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민
[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송하민 ]
“센터 재밌어요. 오면 춤도 추고, 우쿨렐레도 배우고, 바깥놀이 가서 신나게 놀고.
근데 재미 없을 때도 있어요.”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나에게 지역아동센터 아이가 해 준 말이다. 나는 6개월 넘게 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센터에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는 가정,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새터민가정 등의 아이들이 매일 등원한다. 아마 “아이들이 친구들과 정서적 유대관계를 제대로 가졌으면.”하고 생각하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많을 것이다. 또 그런 부모님들이 염두 해두고 있는 공간 중 하나가 지역아동센터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센터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지역아동센터에 아이들을 맡겨도 괜찮을지. 아이들의 정서적 함양과 발달에 도움이 되는지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는 ‘속 안의’ 사람으로서 아이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아이들이 다양한 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은 방학이 아니면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학교에 간다. 학교가 끝나는 시간은 오후 1시 반 정도. 아이들은 서로 모여 이야기를 하며 놀다가 센터 차량에 타고 센터에 온다. 센터에 온 아이들은 매일매일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악기를 배우기도 하고, 춤을 배우기도 하고, 미술활동을 하기도 한다. 또 보드게임, 인형, 레고, 로봇 등 다양한 장난감을 가지고 서로 어울려 놀기도 한다. 나는 아이의 정서 발달의 여러 가지 방법 중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어울려 즐기는 ‘놀이’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센터의 프로그램들은 아이들에게 ‘놀이’일까?
‘놀이’는 신체적·정신적 활동 중에서 식사 ·수면 ·호흡 ·배설 등 직접 생존에 관계되는 활동을 제외하고 ‘일’과 대립하는 개념을 가진 활동을 말한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일’이란 ‘공부’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즉 공부와 대립되는 여러 활동들을 말한다. Fergus P. Hughes(2012)에 의하면 이러한 놀이는 5가지 필수적 특성이 존재한다.
첫째, 놀이는 내적으로 동기화 된 것이다. 놀이는 그 자체로 목적성을 가지고, 놀이가 아동에게 놀이 그 자체로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둘째, 놀이는 아동이 놀이를 구애받지 않고 고를 수 있어야 한다. 아동이 놀이를 수동적 혹은 주어진 상황에 의해 강요받으면, 아동은 그 행동을 놀이 활동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셋째, 놀이는 즐거워야 한다. 부모가 원하기 때문에 놀이를 한다면, 스스로 선택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는 활동이기에 즐거운 활동이 될 수 없다.
넷째, 놀이는 있는 그대로가 아니다. 놀이는 놀이를 하고자 하는 사람의 니즈의 맞추어 현실성의 왜곡과 ‘만약에’라는 요소를 내포한다.
다섯째, 놀이는 아동이 적극적으로 몰입해서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아동은 하고 있는 놀이에 적극적이지 않거나 관심이 없기 보다는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몰입해서 참여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얘기하면, 센터에서 프로그램 상으로 운영되는 악기, 미술활동, 춤추기 등은 앞에서 설명한 놀이의 5가지 특성에 모두 부합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르다. 센터에 와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센터 친구들끼리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 모두의 니즈를 충족하는 놀이는 적어도 프로그램에서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센터에서 아이들이 유일하게 자유로운 시간, ‘자율 활동 놀이’시간이 아이들에게 있어 정서적, 심리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아동센터의 자율 활동 놀이 시간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력
자율 활동 놀이 시간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아수라장이다. 다치지 않도록 관찰 지도하는 선생님들을 제외한 모든 아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재빨리 뛰어가 레고를 꺼내는 아이들, 친구들과 모여 보드게임을 시작하는 아이들, 역할놀이를 하는 아이들. 모두 각자가 원하는 놀이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이들이 많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하교 후 집에 있게 된다면, 아무래도 혼자 놀이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 하는 놀이는 한계가 있다. 한계가 명확한 놀이로 이루어지는 정서적 함양은 역시 한계가 있다. 하지만 여러 아이들이 서로 어우러져 이루어지는 놀이는 사회적 관계나 상황을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생각을 뛰어넘어, 좀 더 맥락적인 이해를 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아동센터가 아이들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
아이들이 서로 어울려 놀면서 스스로의 인지 능력을 키우고 사회적 관계를 몸으로 느끼며 배운다는 건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지원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지원이 부족하다보니 센터의 규모가 클 수 없다. 때문에 공부하는 방이 놀이방이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이자, 밥 먹는 공간이 된다. 요즘 같이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착용하며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때에는 불안할 수 있는 실정이다.
또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못하고, 고착화 되어 있다. 센터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은 “맨날 똑같은 활동만 하니까 지겨워요. 좀 다른 활동도 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지원이 한정적이고 지역아동센터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정해져있다 보니, 매주 똑같은 활동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다양한 활동으로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몰입할 수 있게 되면, 모든 아이들을 충족시킬 순 없으나 다수의 아이들의 ‘놀이’로서의 충족감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아동들의 돌봄을 책임지고 있는 지역아동센터가 더욱 더 많은 지원을 받고 공간을 넓히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면, 자율 활동 놀이 시간에 그쳤던 아이들의 정서적 함양 및 발달의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출처
Fergus P. Hughes, 유미숙 역, (2012) 『놀이와 아동발달』, 시그마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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