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2. 달빛 아래에서는 모두가 푸르다 - 나의 모든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삶의 시작
  • 기사등록 2021-11-09 08:24:36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Voyager 기자]


모든 이들의 인생에 바치는 영화


2016년 12월 개봉한 <라라랜드>의 열기는 대단했다. 사랑의 아름다움과 아픔을 담은 <라라랜드>는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상을 쓸어 담았다. 단 하나, 최우수 작품상은 빼고. 운영진의 실수로 인해 아카데미 90년 역사상 처음으로 작품상 발표가 번복된 것이다. 그리고 이때 최우수 작품의 자리에 오른 영화가 바로 <문라이트>다. 


"모든 이들의 인생에 바치는 영화". 한국판 포스터 가장 위에 적혀 있던 문구다. 어떤 영화이길래 '모든 사람들의 인생에 바칠 수 있다', '우린 이런 영화를 평생 기다렸다'와 같은 문장들을 적었을까. 유튜브에서 예고편을 찾아보며 더 궁금해졌다. 흑인 동성애 소년이라는, 다소 낯선 주인공의 성장 이야기를 담은 푸른빛의 영화는 그렇게 내게 찾아왔고, 어둡기만 하던 내 마음에 처음으로 빛을 비춰주었다.



자신을 찾기 위한 리틀/샤이론/블랙의 여정


영화는 소년 '샤이론'의 성장기를 3부로 나누어 보여준다. 1부는 마이애미 판자촌에서 왜소한 체격으로 '리틀'이라는 별명으로 따돌림을 당하고, 마약중독자 어머니와 살아가는 어린 샤이론의 이야기다.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샤이론을 챙겨주는 사람은 동네 친구 '케빈'과 마약을 파는 '후안' 뿐. 이리저리 치이던 샤이론을 위로해주고 집에 초대해 식사를 챙겨주는 등, 후안은 어머니보다도 가족 같은 존재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후안은 샤이론과 수영을 하며 복잡한 표정으로 샤이론에게 말한다. 


"언젠가는 뭐가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해. 그 결정을 남에게 맡기지 마."

그러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후안조차 어느 순간부터 볼 수 없게 되고, 영화는 2부로 넘어가며 중학생이 된 샤이론을 비춘다. 왕따는 계속되고, 마약 중독이 갈수록 심해지는 어머니와의 갈등이 심해진 샤이론은 악몽에 시달리며 이곳저곳을 떠돈다.


발 닿는 대로 전철을 타고 도착한 어느 바닷가. 마침 바람을 쐬러 나온 케빈과 만난 샤이론은 케빈에게 자신의 마음속 괴로움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케빈은 그런 샤이론을 말없이 따뜻하게 안아주고,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나는 너무 많이 울어서, 때로는 내가 눈물이 될 것 같아."

사랑하는 마음과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샤이론이지만 따돌림은 여전했다. 학교 패거리들은 케빈에게 샤이론을 때리라고 협박하고, 케빈은 결국 주먹을 날린다. 여태껏 다른 사람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샤이론은 맞고 또 맞아도 케빈을 응시하지만, 결국 패거리들은 케빈과 샤이론 모두 잔인하게 짓밟는다. 배신감과 분노를 견딜 수 없었던 샤이론은 의자로 패거리 중 하나를 내려치고, 경찰에 끌려가며 2부는 막을 내린다.


3부는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근육질이 된 샤이론, 아니 마약을 팔며 살아가는 블랙의 이야기다. 어느 새벽, 블랙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전화를 받는다. 요리사가 되어 일하다가 식당에서 나오는 음악에 생각나서 전화를 했다는 케빈의 목소리. 블랙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 문을 나서 재활원에 있는 어머니를 찾아간다.


어린 시절부터 남아 있던 감정의 앙금으로 다투지만, 어머니는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다, 나는 여전히 나를 사랑한단다"라는 진심이 담긴 말로 뉘우친다. 블랙은 말없이 어머니를 안아준다. 기쁨의 눈물과 함께.


시간이 지난 후 블랙은 케빈이 일하는 식당으로 향하고, 둘은 10년 만에 다시 만난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변한 모습에 놀란 케빈에게, 블랙은 "더 강해지기 위해 모든 걸 바꿨다"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식당에서 나온 둘은 함께 드라이브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눈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 추억들. 어느덧 둘은 케빈의 집에 도착하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본 채 대화를 나눈다.

 

"나를 만져준 사람은 너 하나뿐이었어."

탄탄한 근육과 금목걸이로 자신을 가린 블랙은 케빈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어느새 샤이론으로 돌아오고, 케빈에게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고백한다. 그리고 케빈은 아주 오래전, 어느 날 밤 해변가에서 그랬듯 말없이 샤이론을 쓰다듬어준다.



달빛 아래에서 모두의 삶은 아름답다


모든 장면마다 내 모습이 보이고 위로를 받았기에, 그 경험을 나누고 싶어 굳이 영화의 이야기를 쭉 적었다.

모든 사람들이 한 번은 경험했을 고통스러운 순간을 공감하고 위로해주기에, <문라이트>는 특별하다.


‖ 어린 시절 리틀에게서는 내 이름이 부정적인 단어로 취급받을 정도로 따돌림당하던 나의 모습이 보였다.


‖ 샤이론에게서는 내가 힘든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 혼란스러웠던 나의 모습이 보였다.


‖ 블랙에게서는 성인이 되었지만 이전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애써 잊어버리려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영화는 샤이론이 푸른 바닷가에 서 있다 뒤돌아보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샤이론은 눈길을 피하지 않는다. 자신이 누구인지 이해하고 받아들였기에, 두려움이 없는 맑은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샤이론은 말한다. 당신도 푸르다고. 당신도 똑같이 빛나고 아름답다고.


달빛 아래에서는 모두가 푸르다. 샤이론도, 리틀도, 블랙도.

어떤 힘든 일이 있었든, 어떤 길을 걸어왔든, 한 명 한 명의 삶은 모두 소중하고 아름답다. 영화 <문라이트>는 너무나 당연한, 그러나 삶을 살며 잊어버리게 되는 이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굳이 감추지 않아도 된다고,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마음에 꼭 쥐어준다. 그렇기에 <문라이트>는 모두의 인생에 바치는 영화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2333
  • 기사등록 2021-11-09 08:24:3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