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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MBTI는 뭐야?” 

이 문장으로 

2021년을 설명할 수 있다.


세대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MBTI에 진심인 상황이다.


커뮤니티에서는 

“INFP들 이거 나만 그래?”, 

“INTP 유형 팩폭 모음” 등 유형별로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MBTI 관련 글이 올라오면 

마 지나지 않아 

인기 글이 되는 경우가 많고, 

MBTI와 유사한 테스트도 

많이 배포되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MBTI는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가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Carl  Jung)의 심리 유형론을 기반으로 만든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 도구이다. 


성격 유형에는 총 16가지가 있으며, 

크게 분석형, 외교형, 관리자형, 탐험가형으로 나뉜다. 

분석형에는 INTJ, INTP, ENTJ, ENTP, 

외교형에는 INFJ, INFP, ENFJ, ENFP, 

관리자형에는 ISTJ, ISFJ, ESTJ, ESFJ, 

탐험가형에는 ISTP, ISFP, ESTP, ESFP가 해당한다. 


외향적이냐 내향적이냐, 

감각이냐 직관이냐 등에 따라 

자신의 성격 유형이 결정된다. 

많은 사람은 MBTI가 정말 정확하게 

자신의 성격을 나타내주는 지표라고 이야기한다. 

 

필자는 검사 결과 INFP가 나왔으며, 

지인들이 소위 말하는 “MBTI 과몰입러”라고 

부를 정도로 흥미를 느꼈다. 

격 유형에 대한 설명 글이 올라오면 

바로 정독하고, 그 설명에 대해 공감하며 

“MBTI는 과학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퍼스널컬러 테스트’, ‘동물 테스트’ 등 

또 다른 테스트가 나오면

바로 지인에게 공유해서 이거 해봐라, 저거 해봐라 

권유도 많이 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상당히 소극적으로 변했다.

 

어느 날 친구와 맥주 한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친구가 진로 관련해 고민 상담을 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친구의 고민이 무엇인지, 

어떤 상황인지, 해결 방안이 있는지 등을 생각했다. 


친구의 말이 끝난 후, 듣는 내내 생각했던 것을 말했다. 

“고민이 되는 부분이 충분히 이해되고, 

지금은 이런 상황이니까 

이런 방식으로 하면 괜찮을 것 같다. 

힘들어도 그렇게 해야지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언을 들은 친구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너는 F인데 왜 이렇게 T같이 말해?”라고 하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떠오르는 말이 없어 

“그냥 내 생각에 그게 맞는 것 같아서 

얘기해준 건데 그렇게 느꼈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친구는 

“다시 한번 검사해봐. 너 진짜 T 같아. 

성격이 변한 것 같아”라고 말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T같이 말한다는 의미가 차갑고, 

공감보다는 이성을 중시해 

고민을 얘기하기 싫어진다는 의미로 통했다. 

그래서 “T 같다”는 말은 평소처럼 

공감을 안 하고 차갑게 얘기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이후 그 친구를 포함한 다른 친구를 만났을 때도 그 얘기가 나왔고, 

요즘 얘가 T인 것 같다는 주제로 대화가 흘러갔다. 

아무리 테스트를 다시 해봐도 INFP가 나왔고,

T 유형의 설명은 전혀 맞지 않는다고 느껴 

F가 아닐 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하고 나니 친구들이 점점 따지듯이 질문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 건데? 

너는 누가 그렇게 하면 어떨 것 같은데?” 등 

점점 날 선 질문이 오갔고, 

결국 서로의 감정이 상하게 됐다.


그날 이후 MBTI에 회의감이 생겼다.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그때의 감정에 따라 

성격이나 행동이 변할 수 있는 건데, 

과연 알파벳 4가지가 

그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것인가?”라고 생각했다. 


INFP 유형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이타적이고, 평화주의자라고 설명이 나와 있다. 

물론 그건 틀린 말이 아니다. 


설명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여러 요인에 따라

성격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MBTI 궁합이 잘 맞지 않는 사람은 

선입견을 품고 보고, 잘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은연중에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그건 정말 ‘편견’에 불과했다. 


MBTI 상으로는 파국 조합인 사람과 

마음이 더욱 맞는 경우도 있었으며, 

오히려 천생연분 조합인 사람과

파국인 경우도 있었다. 


이런 점에서 MBTI가 과연 

흥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16가지 유형으로 사람을 나누고, 

그 틀에 한정해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오히려 그 사람을 그 틀 안에 가둬 

자신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게 막는 것은 아닌가?

 

MBTI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자기 자신을 어떤 틀에 맞추는 건 없었다. 

지금은 어떤가. 


“I니까 이렇게 행동해야지”, 

“P라서 난 게으른 거야”, 

“E니까 항상 활발해야지”라고 

자신을 4개의 알파벳에 맞춘다. 


무한한 다양성을 지닌 개개인이 

겨우 4개의 알파벳에 본인을 맞추는 모습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다양성을 억제당하는 것 같아 

예전처럼 아예 흥미롭게만 보지 못하겠다. 


“이런 모습을 보이면 

내 성격 유형하고는 안 맞는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건 자신을 편협하게 만드는 사고이다. 

 

자신을 대변해준다고 생각하면 

MBTI가 속이 넓다고 할 수 있다. 

나도 몰랐던 내 행동이 

유형 하나로 설명이 되니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행동 안에 자신을 가두게 하는 

속 좁은 테스트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에 대한 판단은 자신의 자유지만, 

알파벳에 자신을 던지는 것보다는 

본인을 이해하기 위한 

발판 정도로만 삼으면 딱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자료

16Personalities[웹사이트]. (2021년 8월 14일). URL : 성격 유형 | 16Persona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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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8-16 14:01:26
  • 수정 2021-09-28 14: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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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견(총 1 개)
  • hku0805002022-01-26 20:49:58

    mbti가 하도 유행하고 관련 컨텐츠도 많이 접하다보니 소속감을 받으며 안정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저도 모르게 인생을 나로 살고 있기 보단 제 mbti유형에 맞게 살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도 많이 받았어요. 자기 성격을 국한시키는 것이 mbti 성격 검사의 가장 큰 문제점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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