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안남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선안남 ]
<2019년 12월 월간 좋은 생각>
캐나다의 한 교실에서 싸움이 한판 벌어졌다.
‘협상론’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누가 협상을 잘하는지 대결해보자고 한 것.
규칙은 간단했다.
우리는 교실에 있는 모든 사람과
10을 나누는 일대일 협상을 해야 했다.
5 대 5로 나눌 수는 없었다.
4대 6이나 3대 7,
2대 8, 1 대 9로 나눠야 했다.
제한 시간 2분 내에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둘 다 0점이니 꼭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했다.
나는 처음 세 상대와는
더 많이 가지겠다고 자존심을 세우느라
시간을 다 써서 단 1점도 얻지 못했다.
그 후 조금 현명해진 나는
쓰레기통에 종이 넣기 게임을 하거나
가위바위보를 하기도 하고,
어떤 상대에게는 밥을 사겠다고 제안하며
그나마 점수를 쌓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여덟 명과 신경전을 벌이느라
마지막 상대인 오타비오를 만날 무렵에는
조금 지쳐 있었다.
나는 포기하는 심정으로 물었다.
“오타비오, 내가 6을 가져도 될까?
지금까지 많이 얻지 못했거든.”
오타비오는 선선히 그러자고 했다.
그는 포근하게 웃으며
나에게 6을 주고 자신을 4를 가졌다.
“그렇게 하자,나는 경쟁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협상을 잘 못하겠네.”
그는 나에게 가장 쉬운 상대였다.
모든 대결이 끝나고,
우승자를 알게 된 우리는 깜짝 놀랐다.
가장 높은 점수를 낸 이가
오타비오였기 때문이었다.
그의 협상 방법은 간단했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둘 다 점수를 얻을 수 있는
6대 4 전략을 취한 것.
덕분에 협상이 결렬되어
모두 빈손으로 돌아갈 일이 없었고
무엇보다 그 모든 협상의 과정동안
서로의 마음이 편안했다.
그렇게 그는 협상 왕으로 등극했다.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반전이었다.
꼭 싸워서 이겨야만
원하는 것을 얻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도 나는
이런저런 협상 결렬 소식을 듣거나,
작은 오해로 시작된 갈등이
큰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을 볼 때마다
파란 스웨터를 입고 머리를 긁적이던
오타비오의 수상 소감을 떠올린다.
“사실.. 제가 협상 왕이 될 지는 몰랐어요.
그저 0점만 받지 말자 생각했는데
그게 도움이 된 듯 싶네요.
어쨌든 둘이 나눠가지는 거니까
제가 조금 덜 가져도 상관없겠다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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