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다연
[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양다연 ]
'붉은 악마'와 태극기 (출처: 연합뉴스)
“대~한민국!! 짝짝! 짝! 짝! 짝! 대~한민국!! 짝짝! 짝! 짝! 짝!”
‘대한민국’이라는 네 글자 뒤에 이어지는 다섯 번의 박수를 모르는 한국인이 몇 명이나 될까? 아마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렇게 한국인만의 고유한 박수 다섯 번은 한국인들을 하나의 연결고리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대~한민국!”이라는 한 마디에 ‘남’이었던 사람들이 단번에 ‘우리’로 합쳐져 똑같은 박수 다섯 번을 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를 강력하게 하나로 묶어주는 힘은 무엇일까? 평소에는 특별히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불꽃처럼 타오르는 이 감정. 바로 ‘애국심’이다. 조국이 있는 사람이라면 살면서 적어도 한 번은 느껴봤을 감정인 애국심은 이 세상의 원동력이 되는 요소이다. 세상을 이루고 있는 다양한 국가들을 지탱해주는 힘 중 하나가 애국심이기 때문이다. 애국심은 어머니의 자식을 향한 무조건적 사랑에 근원을 두고 있는 감정이라고 평가될 정도로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이다. 특히 이러한 애국심은 우리가 단합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강하게 발휘되는데, 올해 7월 23일부터 이달 8일까지 진행된 2020 도쿄올림픽이 그 좋은 예시 중 하나이다. 올림픽은 겉으로는 ‘운동 선수들끼리 치루는 개인들의 경쟁’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전 세계 사람들을 운동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하나로 합친다. 전 세계가 올림픽에 집중하고, 각 국가의 국민들은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에 열광한다. 그리고 그들의 승리를 우리의 승리와, 그들의 패배를 우리의 패배와 동일시한다. 이것은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같은 국가를 향한 애국심을 지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애국심은 일상 속에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그리고 그 영향이 반드시 긍정적이기만 할까?
3년 전 대한민국 평창에서 개최된 동계 올림픽인 2018 평창올림픽은 우리 국민들의 애국심을 그 어느 때보다 높이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이정학 외 2인(2017)의 2018 평창올림픽 관련 인터넷 키워드 연구에 따르면 2018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올림픽을 향한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뜨거웠고, 올림픽에 직접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도 여느 올림픽 때보다 강했다. 예를 들어, ‘자원봉사’라는 키워드는 빈출 키워드 11위를 차지했는데, 실제로도 자원봉사자 지원 경쟁률이 1.67대 1을 기록했을 만큼 국민들의 참여 의지가 강했다. 또한, ‘조직위원회’라는 키워드는 16위를 차지했는데, 조직위원회가 올림픽 기간에만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임시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한 준비, 홍보, 마케팅과 국가 브랜드 가치 향상 등을 위해 일하기 때문에 국가에 대한 관심이 조직위원회의 관심으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평창올림픽(25132회), 성공기원(1382회), 개최(1341회), 강원도(1196회), 한국(1107회)은 순서대로 가장 많이 검색된 키워드 1위부터 5위를 기록했는데, 국내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인만큼 그 흥행과 성공에 큰 관심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림픽을 비롯해 월드컵, 경제 불황, 경제 위기 등 국민의 단합이 필요한 시기, 혹은 현충일, 광복절 등과 같은 국가와 관련된 공휴일에 애국심은 더욱 중요한 요소로 각광받는다. 따라서 해당 기간에 기업의 '애국 마케팅'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애국 마케팅'이란 말 그대로 광고나 마케팅에 사람들의 애국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소재를 넣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2016년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2016 리우올림픽 기간과 한국의 광복절이 겹치면서 기업 롯데에서는 'Cheer Up KOREA!(화이팅 대한민국)'이라는 문구와 함께 대형 태극기를 건물 외벽에 걸었다. 올림픽에 출전한 국내 선수들을 응원하고 광복절을 기리기 위해 걸린 태극기가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킴과 동시에 기업도 같은 애국심을 지니고 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국내 기업 '롯데'의 '애국 마케팅' (출처: 연합뉴스)
광복절을 활용한 다양한 기업의 '애국 마케팅' (출처: imagetoday 자료화면 캡쳐)
하지만 애국심이 자문화 중심주의, 국수주의, 전체주의 등 '비뚤어진 애국심'으로 변질된다면, 애국심은 정당화될 수 없다. 애국심이라는 명목으로 오직 나의 국가'만'을 사랑하는 것은 올바른 애국의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파시즘, 독일의 나치즘 등을 극단적인 국수주의의 사례로 들 수 있는데, 올바른 비판 의식이 없는 맹목적 지지는 그 자체로 지지의 대상을 파괴할 뿐이다. 때문에 우리는 올바른 애국심이란 무엇인지 사유하고 이를 가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점점 다문화, 다인종이 되어가는 국가 속에서 모두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애국심을 갖고자 해야한다. 변종헌(2020)은 그 대안으로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가치를 지향하면서도, 해당 국가, 사회와 민족만의 특수한 문화를 모두 인정하는 애국심을 역설한다. 상호간의 같음과 다름을 모두 인정하기 때문에 외국인도 우리나라를 사랑할 수 있고, 한국인도 타국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백범 김구는 그의 자서전 '백범일지'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가장 아름답다'는 가치는 상당히 모호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를 향한 올바른 애국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말에 모두 동의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 위해 우리가 해야하는 일은 우선 '가장 아름다운 애국심'을 갖는 것이 아닐까?
<출처표기>
김지수, 서우영, 나영주 (2021). 20대 소비자의 애국심에 따른 일본브랜드 구매 특성. 한국감성과학회24(1), 11-24
변종헌 (2020). 다문화 국가에서의 애국심의 의미와 내용. 윤리연구1(128), 239-260
유승엽, 정희준 (2004). 사회적 상황과 소비자 애국심에 따른 애국심소구 광고효과 연구. 한국심리학회5(2), 1-27
네이버 21세기 정치학대사전 [애국심]. (2021. 08. 11).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728528&cid=42140&categoryId=4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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