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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강우익 ]



사진출처: pixabay.com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들 한다. 성숙과 성장은 별개의 것이라는 의미이다. 어른의 신체를 얻고 어른의 행동거지를 익혔다고 해서, 내면까지 어른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이를 먹는 것은 그다지 힘든 일이 아니지만, 내면을 성숙시키는 일은 인고의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심리학자들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한다. 저명한 미국 정신의학자 미실다인(W.Hugh Missildine)은 성인이 된 개인의 내면에는 과거의 유아기적 모습이 담긴 제 2의 자아, 내면아이(Inner child)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내면아이는 정신세계에서 독립된 개체처럼 존재하며,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가족치료 전문가 브래드쇼(J.Bradshaw)는 억압받고 상처받은 내면아이의 '현재 개입'이 성인기 부적응의 주요 원인이라고 하였다.




내면아이와 성인기 부적응



미실다인과 브래드쇼를 비롯한 대상관계이론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상처받은 내면아이는 주로 부모의 부적절한 양육방식으로 인해 발현된다. 유아기의 아동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필요로 한다. 자신이 소중하고 사랑받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경험은 건강한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허나, 부모로부터 지나친 방임이나 억압, 혹은 폭력을 경험한 아동은 건강한 자기애적 욕구를 해소할 수 없고, 이때 자존감과 자기 정체성은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이는 성인기에 와서 다양한 부적응 문제로 이어진다. 상실된 자기존중감을 회복하기 위해 외부의 것들에 집착(이는 알콜 중독이나 애정 결핍으로도 이어지기도 한다)하거나, 사람과 세상에 대해 불신하게 될 수도 있고, 고립과 거절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하게 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우울, 분노, 공격성 등 여러 정서 문제들의 중심에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있을 수 있다. 

 


어떻게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



브래드쇼의 저서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료」의 내용에 따르면, 우리는 먼저 마음 속의 내면아이를 찾고, 아이가 어떤 상처를 가졌는지 알아내어 위로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각 발달단계에서 충족되지 못한 욕구들을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어른인 자신이 부모가 되어, 자라나지 못한 내 안의 아이를 어른으로 키워 주어야 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일상에서 부적응을 일으키는 감정을 경험했을 때, 그 감정을 억압하거나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상처를 무시하거나 억압한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그 기억이 잊힐지언정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상처는 자신의 정신세계 안에 어떤 식으로든 그 흔적이 남게 되며, 상처와 스트레스에 대한 과도한 억압은 신체적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브래드쇼는 “자신의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숨기면 숨길수록, 내면아이는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알고 그에 대항하여 온갖 반항을 하며 울어 젖힌다.”라며 내면아이의 수용을 강조했다. 


내면아이를 인지하기 위해선, 순간순간 느껴지는 감정들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며, 감정의 원인이 되는 사건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 사건과 연결된 내면아이, 그리고 그가 지닌 상처를 파악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내면아이의 발현은 주로 무의식적이며, 순간적이고, 익숙한 체제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 존재를 인지하기란 어렵다. 때문에 내면아이를 찾는 작업은 전문 상담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나'를 사랑해줄 사람은 '나'



과거의 힘듦을 뒤로 한 채 당신이 현재를 살아가는 동안, 홀로 남아 그 고통을 감내한 당신이란 이름의 아이가 있다. 더 이상 그 아이에게 눈 돌리지 말자. 꼬옥 안아주며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말해주자. 그리고 함께 실컷 울어주자. 그 긴 세월을 버텨낸 아이에겐 사랑받을 권리가 있으며, 당신에겐 그 아이를 사랑해줄 의무가 있다. 부디 당신의 아이가 멋진 어른으로 자라나길. 

 



참고자료

•권기성. (2008). 마음의 상처와 인적 자원의 관리, 한국공공관리학보, 22, 129-154. 

•이분형. (2011). 부모의 ‘내면아이’ 는 꼭 자라야만 한다, 새가정, 58, 14-17.

•김춘경. (2016). 상담학 사전. 학지사

• John Bradshaw. (2004).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료.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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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8-30 09:16:15
  • 수정 2021-08-30 15: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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