무리해서 소비하는 행위는 행복보다 부담, 부담을 넘어 불행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파노플리 효과는 소비의 ‘환상’으로부터 비롯되는 심리 현상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참고문헌>


윤성욱, 김혜옥. (2017). 누가 감추려 하는가? 보이지 않는 브랜드 상징과 소비자의 지위소비욕구. 한국심리학회. <한국심리학회지 : 소비자, 광고> 제18권 제2호

김효은, 김병수. (2017). 고객 만족과 브랜드 동일시가 지불 의사와 재구매 의도에 미치는 영향. 한국서비스경영학회. 서비스경영학회지 제 18권 제3호.

  • 류웅재, 박정은. (2016). 남성의 명품 소비와 차이의 문화정치. 한국언론정보학회. 한국언론정보학보 통권 제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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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8-27 13: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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