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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양원준 ]



 샬럿 밥캐츠의 악몽 같았던 시즌


  “Courage is the power to let go of the familiar.”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용기라는 영어 격언이다. 멋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게 변화는 언제나 두려움의 영역이다. 2012년, 미국 프로농구 리그인 NBA 소속 팀 샬럿 밥캐츠는 총 66경기 중 59경기에서 패배하며 리그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해당 시즌 팀을 이끌었던 감독은 선수 출신의 폴 사일러스. 보통 스포츠팀들은 성적이 장기간 지나치게 좋지 않으면 시즌 중간이라도 과감하게 감독을 교체한다. 하지만 밥캐츠는 시즌이 모두 끝나고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뒤에야 사일러스를 해고했고, 팬들은 당연히 비난을 쏟아부었다. 

  밥캐츠는 왜 그렇게 해고 결정을 미뤘던 것일까? 재정적인 문제나 계약상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이 일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면 이렇게 바라볼 수 있다.



 현상 유지 편향과 손실 회피 성향


  샬럿 밥캐츠의 경영층은 현상 유지 편향의 영향을 받았다. 현상 유지 편향은 뚜렷한 유인이 있지 않은 한, 현재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인간의 특성을 의미하는 행동경제학 이론이다. 행동경제학의 대가 선스타인은 저서 『넛지』에서, 한 잡지의 무료구독권을 받은 뒤 잊고 있었다가 수년 후 여태까지 잡지사에 구독료를 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일화를 소개한다. 알고 보니 무료구독 기간이 끝나기 전 구독을 해지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되어 유료구독을 하게 되는 계약 조항이 있었던 것이다. 이는 현상 유지 편향을 교묘하게 이용한 대표적인 상술이다.

  현상 유지 편향은 인간의 손실 회피 성향과도 관련된다. 손실 회피 성향은 일정 가치를 획득했을 때의 심리적 만족감보다 같은 가치를 잃었을 때의 상실감이 더 큰 심리적 효과를 의미한다.

 

  

  위의 그래프는 행동경제학의 개창자 격인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고안한 가치함수다. 사람이 느끼는 심리적 손실과 만족의 정도를 나타내는데, 손실 방향의 그래프 기울기가 훨씬 가파르다. 같은 가치에 대해 손실이라고 느끼는 정도가 이익이라고 느끼는 정도보다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샬럿 밥캐츠는 현재 상태를 바꿨다가 성적이 더욱 악화될 것이 두려워 감독을 섣불리 해고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을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람은 과감한 선택이 두렵다


  현상 유지 편향은 ‘자기해석’‘자기개념’과도 관련이 있다. 자기해석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와 관련된다. 자신만의 독특하고 차별화되는 내적 특성에 따라 자신을 정의하는 독립적 자기해석과 타인과의 관계나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자신을 정의하는 상호의존적 자기해석이 있다. 자기개념은 말 그대로 자기 자신에 대해 사람이 가지는 생각과 평가다. 독립적 자기해석자는 자기개념이 개인적인 태도와 신념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어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관이 뚜렷한 성향을 보인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대개 자기 자신을 타인의 시선에서 정의하는, 상호의존적 자기해석을 바탕으로 자기개념을 형성한다. 이러한 자기개념은 불안정하여 자신의 행동과 선택에 확신을 품기 어렵게 한다. 불확실한 자기개념이 손실 회피 성향과 맞물려 스스로 현재 상태를 벗어났다가 손실을 당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게 되고, 현상 유지 편향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언제나 팬들의 눈치를 보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밥캐츠 경영층은 특히 자주적인 선택을 하기 어려웠으리라.



 고민보다 GO!


  21세기를 살아가며 주변 시선을 의식하는 것에 익숙한 현대인은 우유부단해지기 쉽다. 현상 유지 편향에 빠져들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기 자신을 남의 시선에서 평가하지 말고, 내 안에 있는 성격, 능력, 특성을 바탕으로 주체적인 자기개념을 형성해야 한다. 그러면 내 선택에 더 자신을 가질 수 있고, 그 선택이 실패하더라도 자존감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상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상을 유지하기보다 실패하더라도 과감하게 나아가고, 손해를 보더라도 변화를 추구하자. 

  방탄소년단의 노래 제목으로 글을 끝마치려 한다. "고민보다 Go!"



<참고문헌>

리처드 탈러‧캐스 선스타인, 안진환 역, (2009), 「넛지」, 리더스북.

하워드 댄포드, 김윤경 역, (2011), 「불합리한 지구인」, 비즈니스북스.

박우람,홍상황, (2021), 「자기개념 명확성 연구의 현황과 과제」, 초등상담연구 Vol.20 No.1

이한슬, (2021), 「자기해석과 불확실성이 구독 선택에서 현상유지 편향에 미치는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Vol.22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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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10-07 09: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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