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훈
인생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어느 시기에 갑자기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듣게 될 수 있고, 어느 시기에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거대한 시련과 역경이 닥치기도 한다. 지금까지 자신의 삶이 평탄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반드시 평탄할 것이라는 보장 같은 것도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육체의 몸을 가지고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게 된다. 시간이 지나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항상 평탄하게 살아갈 수는 없는 한계를 지닌다. 거기에 더해, 생물학적인 개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음식을 섭취하고,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며, 생활할 곳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한정된 자원을 인류가 나누어 써야 하기 때문에 경쟁이다. 경쟁에서 진다면, 의식주에 필요한 요소들을 제대로 구비하지 못하고, 도태되기도 한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에서 언제라도 큰 파도를 맞닥뜨릴 수 있다. 현실적으로 그 파도의 내용을 열거한다면, 우선 본인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불치의 병에 걸려 통보를 받거나 경제적인 위기로 기본적인 생활이 불가한 상황 등이 있다. 본인이 사랑하는 가족들, 소중한 존재들이 우리 곁을 떠난다거나, 가정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것도 우리 삶의 큰 파도와 같이 다가오는 것으로 인지될 수 있다. 사회적인 포지션에서 실각하여 명예나 권력을 한순간에 잃게 되었을 때에도 인생의 큰 파도라고 지칭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이 계획하던 목표가 무참히 좌절되었을 때에도 인생의 큰 파도를 맞닥뜨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인생에서의 큰 파도에 대한 인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결국, 큰 파도에 대한 인식 혹은 통찰도 우리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앞서 큰 파도에 대한 묘사를 일반적으로 해 보았지만, 인생의 큰 파도를 규정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동일하지 않다. “인생의 큰 파도”를 인식하고, 맞닥뜨려야 하는 주체는 바로 자기 자신이며, 모든 사람이 그 파도를 인식하는 역치 값은 다르다. A라는 사람에게 1이라는 사건이 인생의 위기, 혹은 역경이라 여겨질 수 있지만, B라는 사람에게 1은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이벤트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큰 파도에 대한 인식 혹은 통찰도 우리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인생에서의 역경, 좌절, 헤어짐, 늙고, 병들고, 죽는 것들에 대한 인식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만큼 인생의 역경과 시련이 객관적이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 당연한 우리 일상의 모든 것들이 단 한순간에 순식간에 180도 바뀌기도 한다.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고, 당연하던 모든 것들이 바뀔 수 있다. 말은 쉽지만, 막상 그러한 큰 파도가 우리를 덮쳤을 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바다에서 파도는 그저 일상이다. 우리는 모두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있다.
큰 파도에 대응하는 3가지 전략 – 상황에 속지 말고, 대응하고, 맡기기.
바다에서 파도는 일상이다. 일상적으로 치는 것이 파도이기 때문에, 그 자체에 대한 삶을 관조해볼 필요가 있다. 나에게만 오는 역경과 어려움이 아니라, 누구에나 올 수 있는 큰 파도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물론 태어나 죽을 때까지 평탄하게만 살다가 눈 감는 순간까지 평안한 인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자신만만하던 삶에서, 인생의 쓰라린 칼날이 매섭게 날아올 수 있다. 오히려 그러한 방심한 틈 사이로, 아주 강력한 회심의 일격을 날릴 수 있는 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강력한 회심의 일격에 속수무책 당하고만 있어야 할 것인가? 이때 필자는 세 가지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상황에 대한 인식 단계이다. 상황이 이미 일어났더라도, 우리가 인식하는 시차가 있으므로, 큰 파도를 맞닥뜨렸을 때, 먼저 상황을 냉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 단계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상황에 대한 판단이 잘못되거나, 상황에 심리적으로 압도된다면, 그 현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론상으로 상황 판단을 잘 해야 한다고 글을 쓰고는 있지만, 막상 그 상황에 처하게 되면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필자가 강조하는 첫 번째 전략의 핵심은, “상황을 의심하고 속지 말자”이다.
상황을 의심하고, 속지 않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 상황에서 자신이 한 발짝 떨어져 자신을 관조할 필요가 있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자신의 상황이지만, 마치 유체이탈해서, 자신을 타인이라고 생각하고 바라보아야 할 때가 있다. 그 상황에만 너무 매몰되다 보면, 판단이 중지되어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황에 속지 말고 관조하는 전략으로 큰 파도를 바라보다 보면, 당장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실마리들이 나올 것이다. 두 번째 전략은 상황에 대한 주체적인 대응이다. 다급하더라도 다른 곁가지들은 모두 버리고 우선 상황을 수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조력자가 함께 있는 것처럼 감사한 것은 없겠지만, 조력을 받더라도 결국 자신이 그 상황을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주체적이고,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첫 번째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이때에도 여전히 속지 말아야 한다. 상황에도, 사람에도 절대로 속지 말아야 한다고 되뇌어야 한다.
마지막 전략은 도저히 대응할 수 없는, 내가 최선을 다해도 당장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을 인식한다면, 이제는 수용하되 수용을 기반으로 한 희망과 비전을 다시 세워야 한다. 집채만 한 파도에 함몰되었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일어설 힘도, 더 이상 희망도 없다고 하더라도, 조금씩 희망의 불씨를 살려나가는 전략을 써야 한다. 필자도 안다. 글은 늘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는 것을.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기고, 상황을 역전시킬 해답이 보일 수 있다.
인생에서 큰 파도를 맞닥뜨렸을 때,
해류에 몸을 맡기자
인생에서 큰 파도에 맞닥뜨렸을 때, 상황에 속지 말고, 관조하며 주체적으로 대응하고 또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는 수용을 기반으로 다시 희망을 써 나가야 한다. 그러나, 필자 또한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큰 파도에 맞닥뜨렸을 때, 당장 이겨내지 못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다 괜찮다.
인생은 쉽지 않다. 누구나 그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면, 압도된다.
다 괜찮다. 우리네 삶이 모두 그런 것이다. 묵묵히 자신만의 발걸음으로 큰 파도에 대응해보자. 노력을 기울이다가 지쳐서 수십 번 처참히 쓰러져도 괜찮다. 지쳐서 그저 상황에 그로기가 되어 몸을 맡겨도 괜찮다.
다 괜찮다. 필자는 오늘도 그러한 우리들의 역경과 큰 파도에 새로운 기회와 긍정이 스며들어 있다는 희망을 긍정해보고 싶다.
저토록 격렬한 풍파가 몰아쳐도, 상황에 무릎을 꿇어도 우리 모두의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기를 마음 깊이 응원한다.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의 시의 구절을 발췌하여, 이번 칼럼을 맺고자 한다.
…꿈을 꿀 수 있되, 그 꿈을 주인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생각을 할 수 있되, 그 생각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면
만약 승리와 재앙의 순간을 만나고
그 두 사기꾼을 똑같은 것으로 대할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을 악당들이 왜곡하여 바보들을 속이더라도
너 자신은 그것을 참고 들을 수 있다면
온 생애를 바친 일이 무너지는 것을 보더라도
몸을 굽혀 낡아빠진 연장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1분의 시간을
60초 달리기로 채울 수 있다면
이 세상과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너의 것이 될 것이며…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항상 가슴 뛰는 용기와 생의 의지와 아름다운 평범함을 간직하기를 진심을 담아 마음속 깊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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